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엇이든 씁니다 Jan 17. 2020

얼마면 되겠니?

예상 밖 건축비용

12월 초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인허가가 완료되었다. 인허가만 떨어지면 바로 공사에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착공신고라는 게 있다고 했다. 거기에는 평판 재하시험 결과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했다.


평판 재하시험, 그건 또 뭔가요?


말부터 어려운 평판 재하시험(平板載荷試驗)이란 평판이라고 불리는 둥그런 판으로 집을 지으려는 땅에 하중을 가해 건물이 세워질 기초 지반의 지지력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쉽게 우리 땅이 우리 집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것이다. 평판 재하시험은 올해 초(2019년 2월)부터 착공신고에 꼭 포함되어야 하는 의무사항이 되었다고 했다. 우리 땅의 기준은 10톤이라고 했다. 듣고 보니 집을 짓기 전에 필수적인 테스트인 것은 맞는데, 만약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그리고 당연히 비용이 들어간다.


집을 지을 때 예상했던 건축비보다 더 들어가면 들어갔지, 적게 들어가는 법은 없다. 상황이라는 것은 계속 바뀌고, 예상을 빗나가게 마련이다. 무엇보다 사람의 욕심이라는 것은 한이 없다. 그리고 건축비 외에도 줄줄이 영수증이 날라온다. 그래도 알고 있으면 돈 준비는 못 하더라도 마음의 준비라도 하는데 모르고 있으면 정말 머리가 하애진다. 집을 짓기 전에 필수 비용을 확인해서 예산 계획을 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것 같다. 사실 이 모든 비용을 제대로 알았다면 시작을 못 했을지도 모른다. 사후적이긴 하지만, 집 지을 때 필요한 비용을 정리해 두어야 나중에 정산도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팁도 줄 수 있을 것이다.


토지구입비 : 토지를 매수하고, 등기하는데 드는 비용으로 땅값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부동산 중개수수료, 철거비, 토지취등록세, 법무사 수수료 등등은 별도)

측량비 : 토지의 경계를 확인하고, 분할할 때 발생한다. (경계측량, 현황측량, 분할측량)

건축설계비 : 어떤 설계사무소, 어떤 건축가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매우 다르다. (우리의 경우, 코비즈건축협동조합)

토목설계비 : 토목공사가 필요 없는 땅도 없다. 하지만 우리 땅은 얕은 경사가 있고, 뒤쪽으로 임야 부지가 있어서 토목 공사가 필요했다. 인허가 시 토목 보완 명령이 떨어질 경우 토목설계를 별도로 진행해야 하고 건축설계와는 별도로 토목설계비가 발생한다.

건축비 : 요건 별도로 정리 >>> 건축비 관련 https://brunch.co.kr/@yeoni0701/46

감리비 : 30평 미만의 건축물은 자체 감리로 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처럼 30평 이상일 때는 외부 감리가 의무사항이다. 감리비는 건축면적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감리비는 준공하면서 지불하면 되는 줄 알았더니 감리비를 선납해야 착공허가가 떨어진다.

고용, 산재보험비용 : 사고가 없기를 바라지만 공사장에는 늘 사고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혹시 모르는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 고용, 산재보험을 들도록 되어 있다.

평판 재하시험 : 지지력을 테스트하는 비용으로 올해 초부터 의무사항이 되었다고 한다.

재해예방기술지도 : 산업안전보건관리비의 일부를 활용하여 노동부 장관이 지정하는 건설재해예방 기술지도업체로부터 건설공사현장의 안전활동 현장 조건에 맞는 지도를 받는 것을 말한다.

각종 세금(신축허가 면허세, 토지형질변경 면허세, 개인하수처리시설 설치 면허세, 그리고 대망의 취등록세)



한꺼번에 돈이 줄줄줄 들어가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몇백 씩 필요한 형국이었다. 아바(Abba)의 Money, Money, Money가 생각났다.


I work all night, I work all day to pay the bills I have to pay. Ain't it sad?

and still there never seems to be a single penney left for me. That's too bad.


어쩜 이렇게 내 마음과 똑같을까? 처음으로 로또를 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직 사진 않았다) 코 묻는 돈을 모은 딸아이 통장도 만지작거리게 된다. (돈 때문에 너무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딸이 자기 통장을 쓰라고 내놓기는 했지만 아직 쓰지 못했다) 이곳저곳에서 돈을 끌어모아서 하나씩 해결해나갔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느낌이 이런 걸까.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나고, 12월 9일이 되어서야 진짜 공사가 시작되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나... 이제 반이 남았다ㅎㅎㅎ


2019년 12월 1~9일경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좀 불편하기로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