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학준비 선물로 마라톤을 신청했다
독일에서 살아남기
강민이가 초등학교 입학 할 나이가 되었다.
나는 마냥 아이의 성장이 기쁘고 반갑고 기대되는데, 정작 아이는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약간 더 차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유치원에서 또래의 친구가 2명 뿐이였기에 같은 나이의 친구들이 100명이나 된다는 사실에 우선 좋아하고 반가워했다. 사실, 어떤 두려움일지는 나는 정확히 모르겠다. 아직 독일어가 서툴러서 마음껏 표현하지 못할까봐일 수도 있고,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일 수도 있고, 얼만큼일지 얼마나 어려울지 모를 공부에 대한 걱정 때문일 수도 있겠지...
이렇게 두려워하는 아들에게 엄마로써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뿌리가 단단하게 서 있기를 바랬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 돌아온다는 말이 있듯이.
낯선 독일에서도 긍정적인 마인드와 건강한 몸을 가진 학생으로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그러기 위해서는 자존감이 높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자존감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마라톤을 신청 했다.
달리기를 좋아하고, 본인이 아주 빠르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결과에 따라 자신감을 얻을 수 도 있겠지만, 또한 기대보다 못한 자신에 대해 실망감을 얻을 수도 있는 일이였다.
하지만, 마라톤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고 실험이다. 장거리는 처음 뛰어보는 기회이고, 끝까지 해냈을 때의 쾌감과 성취감을 느끼게 되는 매력을 가진 행사다. 나는 단순하게 아이가 해 낼 거라는 믿음으로 그 성취감을 느껴보길 바라는 마음에 신청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괜찮다.
준비운동 타임1.1km
참가자는 유아부터 청소년까지다. 한여름 6월이다. 선수들을 위해 물과 과일 등이 준비되어 있다.
55번을 달고,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뛰었다.
이렇게 긴 구간을 혼자서 뛴 적은 없었는데.... 동네에서 장난으로 뛰던 것과는 전혀 다를텐데... 속도 조절, 호흡 조절은 어떻게 하려나.... 100% 믿는다더니 어느새 걱정 한가득하며 도착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보인다! 독일 아이들 사이로 검은색 머리 내 아들이 보인다! 땀이 흠뻑 젖었고, 팔은 쳐져 있었지만, 표정은 당차 보였다.독일 사람들의 환호성 사이로, 나는 한국말로 크게 외쳤다. 아들 귀에 들리도록 크게!
"강민이 화이팅!!!"
아.....눈물이 났다...내가 뛴 것도 아닌데, 난 이미 열 바퀴는 뛴 것처럼 심장이 쿵쿵거려서 현기증이 날 정도다.
마지막 3m를 남기고 힘이 났는지 속도를 내서 목표지점에 들어왔다. 숨을 고르며 당당하게 가슴에 메달을 달고 엄마에게 달려온다.
"엄마, 나는 많이 달리면 다리가 아플 줄 알았는데, 심장이 아프더라!
중간에 달릴 때는 굉장히 조용했어. 숨소리랑 새소리만 들렸어.그래서 뛰고 있는 것 같지 않고 이상했어."
"엄마, 나 메달 받았어. 이것 좀 봐."
그래, 그랬구나! 그런 걸 느꼈구나. 말로는 절대로 느껴볼 수 없는 느낌이겠구나!네가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러워. 정말 멋져! 1.1km를 쉬지 않고 달리다니. 대단해!
넌 마라톤을 끝까지 달려서 해냈으니 앞으로 뭐든지 다 할 수 있을거야. 굉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거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