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저장고 4 : 눈덩이 똥덩이가 된 할머니
"엄마, 내가 할머니를 굴렸어!"
"뭐?"
"눈사람 만들 때 눈덩이 굴리는 것처럼 내가 할머니를 굴렸다니깐."
"음, 재미있는 꿈이네."
"응, 할머니도 좋다고 웃었어. 재밌다고 계속 굴려 달랬어. 데굴데굴 굴리다 보니 실수로 마당으로 굴렸는데 갑자기 함박눈이 펑펑 왔어. 할머니가 눈 온다면서 애들처럼 꺄오! 소리치며 좋아하더라고."
"오, 그래? 할머니도 애들처럼 놀고 싶었나 보네."
할머니가 구름처럼 푹신푹신해서 허리도 안 아프고 다르도 안 아파서 좋다면서 계속 굴려달랬어. 나도 신이 나서 계속 굴렸지. 순식간에 할머니가 이만큼 커졌고, 이제는 내가 굴리지 않아도 저절로 굴러가더라고. 밖에 나가면 위험하니깐 내가 막 따라갔는데 내가 느린 건지 할머니가 빠른 건지 아무리 뛰어가도 따라잡을 수 없더라고.
안 되겠다. 나도 구르기 시작했어. 굴러보니까 왜 할머니가 좋아하는지 알겠더라고. 넘 재밌는 거야. 점점 커지고 속도가 붙어서 금세 할머니를 따라잡게 됐어. 할머니한테 거기 멈춰 서라고 했더니 멈출 수가 없대. 커다란 눈덩이 두 개가 막 굴러오니까 사람들이 알아서 비켜주더라고. 그리고 왜, 할머니 웃음소리 엄청 크잖아. 할머니가 동네 떠나갈 듯 시끄럽게 웃어서 동네 사람들이 우르르 다 구경하러 나왔어.
한참 신나게 굴러가는데 저 멀리 개 한 마리가 보이더라고. 길 한 가운데 서서 오도가도 못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할머니 눈덩이는 이제 집채만큼 커져서 그 아래 깔리면 죽을 지도 모르는데. 내가 비키라고 소리 쳤지만 이미 늦은 거 같았지. 결국 개는 할머니 눈덩이 아래 깔리게 됐고, 깔려 죽었겠다 싶었는데, 웬걸. 개가 할머니 눈덩이 위에서 발을 동동 구르면서 같이 굴러가고 있더라고.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웃겨 죽겠다고 깔깔거리고 있고, 휴대폰 꺼내서 우리 막 찍고. 우리가 무슨 서커스단이 된 거 같았어.
나도 신기해서 보고 있는데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인거야. 왜 우리 여름이가 똥 마려울 때 이리저리 왔다 갔다 발을 동동 구르잖아. 딱 그 모습이거든. 쟤 똥 마려운 건데, 어쩌지. 똥꼬가 불룩 튀어 나와서 실룩거리고 있더라고. 내 예감이 맞았어. 개가 발을 동동 구르면서 할머니 눈덩이 위에서 똥을 줄줄 싸더라고. 어흙, 똥 냄새가 진동했어. 아니 똥을 얼마나 참았는지 똥을 비엔나 소시지처럼 줄줄 싸는 거야. 윽, 더러워! 할머니는 눈덩이는 금세 똥덩이가 됐어. 이제 좀 멈췄으면 좋겠는데, 할머니는 멈출 수가 없대. 어떻게 멈춰야 할지 모르겠대. 구경하던 사람들도 똥 냄새에 모두 사라졌지. 그때 나한테 좋은 생각이 났지. 으흐...똥을 보니까 밤새 참았던 오줌 생각이 났어. 마침 사람들도 모두 들어가 버렸고ㅎㅎ. 긴장을 풀자마자 따뜻한 오줌 줄기가 흘러나왔고 나는 멈춰섰지. 다행히 눈이 녹아 오줌 싼 게 티나지 않았어. 어느새 오줌줄기는 눈을 녹이면서 강물처럼 흐르고 흘렀고, 할머니 눈덩이 아니 똥덩이를 따라잡았지. 으흐흐흐흐....(잠이 깸. 다행히 오줌 안 쌈ㅎㅎ)
꿈의 재료(로 추정되는 딸의 생각들)
할머니가 좋다.
할머니는 잘 웃는다.
할머니는 나랑 잘 놀아준다.
할머니를 만지고 싶다.
할머니랑 술래잡기하면서 놀고 싶다.
코로나 때문에 할머니를 몇 개월 동안 못 만났다.
할머니 보고 싶다.
아, 그리고 할머니랑 노는 거 보고 애들이 자꾸 어른한테 버릇없다고 해서 속상하다. 할머니는 괜찮다는데...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