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원에서 뒤에 앉는 사람

이놈의 경쟁의식을 어찌하면 좋을꼬

by 요가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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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원에 가면 나는 보통 뒤 쪽에 앉는다. 정말 앞에 앉아야 할 때에도 앞에서 두 번째 줄까지만 가려고 한다. 사람들이 많이 안 오는 날에 선생님이 손짓을 하면 어쩔 수 없이 첫째 줄에 앉아야 하지만, 보통은 사람들의 눈에 잘 안 띄는 공간을 선호하는 편이다.

요가를 하는 내 모습을 사람들이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몸에 힘이 들어간다. 나에게 집중하기 보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로 보일까?'하는 생각에 부담을 가지고 수련을 하게 된다. 실상은 아무도 나를 보지 않을텐데 혼자 의식하고 혼자 낑낑댄다. 첫째 줄에 앉는 사람이라면 아사나를 완벽하게 해야 할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뒤로 간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공간에서 나에게 집중하기 위해.


그러나 단점이 있다. 사람들이 나를 보지 못하는 대신에 나의 눈에는 사람들이 너무 잘 보인다. 나도 모르게 생각한다. 다른 사람은 나보다 얼마나 잘할까, 나는 여기서 어느 정도 레벨일까 하며 머리를 굴린다. 내가 조금 잘하는 것 같으면 자신감을 가지고 수업에 임하고, 내가 조금 떨어지는 것 같으면 조금만 힘든 동작이 나와도 금방 포기해버린다.

요가의 본질이 이게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겠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하지 못하는 동작을 내가 하게 되면 어깨가 쓱 올라가고, 다른 사람보다 내가 1초 더 버티지 못하고 매트 위로 굴러 떨어지면 왠지 모를 패배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나의 DNA. 그래서 난 뒤로 간다. 나는 그렇게 '쿨하게' 생겨 먹지가 않아서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그리고 나를 보지 못하는 곳으로 간다.

예전보다는 아사나에 대한 집착이 많이 없어졌다. 또 타고난 체형의 차이가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깨닫고 난 다음부터는 이런 혼자만의 경쟁의식이 훨씬 줄어들었다. 하지만 오늘 나는 세 명만이 수련하는 공간에서도 혼자 뒤에서 수련했다. 조금 민망하긴 했지만 그래서인지 머리서기를 10분이나 버텼다. 기분이 나쁘지 않다.



아, 이놈의 자의식 과잉을 어찌하면 좋을꼬. 하지만 이런 점이 나에게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믿어볼 수 밖에.

내일도 일단은 뒤에서 관망하듯이 수련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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