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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김연지 Oct 25. 2020

회사에 다니지만 날 위해 일합니다

[나를 위한 질문]"해야 하는 일 말고 일해야 하는 이유"



며칠 밤을 새도 말똥말똥하던 20대를 지나 조금만 잠을 설쳐도 다음날 똥덩어리가 되는 듯한 30대 중반을 넘어가고 있다.하 벌써부터 이러면 40대, 50대는 어떨런가; 현재 내 나이는 잠깐 잊었다가 10대, 20대일 때를 생각하고 행동할 때가 있다. 어떤 형태로든 현타가 온다. 작은 '불'씨에도 '훅' 간다는 불혹이 코앞이라는 걸 느낀다.

재밌는 건, 불안하고 흔들리기만 하던 20대, 30대 초반보다 체력적으론 다소 딸리더라도, 눈가와 팔자 주름이 더 있더라도 지금이 훨씬 좋다는 것이다. 내 나이가 좋고, 내가 나여서 좋다.




기자란 꿈을 이루기 위해 언론정보학과에 들어가고 대학시절 포함 수년간 공부한 끝에 기자란 명함을 마침내 가졌다. 화장은 안 해도 '김연지 기자'라 찍힌 명함은 모서리 끝이라도 상할라, 예쁜 케이스에 한 장 한 장 소중히 꼭꼭 넣어 다녔다.


그리고 몇 년 뒤.. 출근길 그저 명함통에 쑥, 손을 내밀고 한주먹 잡히는 대로 집어 주머니에  집어넣고 다닐 즈음, 내가 품었던 기자에 대한 환상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머 네 생각 같을 줄 알았니? 세상 순진한 척은 ㅎㅎ)



언론사 공채에 합격했을 땐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그동안의 내 노력과 서러움들이 다 보상받는 것만 같았다.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일도, 관계도, 내 의도대로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게 많은 걸 깨달았다. 내가 주도적으로 상황을 타개해가기보단, 주어진 상황에 이리저리 휘둘리기만 했다. (인생이란 뜻대로 될 수만은 없는 게 당연한 것. 세상과 부딪히며 성장한다는 게 바로 이지점인 듯하다)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그날의 운명에 나를 맡겨야 했다.그런 불확실성은 확실히 내 안의 불안을 키웠다.


근데, 뭐 기자뿐이겠어. 모든 직업이 그렇지. 다들 죽지 못해 일하고, 갈 데 없어 계속 다닌다고 하지 않나. 그 취준생 서럽기만 하던 시절 열정 페이 받으면서도 "괜찮습니다, 뽑아만 주신다면 회사에 뼈를 파묻겠습니다!!!!이렇게 외쳤지..


그리고 입사 뒤엔, "내가 미쳤지. 이 회사에 들어와서 청춘을 저당 잡혀가지고.."


그래. 원래 화장실 들어갈 때 기분과 나올 때 기분은 다른 것이다. 매일 겪는 생리 현상만 해도 이런데..남의 돈 벌어먹고사는 직장 생활인데, 어찌 됐든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이 한 몸 부서져라 일하라고 월급 받는 건데 입사하고서도 내 맘대로 내 뜻대로 될 줄 알았던 게 크나큰 착각 이었던게지;


모든 직장인이 힘들다지만, 늘 불만과 푸념을 안고 사는 사람이 있고,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잘 해내는 사람도 있고 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른 꿈을 꾸는 사람도 있다.


누구는 연봉 1억을 받아도, 내뱉는 한 숨만큼이나 깊은 주름이 얼굴에 가득하고 구는 한 달에 200만 원도 손에 못 쥐어도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뚜껑을 열어보면 각자 다 사정과 상황이 있겠지만, 돈만이 누군가의 행복을 좌지우지하는 전부는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원하는 회사에 들어갔어도, 그 일을 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정확히는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이 바뀐 것일 테다.


