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건 내가
너무 맛있어서 아껴둔 마지막 사과, 그 반쪽을 드디어 먹는다. 혼자 있을때 먹으려고 냉장고 깊숙이 꽁꽁 숨겨두었다.
이 사과로 말할 것 같으면 사촌오빠가 나에게 보내준 선물이다. 오빠가 우리집 근처로 출장 왔다가 우리 집에 들렀을 때 나는 디저트로 사과를 내놨다. 오빠가 한 입 먹더니 이런 맛없는 사과는먹지 말라며(그 사과도 나름 친환경 사과였는데 오빠 입이 너무나 고급이어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맛있는 사과를 보내주겠다며 보내준 특1급 사과다. 솔까말 오빠가 사과를 왜 보내주겠나? 나 예뻐서 보내준 거 아니겠음? 그러니까 이 사과의 수취인은 엄연히 나란 말씀. 그렇다고 나 혼자 사과 한 박스를 다 먹은 건 아니고 동거인들과 사이 좋게 나눠먹고 남은 사과 반쪽에 대한 권리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이 사과를 내가 먹어야 하는 이유는 내가 우리집 냉장고 책임자인데 책임자의 재량으로 이 정도의 혜택은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냉장고 하나 운영하는 게 간단치가 않다. 입고부터 출고까지, 재고 파악, 유통기간 확인, 필요 물품 발주, 폐기물 처리까지 꽤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하다. 이 어려운 일을 내가 하고 있기에 사과 먹을 자격이 있다. 억울하면 냉장고 관리 책임을 가져가면 된다~ㅎ
맛있는 거 먹을 때 자식 생각나서 남겨둔다는 우리 엄마, 맛있는 건 죄다 새끼들 먼저 먹이고 사과 갈비만 뜯던 우리 엄마와 달리 난 맛있는 건 내가 먼저 먹는다. 자식이 먼저인 엄마와 달리 나는 내가 제일 소중하다. 앞으로도 제일 맛있는 건 내가 먼저 먹고, 마지막 남은 것도 내가 먹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