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엇이든 씁니다 Mar 07. 2020

아끼다 똥 된다

새 집과 헌 물건 4__물건 정리법


창호 틀 설치


집 짓는 현장은 바쁘게 돌아가고, 우리도 분주해졌다. 이사 갈 날까지 100일 남짓, 오늘부터 우리는 100일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나 혼자 소소하게 시작했던 '1일 1 물건 버리기'가 남편과 공동 프로젝트인 '1주일 1구역 정리하기'로 발전한 것이다.


오늘 나는 주방 수납장을 선택했고, 남편은 마당 창고를 탈탈 털어보기로 했다. 문을 열자마자 '이게 우리 물건인가' 싶은 것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왔고, 곧 100리터짜리 종량제 쓰레기봉투로 직행했다. 그리고 다음의 교훈을 얻었다.

Lessons Learned!


아끼다 똥 된다.


이 말은 날 닮아 물건을 아끼고 버리기 힘들어하는 딸에게 내가 늘 하는 말이다. 좋아하는 스티커를 아끼다가 잃어버리고, 좋아하는 사탕도 아끼다가 버리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런데 사실은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오늘 캐비닛을 털면서 다시 한번 깨달았다. 특히 먹을 건 발생 즉시 해치워야 한다. 시댁, 친정에서 얻어온 먹거리, 선물 받은 먹거리, 여행 가서 사 온 먹거리 등등 발생 당시 소진하지 않으면 반드시 쓰레기로 발견된다. 잘 쟁여 두었다가 아껴 먹어야지 하다가 점점 뒤로 밀리면서 안 보이게 되고, 눈에 안 보이면 까먹게 되어있다. 아끼다 똥으로 발견되면 속만 상한다. 오래전 이 사실을 깨닫고 난 먹을 게 생기면 이웃들과 나눠먹는다. 나름 노력했는데도 역부족이다. 더 분발하자!


여행 가서 사온 것들, 모조리 쓰레기통으로 직행, 이 와중에 남편은 유통기간 한참 지났을 초콜렛 까먹고ㅎㅎ


수납장 많으면 쓰레기만 쌓인다.


지금 사는 우리 집에는 수납장도 많고 창고도 크다. 하지만 살면서 수납장이 늘 부족했지, 충분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 정리하면서 확실히 알았다. 수납장이 부족한 게 아니라 그 많은 수납장에 그 많은 쓰레기를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8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 집 캐비닛과 창고를 정리해보니 절반 아니 2/3 이상이 쓰레기였다. 지금까지 수납장은 무조건 많아야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수납장이 많으면 물건이 쌓이고, 물건이 쌓이다 보면 결국 쓰레기가 많아진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결의했다. 새 집에 무조건 수납장부터 짜넣지 말자. 살면서 꼭 필요한 부분 확인해서 꼭 필요한 만큼만 만들겠다고.


뭐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는 캐비넷 정리 전과 후



한 군데 모으자!


정리하다 보니 같은 물건이 집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집 어딘가에 있는데 어디에 둔 지 모르고, 안 보이니 있는지조차 까먹어서 또 사게 된다. 얼마 전에 슬랙스 바지가 없어서 새로 샀는데, 어제 옷장 정리하다 보니 같은 종류의 바지가 서너 개나 발견됐다. 물건을 종류대로 모아놓기만 해도 낭비를 막고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난 참 쓰레기를 안고 살았군요.


쓰레기를 위한 수납장은 안 만들고 싶고, 쓰레기와 더불어 사는 삶은 이제 좀 청산하고 싶다. 쓰레기 청산 100일 프로젝트 오늘부터 1일! 100리터 종량제 쓰레기봉투 꽉꽉 채우는 거 은근히 쾌감 있다. 쓰레기 버리고 나니 공간도 생겨나고 몸도 마음도 홀가분하다. 정말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다. 캬아~~!!




>>물건 분류표


계절용품(여름/선풍기, 모기장, 우비, 쿨토시, 겨울/장갑, 모자, 목도리)

스포츠용품(등산, 수영, 스키, 헬멧)

여행용품(여권, 여행가방, 파우치, 멀티 어댑터, 기내용품, 각종 amenity)

건강용품(좌욕기, 찜질기, 마스크, 허리보호대, 무릎보호대)

각종 소모품(화장지, 전구, 건전지) 등등

매거진의 이전글 팬데믹 시대의 집콕 생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