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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재 May 09. 2019

독일에서 산업스파이로 의심받다

놀이터 디자이너의 험난한 길..

내가 스파이라고?? 


그러기엔 너무 허당인 사람인데….흠.


오래된 이야기지만, 잊혀지지 않는 황당했던 기억을 더듬어 본다.


Seil 제품과 테크닉에 대해 궁금해 하던 시기에, Günter가  Corocord의 이사 Herr. F를 추천 해 주었다.

Seil 전문회사이고 베를린에 있으니 연락해보라고 하였다. 

시애틀타워 대신 남산타워를 마음에 그려넣는다.


Herr.F와는 다행히도 영어로 대화가 가능했다. 하지만 그 당시 빈 자리가 없었고, 3개월 후에 가능할지도 모르니 기다려보라고 했다.  3개월이 지났고, 나는  준비한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첨부하여 다시한번 연락하였다. 다다시 연락주어 고맙다고 답장이 왔고, 나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에 주로인거 같은데, 어느 부서에 관심이 있는지 얘기를 해 달라는 문의였다. 나는 바로 플래닝, 프로덕트 디자인에 관심이 있지만, 어느 분야에서든 모든 배울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답장했다.


그리고는 30일이 지나도 답장이 없었다. 



놀이터 설치회사 Spielplatz-Komplett 에서 일을 하는 도중,  Carsten사장이 Herr. F과도 아는 사이이니, 전화해서 물어봐주겠다고 했다.


그리하여, 전화를 걸었는데. 이야기가 길어지더니 끊고나서 머리카락을 잡아뜯는다...?


Torsten 이 Herr.F 의 말을 전하기를....


"이 여인은 스파이로 의심이 된다.
이 경력으로 왜 인턴을 하려는건지.. 자꾸 연락이 오는데..두렵다.. 
아마도 우리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와서 우리의 정보와 노하우등을 캐내고, 한국에 돌아가서  카피제품을 만들어서 팔 것이다! "


그 말을 듣고서는 나는 너무나 당황해서 얼굴이 빨개졌다..

 Carsten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같은 독일인으로써 본인이 더 당황스럽고 미안하다고 말한다..

사실, 알고 보면 전 세계- 또한 독일 내에서도 제품의 카피등은 번번히 일어나는 일임을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왜 콕 찍어 한국이라서라니???!!!

(그에 항상 따라다니는 문장이 있다. 중국이나 한국은.....  ~~ 참나, 중국이랑 한국을 동일시 하는 자세!)

 

차를 타고  오면서 Carsten에게 말했다. 

"나는 정직한 사람이고, 거짓으로 스파이짓을 하여 카피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내가 계획하는 것은 독일의 철저히 안전하면서도 훌륭한 놀이기구와 안전 관련 법규 등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은 것이다. 

단순히 양말이나 가구를 파는 것이 아니라, 안전과 환경 등을 고려해야 할 복잡하고 중요한 일이므로 대충 하고 싶지 않다.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놀이기구 제작회사에서 제대로, 깊이 파악하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이해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 솔직한 마음을 막 쏟아냈다.


혼자 걷는길.............이 이상하고 끄름찌름한 기분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화가 나야하는지..

별것도 아닌 보통사람을 스파이라는 지식에이전트로 생각해주다니 놀라운 고맙게 느껴야하는지..

제품 카피한다는 한국의 이미지를 가진거에 기분이 나빠야하는지..

그런 나라의 사람으로 부끄러워야 하는지..

정말 알 수 없는...찌찌끄끄분한 기분....

찌찌끄끄한 거 보니...화가 나는 거 같으지....? 



발걸음이 멈추는 곳의 카페에 앉아 커피를 시켰다. (나는 카페인에 약해서 커피를 못 마신다..)

그리고는 설탕을 가득 부어서 마셨다.

이 기분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독한 카페인이라도 좀 넣어줘야 할까싶어서였나보다.

(사람들은 이럴때... 보통 소주를 마시나?,..)


누군가와 이 상황을, 이 기분을 쏟아내어 토론하면 좋겠는데... 불행히도 아무도 없다...


한국에 계신 내가 존경하는 지인 분과  메시지를 보냈는데 다행히도 바로 전화를 주셨다.. 

이 이상한 기분의 사건에 대하여..


그리고 긴 이야기 끝에 다음의 문장의 결론에 이르렀고, 그 이후로 카피얘기를 꺼내는 사람과의 대화 때마다 조곤조곤 말해주고 있다.



"한국은 지적재산권의 보장이 100% 이루어지는 나라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나라로써, 지적재산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제품카피는 비일비재하다. 우리나라를 중국과 동일시 하지 마라! "
 "Korea ist ein Land, in dem geistige Eigentumsrechte garantiert sind.
Im Gegenteil, China ist ein sozialistisches Land, und seine geistigen Eigentumsrechte sind nicht garantiert, so dass die Produktkopie unsichtbar ist. Identifizieren Sie unser Land nicht mit China! "



속시원하게!



나는 좋은 놀이터란 안전하게 만들어진 놀이기구와 안전을 고려한 설계, 설치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글을 읽지도 못하는 아이들의 놀이터에, 장황하게 주욱 나열한 안전수칙이나 부모가 따라다니며 잡아주는 손.. 위험제로목적의 3살 미만 수준의 디자인..

이 모든 것은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를 위해 계속해서 공부하고 더 파고들고 더 파고들고 있는 중이다..

다시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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