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살아남기
우리가 운이 좋았던걸까?
독일에서 마음이 따뜻한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어린 아들에게는 엄마와 단둘이서 힘들었던 생활이였을텐데도 잘 지내주어 고맙고 미안하다.
어느 나라에나 마찬가지로 독일에도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이상한 사람이 있다.
다만 나는 좋은 기억만 가지고 사는 편이다.
오히려 아이 눈에 비친 이상한 사람, 특이한 사람, 나쁜 사람,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을 만났을 때에는 바르게 설명 해 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예를 들면, 유난히 거지가 많은 베를린에서 내가 대답해야할 것이 많았다.
"거지는 왜 길에서 자는거야? 나도 컵을 놓으면 돈을 벌 수 있는거야? 엄마는 왜 돈을 안 주는거야? "
"신체가 멀쩡한데 노동을 하지 않고, 노력으로 돈을 벌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주지 않는거야."
"근데 저번에 슈퍼에 있던 거지한테는 왜 돈 줬어?"
"슈퍼앞에 있던 사람은 카트 앞에서 모두에게 웃으며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했었지? 돈을 벌기 위해 고민과 생각을 했고,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 모습이 멋져서 돈을 준거지. 꼭 돈을 주지 않아도 돼. 너가 나눠줄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고마워 할 거야." 응, 너가 먹고 있는 그 바게트 빵이라도말이지."
형제가 없는 외동인 아들이 외롭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어릴때 부터 다양한 인종과 성격의 사람들 대한 경험을 갖는 것은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불편한 점이 많아도 여럿이서 생활하는 공동생활을 선택하였다. 이상하다고, 내가 이해가 안된다는 주변 의견들이 많았지만, 2평남짓 되는 방 한 칸과 냉장고 한 칸으로 지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는 추천하고 싶다.
8명이 사는 게스트하우스, 헬프엑스 하우스, 룸쉐어 하우스 등..
그 곳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 채식주의자, 깔끔결벽자, 악마혐오자(해골그림있는 걸 보면 화가나고 쳐다보지 못한다) 식물애정가, 조깅매니아, 전투기를 만드는 사람, 자전거로 세계일주 중인 사람, 조각가, 놀이기구 제작자, 아픈사람, 우주공학을 공부하는 사람, 화석발견이 직업인 사람, 미국인인데 독일에 사는 사람, 아침식사로 쿠키와 에스프레소를 먹는 이탈리아사람, 천재피아니스트, 항상 화내고 소리지르는 사람, 장소를 불문하고 젖을 꺼내어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엄마들, 흰 쌀밥을 좋아하는 이탈리아 여자, 김치를 직접 만들어 먹는 독일 남자, 이유없이 도와주는 처음보는 사람, 한국사람같은 캐나다사람, 대장장이 체코인, 고맙다는 말을 달고 사는 인도사람, 자신을 사랑해서 자기이름을 문신한 사람, 몸의 모든곳을 가리고 다니는 사람, 등등...
아마도 시간이 흐르면 아이는 그들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과 나눈 감정- 우정, 고마움, 배려, 자유로움, 존중, 개성, 게으름, 화냄 등은 마음 깊은 구석에 스며들어 진한 영양분이 되었을 거라고 믿는다.
되도록이면 아이들에게 다양함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도록 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축적된 인간에 대한 다양한 경험은 성인이 되었을 때 제각각 너무나 다르고 다양한 감정공유에 강하게 적응하고 대처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