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이 되자 고급 취향이 생겼다.

집 앞에 나가도 약속 다녀왔는지 물어보는 일상.


22살 어린 나이에 항공사에 취직하게 되었다.

아직 취향이라는 것이 생기기 전의 시기.


사회 초년생이 되니 위의 선배들과 팀장님 부팀장님의 영향력이 지대했다.


한 번은 새 팀이 되어 1년 동안 한 팀에서 배속되게 되었는데, 부팀장님이 무섭기로 소문난 분이셨다.

그러던 어느 날 유럽 비행을 갔다.

팀원 중 한 명이 조식 뷔페에서 후드티를 입고 나오자 부팀장님은 후드티를 입은 팀원과 그 팀원 아래의 후배들을 불러 모았다.

후드티를 입은 팀원을 혼내시며, 유럽 뷔페에서는 꼭 준정장 차림의 옷을 입는 게 에티켓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승무원의 특성상 호텔 조식 뷔페가 포함되어 있는 곳이 많다. 그날 이후 내 옷장은 다양한 색상의 정장 원피스들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또 다른 팀에 배속되었을 때 새 여자 팀장님은 스테이션에서 승무원들이 예쁘게 입는 걸 좋아하셨다. 그 팀에 들어가서 예쁜 원피스를 몇 벌을 더 샀다. 불편한 적도 있었지만, 해외 각 스테이션 가면 모르는 사람들도 예쁘게 차려입은 우리 팀을 보고 칭찬을 건네곤 했다.


회사 교육이 있거나 회사에 들릴 일이 생겨도 늘 옷장에 가득 차 있는 정장느낌의 원피스 중 한벌을 입으면 됐기에 걱정이 없었다.

요즘은 규제가 많이 풀려 꼭 정장느낌으로 입지 않아도 되지만, 내 옷장엔 이미 그런 옷들로 가득 차있기에 풀린 규제에 맞는 옷을 사는 것도 귀찮았다.


그리고 나는 사실 원피스를 좋아한다.

캐주얼이나, 셔츠에 바지나 스커트를 코디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렸기에 원피스 한벌만 입으면 깔끔하면서 세련된 느낌이 드는 게 좋았다.

어린 나이부터 정장이 몸에 익숙해져, 이런 옷들을 입는 게 불편하지 않았다.


선배님들한테 배운 자신에서 맞는 향수 고르는 법부터, 예쁜 컬러의 립스틱과 피부가 반짝거리게 되는 파운데이션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며, 아침 뷔페 때 깔끔하고, 우아하게 뷔페를 즐기는 것부터 걸음걸이 시선처리까지 많은 것들을 배웠다.

그렇게 나는 승무원 세계에 들어오자 고급 취향이 생겼다.


동네 마트를 가든지, 집 앞 어디를 가든지 내 옷장에는 예쁜 옷들이 가득하기에 그중 하나 골라 입고 집 앞에 나가면

"약속 다녀오셨나 봐요."

라는 말을 듣곤 한다.

이런 고급 취향이 생긴 것이 좋다.

꼭 비싼 것을 사지 않아도, 비싸 보이는 것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이 겼다.


과거의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마침내 나에게 잘 어울리는 옷, 화장법, 향수, 가방, 머리스타일을 알게 되었다.

오랜 시간 끝에 만들어 지금의 내 '취향'이 좋다.


우연히 읽은
'결국 인생은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 옷 한 벌을 고르는 것'
이라는 마음에 와닿았다.

승무원 지망생 시절
6cm 하이힐이 불편해
어색하게 걸어 다니고,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
늘 고민하던 내가
그토록 꿈꾸던 승무원이 되었다.

그리고 승무원이 되자
나에겐 고급 취향이 생겼다.















*이미지 출처: 비행하고 글 쓰는 행복한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