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 생활 독립운동 2__자기 옷은 자기가 골라 입자
딸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서 오전 7시에 출근하여 4시 퇴근하는 유연근무를 시작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기 위해 저녁에 일찍 잠야 했는데, 자기 전에 두 가지 일을 꼭 하고 잤다. 아침에 먹을 것을 챙겨놓는 일과 딸아이의 옷을 골라놓는 일이었다.
바쁜 아침에 자기 주장이 센 딸아이가 아빠와 실랑이를 벌일까 봐 걱정이 되기도 했고, 엄마가 바빠서 애를 잘 못 챙긴다는 얘기도 듣기 싫었다. 언젠가 엄마가 바쁜 애들은 티가 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말에는 심각한 오류와 선입견(엄마가 주양육자이고, 아이를 챙겨야 하는 건 엄마 책임)이 담겨 있기에 어이없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게 우리 애는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조금은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엔 위아래 옷만 간단히 골라놓았는데 자꾸 카톡이 왔다. ㅇㅇ양말은 어딨냐, ㅇㅇ잠바는 어딨냐...그래서 위아래 옷은 물론이고 속옷, 겉옷, 양말까지, 그야말로 머리부터 밭 끝까지 코디를 해서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었다. 그리고 날씨에 따라, 기분에 따라 골라 입도록 두 세트씩 준비해두었다. 그러다 보니 4학년이 되도록 딸아이는 스스로 옷을 골라 입지 못했다. 주말에도 옷을 골라 달라고 했고, 알아서 입고 나오라고 하면 옷을 가지고 나와서 내 동의를 구하곤 했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자기 주도적이고 자율적인 아이로 키우겠다는 나의 육아 철학(?)에 매우 심각하게 어긋난 일이었다. 의도치 않게 딸아이를 너무 의존적으로 만들었고,나에게도 꽤 피곤한 일이었다.
옷을 직접 골라입게 했다. 처음엔 자꾸 골라달라고 하더니 내가 완강하게 거부하니 마지못해 옷을 골라 입고 나왔다. 아주 우스꽝스럽게 입고 나오기도 했고 날씨와 전혀 맞지 않는 옷을 입기도 했다. 한두 번 지적질을 했더니 그러면 다시 골라달라고 하서, 그다음부터는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냥 두었다. 그렇게 한지 한 달이 지나자 스스로 옷을 골라 입을 수 있게 되었고, 이제는 패션 디자이너 꿈이 생겼다며 서점에서 희한한? 책을 사오기도 했다.
어디선가 주워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이태리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아이들의 옷을 골라주지 않는다고 한다. 직접 골라 입다보니 어릴때부터 패션감각이 절로 생겨난것이 이태리 사람들의 패션감각이 뛰어난 이유라는 것이다. 옷 잘 입어서 나쁠 건 없지만 딸아이의 패션감각을 키워주기 위해서 이러는 건 아니다. 그냥 스스로 자기 옷을 골라 입으면서 독립생활자로 크길 바랄 뿐이고, 난 내 생활에 여유를 챙기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난 딸아이의 다소 우스꽝스러운 옷차림도 그냥 두고 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