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약해지면 거미는 더 세진다.
2019년 7월 14일 일요일.
그의 상태는 좋아지지 않고 매일 일정하지 않은 컨디션이다..
키모테라피를 시작한지 4개월째.. 2개월동안 시도한 약은 효과가 없었고, 새로 시작한 두 번째도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밤에 극심한 두통으로 편하게 잠을 못 자고 계속 깨게 되고, 그래서 아침이 가장 힘들고, 오후에는 조금 나아지고, 저녁에 해가 지고 나면 조금 좋아져서 밤산책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G, 당신! 아마도 암세포가 생긴게 아니라 뱀파이어의 세포가 생긴게 아닐까?
라고 장난으로 한 번 웃게 만들어 보지만, 웃음이 많이 줄어들어서 안쓰럽다.
아직 체중이 심하게 빠지거나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거나 하는 겉으로의 모습의 변화는 없어서 다행이지만 팔팔 넘치던 기운이 없고 자꾸만 누워야만 편안하다고 하신다.
그래도 우리는 맛있는 점심을 준비해서 함께 먹고, 그가 잠시 잠든 동안 우리는 산책을 한다.
어릴 때에는 잘 보이던 네잎클로버는 왜 꼭 찾고 싶을 땐 안 보이는 걸까? 시력이 나빠진 걸까? 어른이 된 나는 영혼이 순수하지 않아서인가? 꼭 찾아서 그에게 주고 싶은데...
단단한 체리나무를 깎아서 유니콘 뿔을 만들었다.
유니콘이 상상 속에만 있는 동물이라고 말들 하지만, 나는 그 존재를 만날 수 있을거라는 기적의 순간을 믿는다. 그 기적의 믿음을 유니콘 뿔에 담았다. 희망과 기적이 담겨져 있다고.. 아마도 사실은 내 마음만 가득 담겨 있다는 걸 그도 알고 있을테지만, 그래도 또 한 번 웃으며 바로 목에 걸고는 정원에 나가 따뜻한 햇살 아래 해먹에 누워 잠이 들었다..
식사 후에 설겆이를 하는데, 구석구석 거미줄이 쌓인걸 보니 마음 한 구석이 아련해졌다..
늙어가는, 약해지는 두 분의 세월처럼, 손이 닿지 않는 여기 저기에 용케도 알아채고 자리를 차지하는 거미줄들... 유난히도 손님들을 많이 환대하셨고, 그들을 위해 꺼내졌던 수많은 접시들도 할 일을 점차 잃고 시무룩하게 쌓여있다...
이제는 힘이 들어서 손님을 초대할 수 도 없지만, 내가 더 자주 와서 빈 자리를 채워드려야 겠다.
그저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서 함께 먹고, 케잌을 구워서 나눠먹고, 배불러도 아이스크림을 꼭 먹고, 설겆이하고, 바늘에 실을 꿰어드리고, 산책하고... 이런 작은 평범한 일상으로 우리는 평안함과 우정을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