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살아남기
10. 주머니가 불룩불룩한 아이들
독일 아이들 주머니는 무언가로 가득 차 있다. 강민이도 유치원을 다니면서부터 주머니가 가득 차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같이 걸어가다가 길에서 쓰레기통을 만나면 엄청 반가워한다. 쓰레기통이 뭐가 좋다고 그리 반가워할까?
주머니를 주섬주섬..뒤적뒤적..아이들 주머니 속에는 온갖 쓰레기가 가득 들어있었다. 쓰레기가 생길때마다 자신의 옷 주머니에 넣어놓고 쓰레기통을 만나면 쏟아내는 것이였다. 사탕껍질, 휴지, 구겨진 스티커 등등 별의 별것들이 다 들어있다. 바로 버릴 수 없을 때는 자신의 주머니 속에 넣어놓고 다니는 것이다. 쓰레기통을 만날 때까지! 쓰레기통을 못 만나거나 깜빡했을 때는 어쩌다보니 몇일동안 쌓여서 주머니가 아주 불룩 해 있기도 하다.
그 불룩불룩한 주머니가 참 귀엽고 기특했는데, 신기하게도 한국에 와서 보니 아이들 주머니가 홀쭉하다. 그 작은 쓰레기들은 과연 어디로 가는 걸까? 강민이도 강민이의 친구들의 주머니는 텅텅 비어있다.
우리집에 아이들이 놀러오면 아주 예의가 바르다.
"이모, 쓰레기는 어디다 버려요?" - '저는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지 않는 어린이랍니다.' 라고 묻는다.
"응, 너의 바지 주머니에 넣으면 돼~" 라고 대답하면 황당해한다. '뭐 저런 아줌마가 다 있어? 라는 표정?
지금도 밖에서는 그렇게 대답하지만 집에서는 쓰레기통의 위치를 알려준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독립의 아이콘인, 그 불룩한 주머니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