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언니> 라는 예능에서 여러 분야의 운동 선수들이 나와서 친선 피구 경기를 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분명 목적은 잘 알려지지 않은 운동 분야를 서로에게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소개하고, 피구 경기를 하며 친해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경기 전에 하하호호 웃던 선수들이 피구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눈빛이 돌변했다. 선수들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죽기 살기로 공을 던졌다. 그리고 공에 맞지 않기 위해 죽기 살기로 뛰고 땅에 굴렀다. 승부욕에 불타올라 선수들은 심각하게 작전을 짜고 상대팀을 맞추기 위해 그리고 상대팀 공을 피하기 위해 땀을 뻘뻘 흘렸고, 누가 반칙을 한 것 같은 애매한 상황이 되면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티비를 보면서 생각했다. '왜 저렇게 열심히 하지?' 본인의 주 종목인 경기면 잘하고 싶은 마음이 이해가 되는데, 예능으로 한 번 하고 말 피구경기에 왜 저렇게 정색을 하고 진지하게 임하는지 궁금했다. 만약 내가 저 안에 있었더라면 공을 그냥 맞고 나갈텐데 말이다. 꼭 이기고야 말겠다는 생각에 아등바등 경쟁의 중심에 있기보다는 그냥 '응, 나 못해' 하고 공을 맞고 나가서 경기를 구경하는 게 나는 더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든 면에서 그렇지는 못한가보다. 요가를 할 때는 '못하면 어때' 스킬이 발휘되지 않는다. 여유가 있기는 커녕 누구보다 잘하려고 갖은 애를 쓴다. 어떨 때 보면 참 안쓰러울 정도다. 땀을 뻘뻘 흘리고, 윽윽 하는 신음소리를 내기도 하고, 온 몸을 부들부들 떨기도 한다. 모두가 힘들어서 자세를 포기하더라도 마지막까지 버티는 사람이 나였으면 하고, 호흡이 모자라 어지러움이 느껴져도 조금 더 자세에 머무르기를 바란다. 내가 하지 못하는 동작이어도 어떻게든 흉내라도 내보겠다고 낑낑대는 것이 나다. 방금 전까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던 선수들의 모습이 요가할 때의 나의 모습이다. 경쟁심이나 승부욕이 없다고 하지만 내가 자부심이 있고 열정을 느끼는 분야에서는 어쩔 수가 없는 듯 하다.
하지만 이런 강한 승부욕이 나를 요가에서 멀어지게 만들 때가 있다. 어느 날은 쉽지 않은 자세를 도전했는데, 내가 생각한 것보다 내 몸이 잘 버텨주어서 한계까지 시도해봤다가 기분 좋게 만족하고 매트에 내려와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런데 무심코 옆을 보니, 내 옆에 있던 사람은 아직도 거뜬히 동작을 버티고 있을 뿐 아니라 나보다 더 유연하게 그리고 견고하게 자세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순간 갑자기 좋았던 기분이 스르륵 가라앉으면서 실패한 것 같은 패배감이 조금씩 올라왔다. 나름 잘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직 나는 완성형이 아니었다. 이렇게 최선을 다했는데도 아직 부족하구나, 하고 시무룩해졌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부러웠다. 나도 저렇게 유연했으면. 나도 저런 근력이 있었으면. 그날은 내 역량에 비해 잘 해낸 날이었고 나 자신을 칭찬해줘야 했던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만족하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 이 생각 뿐이었다.
내 한계점을 넘어서 한 단계 성장하고 나아가려면 적당한 욕심이나 승부 기질은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눈 앞에 보이는 동작의 성공이나 수련 안에서의 상대적인 나의 수준에 매달리다 보면 요가와 점점 멀어지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요가가 더 이상 나에게 즐거움이 되지 못하고 스트레스 요인이 되어 버린다. 수련을 하며 몸과 마음을 오히려 괴롭힌다. 전투태세로 매트에 서서 눈에 불을 켜고 몸을 움직인다. 그러면 요가는 점점 마음의 부담이 되고 어떤 날은 잘하지 못할 것 같으니 수련에 가고 싶지 않기도 하다. 요가를 시작할 때 어느 정도 승부욕은 필요하지만 그 마음으로 오래 요가를 친구로 사귈 수는 없다. 좋아하는 요가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의 승부욕이 아니라 나의 역량과의 승부욕이 필요하다. 더 할 수 있는데 쉽게 포기하는 것과 내 한계까지 최선을 다하고 만족하는 것은 다르다. 비록 내가 완벽한 자세를 만들지 못했더라도 내 몸의 한계치와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싸워 1초, 3초, 5초라도 더 버텼다면 그날은 내가 나와의 싸움에서 이긴 날이다. 옆사람이 화려한 자세를 만들고 있어서 부럽더라도 그 순간은 만족하고 나를 칭찬해줘야 요가와 계속 친할 수 있다.
하지만 욕심을 안 내면 성장하기가 어려우니, 어떻게 하란 말이냐. 만족하기와 욕심내기, 욕심내기와 만족하기. 정도는 어디일까, 아직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