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살아남기
9. 매일 아침 김치먹는 마티아스
마티아스와 데이지: 이 부부는 강민이 유치원 친구 Alba의 부모이다. 데이지는 (아버지는 헝가리인, 엄마는 독일인, 독일통일전에 DDR에서 부모가 만났고, 그곳에 살다가 헝가리에서 2년을 초등학교 다녔는데 아주 엄격하고 규칙이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통일된 후 여행이 자유로와지자 슈투트가르트로 갔다가 거기에서 자랐다.) 베를린에서 꽤 실력있는 헤어드레서이자 미용기술트레이너이고 마티아스는 락밴드의 기타리스트이자 오디오 에디터이다.
마티아스는 매일 아침 김치찌개를 먹는다. 2년 전 어느날, 아시아마트에서 김치를 사다 먹었는데 오묘하고 매콤하고 아주 맛있었단다. 이걸 다르게 먹을 순 없을까하고 수프로 시도 해 본 이후로 쭉 매일 아침으로 먹고 있는 최애메뉴라고 한다. 보통 겨울엔 항상 감기에 걸려 고생했는데, 김치를 먹은 이후로는 겨울에 단 한번도 아프지 않았다며, 이게 다 김치의 효과라고 말한다. 나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밥이랑 먹냐고 물었는데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냥 집에 있는 거 아무거나와 먹는단다. 빵이랑 김치찌개, 과일이랑 김치찌개, 밥이랑 김치찌개 등등.. 중요한건 매일 아침 김치찌개를 먹는 식사습관이다. 오늘도 끓여놓은 찌개가 있어서 뚜껑을 열어보니 냄새가 진정한 김치찌개다. 오, 내가 끓인 김치찌개보다 더 맛있다. 쩝!
심지어는 마티아스는 김치를 직접 담그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배추,고추가루,생강, 마늘,,,,여러가지 넣는다는데.. 다음에 담글때는 같이 해봐야겠다. 독일사람이 김치를 담글때는 어떤 재료를 넣는지..배추를 소금물에 절이기는 할까?
그리하여…아침식사의 풍경은 데이지와 알바는 뮤슬리를 먹고, 마티아스는 김치찌개를 한 사발 먹는다.
데이지가 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데이지는 미용실로 출근을 하는데 손님 가까이에서 머리를 만지고 본인의 머리도 만지며 설명을 한다. 보통 아침루틴이 샤워를 마치고 아침식사를 하고 출근을 하는데, 그 날따라 유난히 머리에서 김치냄새가 하루종일 나서 민망하고 창피했다고 했다. 마티아스가 새로운 레시피라며 생선을 넣고 삭힌 김치였다고 들었단다. 김치 냄새는 아주 진하고 오래 가기 때문에, 요즘에는 반드시 아침 식사 후에 머리를 감고 출근한다고 한다. 너무 웃겨서 배꼽을 잡으며 웃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걸 배웠다. 데이지는 김치냄새가 그렇게 싫었어도 마티아스에게 김치를 먹지 말라고 불평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아침 루틴을 바꿔서 해결하면서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는 자세다. 존경합니다.
그렇게 넓은 마음을 가진 부모와 함께 자라는 딸 알바는 4살이다. 엄마에게 자주 물어본다고 한다.
„ 우리는 왜 한국말을 못하는 거예요?“
„ 왜 강민이는 한국인이예요?
„독일사람이랑 한국사람이 달라요?“
„생긴 것도 똑같고, 먹는 것도 똑같은데 왜요?“
알바는 파란 눈동자에 금발이고, 강민이는 까만 눈동자에 까만색 머리를 가지고 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도, 국적이 달라도, 생긴 모습이 달라도 알바에게 강민이는 그냥 좋은 친구이자 오빠인 것이다. 참 고맙고 순수하고 그게 진정한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독일에서는 어릴적부터 인종차별에 대한 금기 교육과 열린 가치관에 대해서 강하게 중요하게 가르치고 있다.
어제는 독일과 한국의 월드컵 예선전 경기가 있었다. 우리는 재미있을거 같아서 함께 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그냥 같이 누군가를 응원하는 게 신이 났었고, Alba는 강민이를 따라 „Korea“를 외치면서 아이둘은 한국을 응원하고 엄마 둘은 독일을 응원했다. 한국이 2:0으로 이겼다. 우리 모두는 한 마음으로 기뻐했다. 왜냐하면 누가 이겨도 상관없었으니까, 그저 즐거운 경기에 감사하고 함께 같은 일로 뜨겁게 응원하며 한 마음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국이 이겼으니, 엄마가 저녁 쏜다!
그렇게 함께 즐기고, 서로가 좋은 일에 축하 해 주고고 속상한 일에 위로해 주며 살자.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