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의 어느 날, 파리 행 퍼스트 클래스에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통해, 세계적인 매너와 우아함을 배운다


내가 나의 직업을 사랑하는 이유는

매 비행 다양한 사람들은 만난다는 것이다.
팀 비행이 아닐 때는 새로운 승무원들과

만나 일을 하기도 하며,

매 비행 새로운 승객들을 만나 정해진 목적지까지 함께 떠난다.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세계적인 매너를 배우며, 우아함을 배운다.


12년을 비행을 했지만, 기억이 나는 분이 있다.
퍼스트 클래스에서 만난 내가 참 닮고 싶었던 분.
그분과의 첫 만남은 5년 전 파리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였다.


그때 나는 퍼스트 클래스 담당 승무원이었다.

퍼스트 클래스에 50세 정도 되신

부부가 탑승하셨다.


탑승하시고 인사를 드리기 위해

퍼스트 클래스에서 근무하는 승무원들과 함께 승객 앞에 섰다.

인사를 받으신 인자한 인상의

대표님의 사모님이셨던 그분은
“오늘 퍼스트 클래스 몇 분이 근무하세요?”
라며 웃으며 물어보셨다. 나는
“오늘 퍼스트 클래스에는 3명의 승무원이 근무합니다.”
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분은 미소를 지으며 쇼핑백을 건넸다.
“오늘 점심때 호텔에 들렀다가 먹은 와플이 너무 맛있어서 승무원 언니들도 좋아할 것 같아 사 왔어요.”

그 마음이 너무 감사했다.


내가 닮고 싶은 분께 받은 선물, 와플.jpg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쓴다는 것.

해외 여러 나라를 가다 보면 각 나라마다 맛있는 걸 먹으면 사랑하는 이와 함께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누군지 모를 우리를 위해 시간을 내어 이렇게 준비해주셨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환한 미소와 함께 내 손에 놓인 감사한 마음과 함께 비행이 시작되었다.


비행 중 사모님께선 우리에게 맛있는 커피를 대접하고 싶다고 하셨다.
본인이 준비해서 갈아 오신 커피 원두를 거름망에 걸러 한잔을 정성껏 내려 첫 잔은 남편에게 드리고, 다음 세잔은 우리를 위해 내려주셨다. 한잔, 한잔 내려주시는 그 정성이 좋았다.


커피 원두를 뜨거운 물로 거름망에 내릴 때 나는 고소하면서 쌉싸름한 커피 향이 좋았다.

비행기라는 곳에서는 더욱 비행기에서 존재하지 않는 음식을 만난다는 건 참 반가운 일이다.

비행기 문이 닫히면

우리는 목적지가 어디냐에 따라 그 목적지의 시간만큼, 장거리라면 길게 14시간 동안은 비행기에 있는 음식만을 먹을 수 있기에-

낯선 이 커피가 내입을 신선하게 만들어 주었다.

커피 원두에 뜨거운 물로 손 수 내려주신 커피를 한입 마시자 입안 가득 커피의 깊은 맛이 퍼졌다.


창가에 한 좌석씩 배치되어 있는

구조의 기종이어서 두 분이 같이 식사를 하실 수 없게 되자, 남편분이 아내분이 식사할 때 곁에 오셔서 말동무가 되어주셨다.

서로를 살뜰히 챙기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나도 결혼을 한다면,

커피의 첫 잔을 내려 남편에게 드리는 아내처럼 남편을 위하고, 식사를 할 때는 곁에서 말동무를 해주는 배려심 깊은 남편을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분은 2주 동안 파리를 구경하시며 시간을 보내 실 거라고 하셨다.
다정다감한 말투, 부드러운 아이 콘택트,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행동, 인자하신 미소.
파리로 가는 12시간 동안 비행을 하며 찬찬히 본 그분은 너무도 우아하셨다.

다른 사람에게도 예의를 갖춰서 대하시는 것을 보고 그분의 '품격'이 더욱 높아 보였다.


비행하다 만나는 분들 중

본인의 품격을 낮추는 행동을 하는 분들을 만날 때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본인의 행동으로 자신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란 걸 다른 사람한테 보여준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 자란 '어른 아이'


같은 사람, 다른 품격을 지닌
사람들을 만날 때
나는 늘 생각한다.
나는 누구를 모델링할 것인가에 대해서-나는 어떻게 나이 들것인가에 대해서-


좋은 분들과 함께하는 비행은 나에게는 선물 같은 일이다. 어느새 선물 같던 파리 비행이 도착 20분을 남겨두고 있었다.


두 분께 하기 인사를 하러 다가갔다.
“오늘 두 분을 모시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나중에 결혼한다면 제가 본받고 싶은 분들을 만나게 되어 너무나도 감사한 비행이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늘 좋은 일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라며,
파리에서 좋은 일정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하기 인사를 드렸다.


“너무 친절한 승무원 언니들과 함께 비행해서 저도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우리 다음에 또 만나요. 늘 건강하고요.”
라며 사모님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인사를 건네 셨고, 대표님도 웃으시면서 인사를 건네셨다.


인사를 나누고 승무원 좌석에 앉아 창밖을 보았다.
파리의 오후 6시의 햇살이 비행기 창으로 따뜻하게 들어왔다.


“손님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파리 샤를 드골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담아 방송을 했다.
누군가는 그토록 꿈꾸던 파리에 도착한 것을 알리는 방송이기에.
그렇게 선물 같던 파리 비행이 끝났다.


내가 사랑하는 파리의 겨울.jpg

이렇게 비행하며 만나는 좋은 분들은

내 인생에 깊게 자리 잡는다.
나무의 나이테가 그 나무의 나이를 말해주듯,

나의 비행의 나이테는 이렇게 좋은 분들과 나눈 대화, 그들이 보여준 행동들, 좋은 분들을 닮고 싶다는 마음으로 짙게 새겨지고 있다.
그래서 난 이렇게 좋은 분들을 만나게 해주는 나의 직업이 참 좋다.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통해, 세계적인 매너와 우아함을 내 안에 채울 수 있다니 참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호텔에 도착해 깨끗이 샤워하고, 푹신한 침대에서 푹 자고 일어났다.

커튼을 열고 창을 보니 아직은 어두운 파리의 새벽이 눈에 들어왔.

문득 내 시선이 멈춘 책상에는

선물로 주신 와플이 놓여있었다.


아침 뷔페가 열기까지 2시간이 남은 상태에서 선물해주신 와플은 일용한 양식이었다.


'선물로 주신 와플을 먹어볼까?'


우선 좋아하는 뉴에이지 음악을 틀었다.

그리고 커피머신에 캡슐을 넣고 커피를 내렸다.
조용한 호텔에서 갓 내린 커피와

내가 닮고 싶은 그분에게 선물 받은

와플을 곁들였다.

와플을 한입 베어 물, 입 안 가득 깊은 단맛이 퍼졌다.
그리곤 갓 내린 커피를 곁들였다.

달콤 쌉싸름한 맛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문득 행복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감고 생각했다.

내가 닮고 싶은 그분을.

오랫동안 기억해야지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내 나이 스물아홉

12월의 마지막 비행은

나에게 따뜻한 추억이 되었다.


거리 곳곳 예쁜 레스토랑이 있는 파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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