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연재 Aug 18. 2021

서핑이 어린이에게 좋은 이유

균형감각-신체발달-도전정신

8월14일. 

제주도는 비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평상시에도 비맞는걸 좋아하는 아이니까 더 좋아하겠군!

비맞는건 괜찮은데 파도가 너무 센 건 걱정이 됐다.  그래도 바다로 갔다.


오전11시. 

바다에서는 보드가 날라다니고 프로 서퍼들이 일어섰다 빠지고, 휘몰아치는 파도에 겁먹은 초보자들은 들어가지를 못하고 있었다..


강민이는 초보 서퍼다. 지금껏 2회, 총 6시간을 타 본 왕초보가 이런 바다 앞에 서 있다. 

저체온증을 대비하여 수트를 입었고, 얼굴과 몸은 이미 비바람에 온통 젖어 있다.

보조강사가 말했다. 

"30분 전까지는 파도가 괜찮았는데, 지금은 안 좋아서 들어갔던 사람들도 나오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코치님은 이미 바다에 들어가 계셨다. 

" 강민아, 어떻게 할래? 너가 결정하도록 해. 파도가 세서 아마도 잡아서 타기는 힘들겠지만 코치님이 계시니까 도전해 볼 수는 있어."

" 원래 서핑은 파도 타는 거 아니야? 그럼 파도가 세면 더 좋은 거 아니야? 타볼래!"


그렇군! 

내가 예전에 겪었던 심한 파도를 뚫고 들어가는 10번의 시도 끝에 힘이 빠져서 포기했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계속 두근거렸다..' 그 말은 맞는데 들어가보면 달라.... 보드가 날아다니다가 이마가 깨지고, 이빨이 부러지고 코도 부러지는 사람들을 봤었거든...아...너한테 그런 일이 생길지도 몰라...하지 말라고 할까? 못하게 강하게 말릴까? 이건 너한텐 무리인 기상 상황이라고 포기하는게 맞다고 말하고 싶은데.....'


하지만 강하게 믿고 있는 한 가지 때문에 강민이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직접 겪어보는 것' 
 가시가 따가운 것도, 계곡물이 얼음같이 차가운 것도, 토끼의 털이 부드러운 것도, 모두 직접 느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다. 몸의 온 감각이 동원되어 데이터를 만들고 기억 속에 소복히 쌓일 부분이다. 그 누구도 대신 해 줄 수 없는 것이다. 촉각, 후각, 시각, 청각, 미각이 그 순간의 감정과 통합되면서 하나의 물방울을 만들고 그 물방울은 머릿 속에, 마음 속에 저장이 된다. 아이들에게 이런 물방울이 가득 담기면 세상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에 긍정적인 마인드가 생기고 다양한 모습의 삶에 대한 준비를 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렇게 강민이는 자신이 스스로 결정하고 바다로 들어갔다. 스스로 내린 결정에는 짜증도, 후회도, 투정도 내지 않는다. 그럴 수 가 없다는 것을 본인도 안다. 그 다음의 행동도 본인이 생각한대로 결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아이의 성장의 순간들을 지켜보는게 좋았다. 비바람에 머리카락이 얼굴을 휘감고, 180도 각도에서 쏟아지는 비로 인해 옷은 이미 흠뻑 젖었어도 바다속에서 젖어 있는 저 아이와 동일시 되어 있는 느낌이라 아무렇지도 않았다.  10분후, 폭우를 겸한 거센 파도에 들어갔던 다른 유소년들은 힘들다고 포기하거나 아이가 다치겠다고 데려가거나하여 모두 가 버리고, 강민이 혼자만 남았다.

강민이는 큰 파도에서 놀아보고 싶었다며 더 하겠다고 했다.  2시간.. 부서지는 파도에, 예측할 수 없는 물보라 방향에, 수 도 없이 넘어지고 빠지며 실패하고 여러번 성공했다.

두 번의 쉬는 시간에 아이의 모습은 힘들어 보였다. 

“재미있는데 힘들어” 

‘바로 그거야! 자신이 원하는 재미를 위해서 힘든걸 감내하는 것!’


아이는 자신의 한계를 만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계에 도전해보고 싶어했고, 스스로 그 한계를 넘어보고 있었다. 나는 그저 시간을 주고 믿음을 가지고 위험속에서의 성장을 지켜보았을 뿐.


계속되는 실패
거듭된 실패 중에 성공하는 짜릿함

마지막에 큰 파도를 거침없이 넘어가는 모습이 뭉클했다. 5분여를 계속해서 더 바다 깊숙히 들어갔다. 코치님이 계셔서 가능한 일이였지만, 망망대해에 잡아먹을듯이 거세게 밀어붙이는 커다란 파도를 눌러가며 넘어가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절대 눈감지 않고 똑바로 뜨고 자신을 믿는 그 움직임이 감동스러웠다. 

파도속으로 내가 간다


똑같이 비맞으며 아이의 성장을 바라보는 순간은 얼마나 경이로운가!

실패를 딛고 계속 도전하다보면 해낼 수 있다는 인생의 법칙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성장기의 열 한살..

매거진의 이전글 11살의 어린이날- II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