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현재적이고 조금은 미래적인

하늘과 더불어 사는 삶

by 무엇이든 씁니다

지난 주말 나무 시장에서 가서 꽃과 나무를 사 왔는데 다 심지 못했다. 어디에 심을지 정하지 못해서 마당에 화분 채로 두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젯밤 남편이 꽃을 심었다고 했다.

__뭐야? 자기 마음대로! 아직 자리 못 정했는데...

__내일 비 온다잖아... 그래서 빨리 심어야 할 것 같아서~마음에 안 들면 나중에 옮겨 심으면 돼~


남편이 어제 심은 꽃들을 살피고 있다


주택에 산다는 건 땅을 밟고 산다는 의미다. 땅에 가까이 살게 되면 하늘의 눈치도 보게 된다. 늘 하늘의 동태를 살피고, 일기예보를 확인하면서 계절과 날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행동한다.


남편이 마당에 진심이라면, 나는 빨래에 진심이다. 빨래를 빨랫줄에 널어 말리기 때문에 일주일 정도 일기 예보를 내다보면서 빨래할 날을 정한다. 원래 우리 집에는 빨래통이 식구 수대로 있어서 각자 자기 빨래를 돌리는데 봄에는 예외다. 봄 날씨는 비가 자주 오고 미세먼지가 심하기 때문에 맑고 햇빛이 쨍한 날이면 세 식구 빨래를 한꺼번에 돌린다.


원래 나는 현재의 삶에 매우 충실한 현재 주의자이다. 미래를 내다보며 계획하고 준비하고 사는 삶과는 좀 거리가 멀다. 불확실한 미래보다 지금 당장 여기의 확실한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집을 지어 살다 보니 조금은 앞을 내다보게 된다. 일주일 정도쯤은 앞서서 생활을 계획하고, 몇 년을 내다보면서 나무를 심기도 한다. 평생 현재 주의자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크게 변하지 않을 테지만 이런 정도의 미래 지향적 삶도 그럭저럭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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