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들이 다 무엇인고 하니...
홈메이드, 핸드메이드, 수제차되시겠다. 쑥차, 매화꽃차, 장미꽃차, 찔레꽃차, 머위 꽃차, 질경이 차, 뽕잎차, 세이지차, 달맞이꽃차, 감잎차, 돼지감자차, 무말랭이 차, 귤껍질 차 그리고 빨간 고추와 파뿌리까지 모두 우리 동네에서 직접 채집하고 손수 말린 것들이다. 세상 분주한 척 하면서, 세상 정성스럽게 만들었는데 오늘 다 흙으로 돌아갔다.
야생의 것을 찾아다니고, 따고, 캐고, 썰고, 자연 햇빛에 말리면서 행복했다.
가시에 찔리고, 손톱 밑이 까맣게 되고, 손에 물집이 잡혀도 훈장이나 되는 양 뿌듯했다.
예쁜 병에 넣고, 서랍장에 차곡차곡 쌓아두면 보기에 좋았다.
친구가 오면 차를 내고, 인심 쓰듯 나누어주면서 온갖 생색은 다 내곤 했다.
이쯤 하면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차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것인지
차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것인지...
선물 받은 차들도 유통기간을 훌쩍 넘기고 모조리 폐기 처분하였다.(묵으면 묵을수록 좋은 보이차 빼고) 선물 받은 거니까, 좋은 거니까, 두고두고 아껴 마셔야지, 하고 고이고이 남겨두었다가 어느 샌가 뒤로 밀리고 눈에서 멀어지면서 마음도 멀어졌다.
아끼다 똥 된다.
만고의 진리다.
앞으로 이렇게 하자.
- 조금만 만들자.
- 만들면 부지런히 마시자.
-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해 넘기지 말자.
- 이렇게 못할 거면 아예 만들지 말자.
- 이렇게 버릴 거면 꽃 함부로 따지 말자.
코로나 때문에 춘래불사춘이라지만, 봄은 봄이다. 꽃 피고 봄바람이 분다. 산수유 꽃은 벌써 활짝 피었고, 볕 좋은 곳은 찔레꽃도 꽃망울을 터트렸다. 쑥도 살며시 올라오고 있더라. 봄바람이 자꾸 밖으로 꼬여내고, 꽃에 다가가게 된다. 갈때 가더라도 명심하자! 꽃, 함부로 따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