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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재 Nov 04. 2019

독일 드레스덴 놀이터 프로젝트
-세 번째

학교 놀이터 만들기- 결혼식 날

우리의 출근길.

매일 아침 06시  Ostriz에서 출발하여 07시 40분에 Dresden에 도착한다. 


자리도 불편하고, 자고는 싶은데 깊이 못 자겠고, 그래도 매일 함께 출퇴근을 해낸 장한 내 아들!
같은 도로 위에  Ostriz는 나무가 줄줄이 서있고, Dresden은 자동차가 줄줄이 서있는 차이.


08:00 학교 수업 시작과 동시에 작업 시작

발도르프 학교에서의 하루 시작은 항상 같다. 일정한 생활리듬을 중시한다.

그 날의 하루를 함께 보낼 모든 사람들이 교실에 모이고, 

선생님은 촛불을 밝히고, 칠판에 날짜와 요일을 천천히 적는다.

누가 오늘의 수업 스케줄을 말해볼래요? 하면 손 드는 아이 중에 한 명을 지목하고 아이는 천천히 하루 일과를 읊으며 모두 함께 머리와 몸에 담는다.

일어나서 아침을 여는 시를 입으로 몸으로 읊는다. 

나도 같이 몸으로 읊는다..

그리고는, 한 명씩 이름을 호명하며 인사한다. 

"Guten morgen, Frau Heschike"

"Guten morgen, Herr Weise"

"Guten morgen, Frau Lee" .............

오늘 작업의 설명을 David가 시작하고, 각자 전할 이야기를 짧게 전하고 밖으로 나간다.


발도르프 교육에서는 신체-정신-영혼의 조화로운 교육을 강조하기 때문에 신체(손과 발)를 이용하여 정신과의 협력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노작교육'을 중시한다.

*노작교육이란? *

단순한 지식 전달의 교육이 아니라, 작업을 통하여 스스로 익히고 깨치게 하는 교육

에포크 수업은 동일한 과목을 매일 2시간 정도 3~6주에 걸쳐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발도르프 학교만의 특별한 수업 방식이다. 특정 과목을 선정하여 매일 오전 첫 수업으로 공부한다. 에포크 수업을 오전에 시행하는 이유는 아이들의 체내 리듬을 고려한 것인데, 오전 8시부터 10시 사이의 집중력이 매우 높기 때문에 아침 첫 수업으로 100분 동안 진행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에포크 수업으로 놀이터 짓기 프로젝트를 선택한 것이다.

차에서 작업장비들을 내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서로들 무거운 걸 들고 가려고 기다린다.ㅌ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바로...... 결혼식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모두 무슨 결혼식일까, 어떻게 할까, 언제 하지? 궁금해하면서 준비작업에 몰두했다.



뒤에서 지켜보기만 하던 겁이 많은 Lara도 오늘은 도전해본다./ 기계진동에 눈 질끈 감지만 다시 눈 크게 뜨고 끝까지 해낸다.
우리도 열심히 마무리 다듬기


드디어 결혼식!

어떤 놀이터가 만들어질지 아이들에게는 공개하지 않았었다. 모두들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열어두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슨 결혼식인지, 어떤 모양이 될 건지 궁금해서 폴짝폴짝 뛰고 난리다!

1그룹, 2그룹 모두 함께 모였다. 

그리고는 다시 4 그룹으로 나누어 각 팀별로 중심 기둥을 한 개씩 맡았다.

이제, 한 팀씩 중심 기둥에 연결할 매달리기 손잡이를 끼운 나무를 가져와서 연결할 것이다.



첫 번째 그룹, 모두 힘을 합쳐야 가능한 일. 아이들은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
두 번째 그룹, 남자들은 힘자랑을 꽤나 하고 싶어 한다. 뿌듯하고 어른 남자가 된 느낌!


드디어 합체 완료! 결혼식이 성사되었습니다!!
이제, 결혼식의 피로연이 있어야겠죠?


그동안의 작업에 대해 칭찬하고, 안전에 대해 설명하고, 작업자들이기 때문에 특별히 모두 테스트를 해 볼 수 있기로 한다. 이는 작업 과정에 대한 수고를 인정받고, 직접 만든 놀이기구를 그 누구보다 처음으로 놀아 볼 수 있다는 특별함으로 신나는 기분을 장착하게 된다. 

한 명씩 도전할 때마다 응원하고, 못 해도 위로하고 기다리고 연구하고 다시 도전하는 자라고 있는 아이들.
쉬는 시간, 1학년~12학년까지 전교생들이 나와서 지켜본다. 특별한 놀이터가 완성되어 가고 있다.


끊임없이 만지고, 고민하며 도전하고 연구하는 아이들은 매 순간, 1초마다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고 있다.

교실 책상에 앉아서 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공사장에서도 어디에서든 아이들은 배우고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다. 


** 글쓰기 어려움이 있는 학생**

학교에서 학생이 글쓰기에 어려움이 있을 때, 이것을 아이큐 또는 지적발달이 느리다고 간주하지 말고, 손아귀의 힘을 키워주도록 하는 것이 좋다. 

Handarbeit (손으로 하는 작업), 조각이나 만들기, 수놓기, 짓기 등.

손작업을 며칠하고 나면 오히려 글쓰기가 쉬워진다. 놀이기구 결혼식 피로연 때 첫 번째로 멋지게 시범을 보여준 Paco 가 그렇다. 글쓰기를 싫어하고 어려움을 겪어서 손으로, 몸으로 하는 작업을 주기적으로 추가하여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금은 굉장히 많이 좋아져서 글씨도 잘 쓰고 그림 그리기도 즐겨한다.



아직 7살인 (한국 나이 1학년)인 강민이는 아직 손아귀의 힘이 약하다. 한참 동안을 지켜보기만 하더니, 용기를 내어 도전해 본다. 처음엔 한 칸, 그다음엔 세 칸, 계속해서 떨어져도 또다시 도전한다. 본인이 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더 잘하는 형과 누나들을 보면서 나는 못 해서 창피한데.....라는 마음을 접고, 오로지 본인에게만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날 저녁, 강민이는 손바닥이 이상하다며 보여줬다.. 

그것은 바로....
굳은살이 생긴 것이었다.

이것은 아주 무거운 것을 자주 들거나, 센 것을 잡았을 때 생기는 건데, 이것이 생기면 그 부분은 더욱 단단해진단다. 너의 손바닥은 이제 아주 단단해지고 더욱 세졌다는 표시야!!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촉과 단단한 부분이 생겼다는 기쁨은 7살 아이이게 아주 새롭고 커다란 자신감으로 자리를 잡았다. 

엄마도 기뻐! 강민아, 굳은살 생긴 거 축하해!! 


자, 이제 전기선 걷고 정리하고 집에 갑시다~!

정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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