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우물이 있어요

우물 있는 집의 탄생

by 무엇이든 씁니다

우리 땅에 우물이 나왔다. 분명 흥미로운 일이었다. 우물은 지금 시대에는 만들 수도 없는 희귀템인 것만은 분명했다. 구옥을 철거할 때 일단 우물을 살려두기로 했다. 땅을 분할할 때 누구네 땅에 우물이 들어가게 될지 초미의 관심사였다. 설계도상에는 우리집과 2호 집 사이에 걸쳐 있었다.


파란 덮개에 싸여있는 것이 우물


우물이 어느 집 땅에 있건 나는 우물 없애자고 했다. 집 앞에 우물이 있으면 습할까 봐 걱정이 되기도 했고, 어린 아이들에게 위험할 수도 있어서 무조건 없애자고 했다. 특히 2호 집에는 다섯 살 여자아이와 갓 태어난 남자아이가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2호 집 아빠이자 시공 소장인 B는 우물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건축가로서 우물의 매력을 지키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고, 실용적으로 간단한 물 세차도 하고, 아이들 수영장 물도 받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면 2호 집 땅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내가 고민할 필요도 없으니까.


빨간 말뚝이 우리땅의 경계이고, 그 안으로 쏙 들어가 있는 우물


그런데 이런! 측량하면서 우물은 우리 땅으로 쏙 들어왔다. 난감했다. 나는 여전히 우물을 없애자고 했지만 2호 집 아빠는 여전히 우물을 애정하고 있었다. 아버지와 상의했다. 정히 쓰고 싶다면 위는 콘크리트 덮개를 만들어 덮고 아래로 관을 따로 빼서 쓰라고 했다.


우물 연결해서 수도로 빼놓았어요. 물 받아봤는데 깨끗해 보여요.


공사가 시작되고, 돈 끌어오느라 정신이 없는데 이런 카톡이 왔다. 그렇게, 어쩌다 보니, 우리 집은 우물 있는 집이 되고 말았다. 사실 우리 동네 옛 이름이 꽃우물, 찬우물 그랬던 거 보면 우물을 기념으로 놔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없애버리고자 했던 우물이 이렇게 살아나니 기분이 묘하다.


우물과 나는 어떤 관계를 맺게 될까? 옛 설화에 의하면 우물은 용궁으로 드나드는 통로였다는데, 우물이 나의 새로운 통로가 되어줄까? 예전에 읽었던 포르투칼 신데렐라도 떠올랐다. 물고기를 우물에 풀어준 신데렐라를 우물 속 황금궁전으로 데려가는 이야기다. 혹시 우물 속에서 물고기처럼 초자연적 중개자라도 나타나 내 꿈을 이뤄주기라도 할 것인가? 매일 정화수를 떠놓고 빌어야겠다. 혹시 모르니 서둘러 꿈도 정비해놓고!


우물과 연결된 수도


밤이 되자 물고기가 막내딸에게 말을 걸었다. 자신을 우물에 놓아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물고기가 원하는 대로 우물에 놓아주었다. 다음 날 막내딸이 물고기를 보려고 우물로 다가가자 물고기가 "아가씨, 우물로 들어와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무서워져서 달아나 버렸다.

이튿날 연회가 있어서 두 언니가 외출하고 없을 때 막내딸이 우물로 다가가자 또다시 물고기가 "아가씨, 우물로 들어와요."라고 몇 번이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침내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고기는 막내딸의 손을 잡고 황금으로 만든 궁전으로 데리고 가더니, 그녀를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옷으로 치장해주고, 한 쌍의 구두를 신기고, 아름다운 마차에 태워 연회장으로 가게 해주었다.

포르투갈 민화의 신데렐라 中 (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 나카자와 신이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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