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품은 불편하다. '마음'이 불편해.

물건을 받으면 미리 확인하기!

by 연하일휘

"엄마한테. 엄마한테."


소파 위로 자동차를 굴리던 조카의 입에서 '엄마'라는 단어가 여러 번 튀어나온다. 자동차를 타고 엄마한테 가고 싶다는 의미일까. 엄마 얼굴 볼까? 이모의 물음에 품 안으로 뛰어든다. 핸드폰 화면 너머로 엄마 얼굴이 보이니 환한 웃음을 보이며 엄마를 외친다.


핸드폰도 제 손에 쥐고 엄마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만, 핸드폰을 품에 안는다.


"엄마 안아. 엄마 안아."


품에 꼭 안은 채 몸을 흔드는 조카의 모습에 폰 너머에서도 동생의 웃음소리가 번져 나온다. 다시 두 손에 핸드폰을 쥐더니, 헐겁게 끼워진 폰케이스를 쏙 빼낸다. 평소처럼 옆에 끼워진 펜을 꺼내 장난을 치려고 그러나, 야무지게 잡은 두 손으로 케이스를 쭉 잡아당기더니 툭-하고 끊어지고 만다.


"아이구?"


망가질 줄은 몰랐는지, 끊어진 폰케이스를 손에 잡고 이모를 빤히 바라본다. 요 쪼그만 녀석 입에서 '아이구'라니. 너덜너덜해진 케이스보다 조카 입에서 튀어나온 단어가 더 놀랍다. 이미 보낼 때가 되었지만, 접착제와 테이프로 덕지덕지 보수를 하며 사용하던 중이었기에, 괜찮은데. 녀석은 미안한지 이모 품에 다시 폭 안겨온다. 괜찮아-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다는 말을 몇 번 반복해 준다.



ⓒ 연하일휘



조카 덕분에 드디어 새 폰케이스를 살 마음을 정한다. 액정이 깨질 때마다 60만 원, 보험을 적용해야 15만 원. 이제 보험도 만기 되었으니 좀 더 튼튼한 케이스를 찾아야 하는데 계속해서 미뤄왔다. 오래된 기종이라 원하는 제품을 찾기가 어려운 탓이었다. S펜 수납이 될 것, 그리고 힌지가 보호될 것. 두 가지 조건이 부합되는 케이스의 종류가 많지 않다. 원하는 디자인은 모두 최신 기종만 대상이다.


"S펜 포함, 정품 S펜 수납 가능"


요 한 문장에 혹했다. 밤 12시에 울린 알람에 현관 앞에 던져진 택배 봉투를 냉큼 들고 온다. 화면 너머로 보았던 것보다 색상도 예쁘고, 케이스를 끼운 뒤에 손으로 쥐는 느낌도 나쁘지 않다. 전면 액정의 보호 필름을 벗겨 터치를 해 보니 감도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끼워져 있는 S펜이 뭔가 이상하다. S펜이 아닌 일반 터치펜이다. 더 큰 문제는 정품 S펜과 비교해도 두께도, 길이도 달라 바꿔 장착할 수가 없다. 결국 S펜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이 무거운 폰을 사용하는 이유는 S펜 하나 때문인데. 터치펜의 필기감이라도 좋았으면 모를까, 전용 펜에 익숙해진 손에는 현저히 떨어지는 인식률이 불만족스럽다.


예쁘게 끼워두었던 케이스를 벗겨낸다. 이미 보호필름을 떼어버린 상황, 반품이 되느냐가 관건이다. 언제 받을지 모르는 답변을 기대하며 제품에 문의를 넣어 놓는다.


"상세 설명과는 달리 전용 S펜을 장착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미 보호 필름을 떼어 버렸는데, 반품이 가능한지 문의드립니다."


아침이 되고, 오전 10시가 지나가도록 역시나 별다른 답변이 없다. 남들은 사용감이 있어도 잘만 반품한다고는 하던데. 나도 모른 척 '제품 설명과 다름'이라는 항목을 택하고 반품을 신청할까. 상세 페이지에 적힌 문구와 다른 제품이 온 게 문제잖아. 쉽고 편한 길이겠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 양심이 발길질을 해댄다. 기약 없는 답변 대신, 고객센터로 문의를 넣는다.


[상품 상세 설명에 터치펜 대신 정품펜 사용 가능이라 적혀있었는데, 폴드3 정품 펜과는 크기가 맞지 않습니다. 문제는 장착해 보며 필름제거+동봉된 물티슈를 사용하였는데 반품이 가능할까요?]


요즘 '전화 포비아'라는 단어가 생겨날 정도로 전화 통화보다는 문자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던데, 내가 딱 그 처지다. 그런데 채팅 상담인데도 왜 이리 가슴이 두근거리는지. 전화 통화였다면 어버버- 거리다가 제 할 말도 못 할 아이다. 그런데 낯선 타인과의 대화를 이토록 힘들어하면서도, 막상 아이들 앞에서는 말이 술술 나오는 걸 보면 나도 참 특이하다.




ⓒ 연하일휘




혹시나 싶은 마음에 "보호 필름 제거" 사실을 다시 물어보지만, 친절하게도 '반품 가능'이라는 답변을 다시 되돌려준다. 제품 상세 페이지에 적혀있던 정보와 달랐던 것만으로도 반품 사유가 되는 모양이다. 보다 가벼워진 마음으로 예쁘게 다시 재포장한 케이스를 택배 봉투에 담는다. '반품'이라는 글자를 크게 새겨놓고, 현관 앞에 미리 봉투를 꺼내 놓는다. 이제 다시 새로운 케이스를 찾아 헤매야 할 시간이다.


제품 설명과는 다른 제품이 문제이긴 했지만, 제대로 확인하기도 전에 다 뜯어낸 것은 내 불찰이다. 그동안 인터넷에서 제품을 구입하며 몇 번이나 반품이나 교환을 진행해 보긴 했지만, 이토록 마음이 불편한 경우는 처음이다. 제품 자체의 문제보다는, 나의 잘못이 더해진 탓이겠지. 짧은 교훈을 얻는다. 역시 교환/반품이 잘 되는 제품이 제일이다. 그리고 뜯어서 사용하기 전에 미리 확인부터 하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프다. 너도 아프면 어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