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먹고사니즘
뒷집 할머니 텃밭에 돌나물 군락지가 있다. 돌나물 물김치를 담글 때 돌나물이 무쟈게(마트에서 파는 봉지 단위로는 택도 없음)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할머니에게 여쭤봤다.
“할머니 그 돌나물 제가 뜯어도 돼요?”
“이거? 이거 뭐하게?”
“물김치 담그게요.”
“그게 뭐 맛있어?”
“네! 전 좋아해요!”
“난 꽃 보려고 두는 건데, 먹으려면 얼마든지 뜯어가~!”
그래서 뜯으러 가다가 다른 돌나물 군락지를 발견해서 할머니 뒷마당 돌나물은 그대로 두었다. 그런데 엊그제 담근 돌나물 물김치가 너무 맛있는 게 아닌가. 10년 묵은 체증도 씻어내릴 정도로 시원하고 형긋하고 달고 칼칼하고 말이지! 어제 맛만 봤을 때 수박 맛이 나더니 오늘은 복숭아 맛이 난다. 다 익어가기도 전에 한 대접씩 드링킹 드링킹 하다 보니 벌써 바닥이 보이고 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담글까 말까 그런 고민을 하면서 토요일 아침부터 할머니 텃밭 돌나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먹으면 맛있고, 꽃으로 봐도 예쁘고, 어쩐다. 먹을까? 볼까? 그것이 오월 초하루 최대의 고민되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