앙, 아야!
다시 토실해진 뺨에 절로 손이 간다. 조카가 한동안 기관지염에 고생을 하다 중이염까지 이어진 탓에 어린이집도 가지 못했었다. 살이 쏙 빠지면서 안쓰러워했었는데, 고작 이틀이란 짧은 시간 사이에 다시 오동통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나에게는 참 짧은 시간인데, 아이들의 성장에는 참 긴 시간인가보다.
말랑거리는 뺨을 손끝으로 어루만지다 왼쪽 뺨에 여러줄로 들어있는 멍자국에 손을 멈춘다. 아이고- 아이들은 다치면서 큰다지만, 상처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덕구랑 박치기했어."
조카는 태어나면서부터 함께 있었던 래브라도 리트리버를 참 좋아한다. 자기보다 훨씬 큰 강아지에게 매달리기도 하고, 꼬리를 잡고 졸졸 쫓아다니기도 한다. 워낙 순한 강아지라 한 번 으르렁대지도, 입질을 해본 적이 없었다. 다만 요즘 워낙 힘이 세지는 조카인지라, 아파서 고개를 돌리다가 이빨과 뺨이 쾅-충돌을 했단다. 만약 입질이라도 하려고 했다면 큰일이었을텐데 멍만 들고 끝난 것이 다행이다.
"아침에 저 보더니만 뺨 가리키면서, '덕구. 앙. 아야' 이러더라구요."
조심스레 뺨을 어루만지는 내게 제부가 와서 말을 건넨다. 벌써 단어들을 나열해? 놀라움에 조카에게 "덕구가 앙 했어?"라고 질문을 건네본다. 조카는 뺨을 가리키며 "아야, 아야"라는 말을 연신 반복한다.
"어? 그 뺨 아닌데?"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제부가 말을 하자 슬그머니 손을 바꿔 반대쪽 뺨을 가리킨다. 이젠 말도 다 알아듣고, 언제 이렇게 컸지. 넘쳐나는 귀여움에 조카를 안아올리자 이전과는 다른 묵직함과 함께 조금 더 길어진 것이 느껴진다. 이틀인데, 그 이틀 사이에 이렇게 크기도 하는구나.
얘 왜 이렇게 빨리 크냐- 아쉬움섞인 내 말에 동생은 두 달 전에 산 옷이 이제 꽉 끼기 시작한다며, 사야할 옷들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정도면 내년 초겨울까지는 입겠지- 라는 생각에 산 옷들이 벌써 짧아지기 시작했단다. 엄마는 처음 조카를 봤을때, 다리 모양을 보고서는 우리 손주, 키가 작으려나, 하는 걱정을 했다던데. 나날이 크는 모습을 보며 괜한 걱정이었다는 말을 덧붙였었다. 나나 여동생이 작은 편이지. 외가쪽 큰 키 유전자를 조카가 물려받은 모양이다.
몸무게도 늘고, 키도 크고. 행동도 함께 커 간다. 기분이 좋으면 발을 동동 구르면서 꺄-하며 크게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서러울 땐 온 몸으로 드러누우며 눈물을 터트린다. 강아지 물그릇을 얹어놓는 나무 받침대도 조카에 의해서 뚝-하고 부러지고, 강아지 안전문도 이젠 혼자서 열고 닫으며 온 집안을 누비고 다닌다.
아쉬운 건, 이모바라기이던 조카가 이모 집착을 슬슬 끝내간다는 점일까. 화장실도 가지 못하게 품에서 벗어나지 않더니만 요즘은 쿨해졌다. 이모는 아쉽고 또 아쉽지만, 점차 네 세상이 넓어지는 것이니 기쁘게 받아들여야지.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간다. 바쁜 일상들 속에서 하루가 너무나 짧게만 느껴진다. 나에겐 너무 짧은 그 하루가, 너에게는 너무나도 긴 성장의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