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이를 키우는 분들께
옆집 언니가 놀러 와도 되냐고 했다. 오브콜스~! 당연히 대환영이었다. 언니한테 할 말이 꽤 쌓여있다면서 무슨 얘기부터 할까, 혼잣말을 하면서 언니를 기다렸다. 아, 부연설명이 필요하겠다.
*옆집=진짜 물리적인 옆집이 아니라 심리적인 옆집. 작년까지 걸어서 10분 거리에 살았으니 옆집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우리가 집을 지어 이사 오면서 차로 15분 거리로 멀어졌음
*언니=나 말고 딸에게 언니. 옆집 언니는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되었고, 딸은 초등학교 6학년이니까 두 살 차. 둘은 성향이나 관심사가 꽤 비슷해서 이야기가 잘 통함.
옆집 언니와의 인연은 꽤 오래되었다. 한 동네에 살면서 같은 어린이집과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 거의 10년 간 가족끼리 자주 오가며 친하게 지낸다.
실제로 같이 산 적도 있다. 옆집 언니네가 리모델링을 하면서 살던 집을 비워야 했는데, 그때 우리 집이 복층으로 된 꽤 큰 집이어서 한 달가량 같이 살았다. 우리 세 식구, 그 집 네 식구 총 일곱 식구가 대가족처럼 살았던 경험은 전무후무할 꽤 흥미로운 경험이지만 오늘의 주제가 아니므로 패쑤~
옆집 언니를 만나자마자 딸은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놓은 이야기를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어찌 참았누.싶을 정도) 나는 못 들었지만, 옆집 언니의 아빠 말에 의하면 연애 이야기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딸이 우리 학교에는 왜 연애하는 아이들이 없냐면서(네가 하고 싶은 건 아니고?ㅎㅎ). 옆집 언니가 이 학교 전통인 것 같다고 했다고(그런 면에서 도시의 학교들보다 늦된 느낌이 있긴 있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과 새로 오신 선생님 이야기, 아이들 문제, 생리와 같은 신체적 변화 이야기, 요즘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공부는 어떻게 하는지(옆집 언니가 중학교 수학에서는 방정식만 잘 공부하면 편하다고 했다고) 등등등 주로 할 말이 많은 딸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면, 조용하고 차분한 옆집 언니가 대답해주고 호응해주는 식이다.
둘은 식탁에서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비밀 얘기라도 있었는지 방으로 쏙 들어갔다. 어느새 다시 나와서 동네 한 바퀴를 돌다가 집에 오는가 했더니 지갑을 가지고 다시 나갔다. 한참 뒤 아이스크림 하나씩 입에 물고 나타났다. 그렇게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오래전 딸이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왜 언니를 낳지 않았냐며 언니 타령을 한 적이 있다. 아무리 졸라도 없는 언니를 어디서 구해올 수 없는 노릇이라 옆집 언니의 존재는 딸에게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소중하다. 내가 만들어주지 못한 존재이기 때문이고, 나에게 하지 못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옆집 언니와의 대화는 딸에게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내가 뭐라고 하면 옆집 언니도 그런다던데, 라며 응수하는 때가 많다. 옆집 언니가 추천한 책은 거의 외울 기세로 몇 번씩 읽는다.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딸이 지금 옆집 언니에게 가장 듣고 싶은 건 연애 이야기일 텐데, 옆집 언니가 아직 그쪽 방면으로는 충분한 관심과 경험이 없는 거 같다. 그래도 우리에겐 너무나 완벽한 옆집 언니님이다.
외동딸을 키우는 분들께서는 옆집 언니 만들기를 강추드립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