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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엇이든 씁니다 Mar 21. 2021

탐조

우리가 새에 꽂힌 이유

새를 보려면 일찍 일어나야 한다.

새를 보려면 걸어가야 한다.

새를 보려면 산이나 들, 또는 물 가까이 가야 한다.

새를 보려면 가던 길을 멈춰야 한다.

새를 보려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

새를 보려면 저 멀리 봐야 한다.

새를 보려면 저 높이 봐야 한다.

새를 보려면 더 넓게 봐야 한다.

새를 보려면 느릿느릿 움직여야 한다.

새를 보려면 조용해야 한다.

새를 보려면 멍 때려야 한다.

새를 보려면 집중해야 한다.

새를 보려면 소리를 들어야 한다.

새를 보려면 한 곳을 물끄러미 바라봐야 한다.

새를 보려면 작은 것도 크게 봐야 한다.

새를 보려면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배워야 볼 수 있고, 보면 또 배워야 한다.

새를 보려면 머리를 비워야 한다.

새를 보려면 마음을 비워야 한다.

새를 보려면 가벼워야 한다.

우리가 새를 보는 이유는 우리가 사는 속도와 효율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큰 은행나무 왼쪽 맨 아래가지 끝에 앉아있는 새 두 마리(왼쪽을 확대해보세요!)


지난주에 딸은 지빠귀다, 아비는 찌르레기라고 즐거운 논쟁을 벌였던 그 새의 정체는 찌르레기로 밝혀졌다. 오늘 흐려서 그런지 빛의 왜곡없이 회백색 색깔과 짧은 꼬리가 잘 보여 확인할 수 있었다. 찌르레기인 것을 아니 여기저기서 찌르, 찌르릇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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