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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엇이든 씁니다 May 26. 2021

찰랑찰랑

물 댄 논

‘물 댄 논’은 이 맘 때만 볼 수 있는, 내가 좋아하는 풍경 중 하나다. 바닥을 드러낸 논 바닥에 물을 대서 물이 찰랑거릴 때 가던 길을 멈추게 된다.


물 댄 논에 빗방울이 퐁퐁퐁 가벼운 소리를 내며 떨어질 때,

물 댄 논에 파란 하늘빛이 비치고, 논바닥에 구름이 둥둥 떠다닐 때,

물 댄 논에 햇빛이 잔잔하게 반짝거릴 때,

물 댄 논에 해질 녘 노을이 하늘과 물의 경계를 지우고 붉게 번져나갈 때,

찬란하게 아름답고, 그 순간을 마주할 수 있는 나 자신도 그 아름다움의 끄트머리쯤에 속한 것 같아 조금은 뿌듯해진다.


논에 물 대고 모내기까지 마친 풍경, 사실 모내기 전 물 댄 논은 더욱 아름다운데 그 시기를 놓쳤다.


이게  느낌이냐면, 바다 없는 내륙 분지에서 그럭저럭 사느라 바다 구경 한번 못한  서러워서 엄마 몰래 밤기차 타고 허리 구부러지게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여명의 기운에 깨서 눈을 꿈뻑꿈뻑하면서 차창 밖을 내가 보다가 어렴풋이 바다가 보일 , 그렇게 시야가 넓게 확장되는 그런 느낌이다. 갑자기 넓은 바다가, 푸른 호수가 메마른  마음에 들어와 찰랑거릴 , 그런 느낌이다. 이런 풍경, 이런 감상을 가지는  시골 출신, 현재 그린벨트에 사는 사람의 특권이라면 특권이려나. 암튼 지금이 그런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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