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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재 Feb 05. 2021

독일에서 태권도 배우기

독일에서 살아남기

독일에서 강민이가 한국인으로써 자긍심을 가지고 성장하면 좋겠다는 마음에 태권도를 배우기로 했다. 

다행히도 동네에서 멀지 않은 곳에 태권도장이 있었고, 사부님은 독일인이였다.


8살 강민이는 아직 독일어에 자신이 없어서 여러 모로 위축되어 있는 상태였다.

태권도장에서는 1부터 20까지 한국말로 해야하고, 모든 권법과 뜻까지 한국말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소문을 듣고 좋은 기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도 배우고 싶어! 라고 했지만 사실 속마음은 아는 친구가 한 명도 없는, 낯선 곳을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편이라는 걸 알기에 용기를 북돋기 위한 내 작전이였다. 

학교에서 괴롭히던 아이를 도장에서 만났다.(거들먹 거리며 째려보는 2살 많은..) 아이는 두려워 피하지 않고,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


독일에서는 모든 운동을 1번~3번정도 체험해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자신이 좋아하는지, 자신의체력에 적합한지, 정말 하고 싶은지를 여러 번에 걸쳐 직접 겪어보고 결정하도록 권장하는 것이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은 한 번 맛이라도 봐야하고, 한 번 시작한 활동은 세 번은 해 보고 좋다 아니다를 판단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나에게 딱 안성맞춤인 시스템이다. 

(이런 체험수업 덕분에 아이에게 여러가지를 다양하게 만나보게 할 수 있고, 직접 고를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는 예를 들면, 쿵푸, 기계체조, 농구 등)


우리가 만난 태권도는 "권재화 태권도" 라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였다

사부님은 독일인인데 권재화태권도에 대해서 설명을 자세히 해 주시고 관련 DVD 영상물을 빌려주셨다.

입구에 붙어있는 포스터

 


권재화라는 한국분이 유럽에 전파하신 태권도인데, 북한식 태권도라고도 불린다. 

권재화 사부님은 현재 79세로 태권도가 일본의 가라데에서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조금 다르게 (예를 들면 역수도 격파) 만든 태권도인데 독일에 80개가 넘는 도장이 있다.

자연스러운 일상의 기술 움직임, 시합보다는 자기수련과 기본 건강을 위함, 단수를 높이는 데에 집착하지 않는 겸손함, 예절 등의 철학이 마음에 들었다. 

권재화 사부님의 제자들이 여러명이지만 또 다시 각자의 철학과 가치관을 담고 있다보니 도장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우리 도장의 사부님은 겸손과 예절 그 자체이시다.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섞여 수련을 하고, 단지 나누는 것은 단별로 줄을 서서 한다. 

앞쪽이 높은 띠(검정띠, 파란띠 등등) 뒤쪽이 낮은 띠(흰띠 노란띠 등..) 뒤에서 앞의 선배님들을 보면서 배우고 따라하라는 뜻이다. 

일주일에 몇 번 오는지는 본인의 체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우리는 주 3일 저녁 6시 수련시간에 참여했다. 깨끗하고 흰 도복과 흰 띠를 단정히 매면 마음가짐도 매만져 지는 듯 했다.

(수련 중에 도복이 헝클어지면 뒤쪽으로 가서 뒤로 돌아 사부님께 보이지 않게 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온다)



우리 도장에는 4살부터 55세까지 수련생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많은 타임에는 집중력 향상시키는 재미있는 수련방식도 진행한다. 기본적으로 1에서 20까지 (하나, 둘, 셋, 넷,…스물) 횟수 세는 것과 (型)=>품세(品勢), 그리고 그 뜻을 모두 한국말로 할 줄 알아야 한다. (예를 들면 단군형, 화랑형 등) 독일 사람들이 한국의 고대역사 의미를 한국말로 읊는 모습에 가슴이 쿵쾅거리고 멋져보였다.


가까운 지역의 도장 연합 소풍 및 수련의 날: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한다.


1단 이상 고수님들의 대련시범을 보는 날은 정말 재밌고 존경스럽다. 

승급 심사는 사부님께서 직접 하시는데, 그 시기는 본인이 정한다. 

흰 띠인 본인이 이제 노란띠에 도전할 준비가 되었다고 자신감이 생기면 사부님께 말씀을 드린다. 그럼 2주동안 사부님은 그 사람이 정말 준비가 되었는지 집중적으로 보고, 부족한 부분을 짚어주신다.  그리고 언제든지 수련시간 전 후에 선배들에게 짬짬이 물어보고 보고 배울 수 있다. 모두들 너무나도 친절하게 진심으로 도와주고 가르쳐준다. 

승급심사는 두 번에 걸쳐 테스트한다. 수련시간 중간에 진행되고, 다른 수련생들은 모두 무릎에 손을 올리고 지켜보고 성공하면 박수를 쳐 준다. 다른 수련생의 승급심사 또한 배움의 시간이기도 하다. 4살짜리 아이도 절대 흐트러지지 않고, 바르게 앉아서 끝까지 지켜본다.


사부님은 말씀하셨다. 

띠를 올리는데에 목적을 두고 수련을 하면 금방 질리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진정한 수련이 아니라 암기일 뿐이다.
 열심히 꾸준히 수련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준비가 된다. 본인이 모른다 해도 내가 안다.
만약 빨리 검은띠를 따고 싶다면 다른 도장으로 가라.
나는 태권도를 오랫동안 즐겁게 하기를 바란다. 하루하루 자세를 익히며 내 몸을 단련시킨다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한국인인데, 독일인 사부님 덕분에 한국의 태권도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존경하는 사부님, 감사합니다.


 

Jürgen Schmidt 사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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