벌써 10년그동안 수없이 사표를 품고 날 괴롭히는 직장 상사 뒤 통 수에 사표를 던지고 오는 상상을 얼마나 했던가. "이번 달 카드값만 막고 내 반드시 나갈 테다" 두 주먹 꽉 쥐었다.(물론 한번 냈다가 보기좋게 퇴짜 받았지만;)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

..

.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그동안 난 분명히 달라졌다. 직장이나 직업을 바꾼 것도 아니지만 늘 좋은 일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매일 웃을 수 있고, 내가 있는 곳에 늘 감사하며 살고 있다.


회사에 다니지만, 날 위해 일한다.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오늘 내가 해야 할 일, 무슨 일을 해야 하는 것에 집중하기 전에,

Q. 나는 오늘 왜 이 일을 해야 하나요?


정말 하기 싫은데 러시아워를 뚫고 출근을 해서 최소 8시간을 회사에서 보내야 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다. 누군가에겐 오늘 일해야 하는 이유가, 당장 돈을 벌려면 어쩔 수 없거나, 그다음 단계를 위해 목돈을 마련하기 위함일 수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라는 대답이 단 번에 나오면 아주 잘 살고 있는 분이다.!!


내 경우엔, "내가 꿈꿔왔던 일"이기 때문이고, (내가 싸지른 X, 제가 수습해야죠ㅠㅠ;;) 법이나 제도가 바뀌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엔 사람의 마음이 바뀌어야 세상이 변한다는 것을 안다. 1회 용품 비닐 과사용 규제 방안 등이 나오지만 결국엔 사람들이 스스로 1회 용품 사용을 줄이고, 낭비하지 않아야 하고, 예쁜 쓰레기들을 계속 사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사를 쓰고 싶고, 외국에서 오래 살다 한국에 귀국한 누군가가 내 기사를 보더라도 현안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정보를 전달해주고 싶어서 기사를 쓴다.


이걸 생각하고 나면, 만지작 거리던 사표를 잠시 내려놓게 된다. 내가 어쩌면 호강에 겨워 요강에 X을 쌌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참 좋은 직업을 가졌단 생각이 든다. 힘든 98%를 2%의 이 자부심으로 버티는 셈이다. 


Q. 오늘 내가 할 일이 내 성장에 보탬이 되나요?


직장에서의 하루하루를 나를 위한 포트폴리오라 생각하면 기사는 당연하고, 보고서 하나도 허투루 쓰고 싶지 않다. 물론 이런 결심을 9시 땡 시작하자마자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몇몇이 있긴 하지만,


오늘도 열심히 일할 이유가 충분하다. 기사 하나를 쓰더라도 정성을 다한다. 그렇게 기사를 송고하고 나면 또 뿌듯하다. 적어도 부끄럽게 일하거나 후회를 남기진 않는다. 모두 다 위한 것이니까. 일은 누구나 하기 싫다. 그래도 해야 한다. 먹고살아야 하니까. 또 누구나 닥치면 다 한다.


그러나 오늘 하루의 절반이나 되는 시간을 출퇴근 포함, 업무에 보내는 이유가 내 다음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오늘이 나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포트폴리오가 될 수 없다고 생각되면, 내가 반드시 여기에 있어야 할 어떠한 이유도 모르겠다면, 이직이나 전직을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할 타이밍이다.


단지 내가 다니는 이 곳이 반드시 지옥같다거나, 지긋지긋해서 때려치우려고만 하진 말자. 퇴사의 이유는 다양하다. 내가 지금 있는 직장이 이 세상과 안녕할 때까지 평생직장이라 할 수도 없고 내가 붙어있어도 지금 내 이 회사가 천년만년 끄떡없으리라는 보장도 없지 않나.(모두가 꿈꾸던 선망의 직업, 파일럿이나 스튜어디스란 직업이 코로나에 막힐 줄은 누가 알았나요..)


Q.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 내 권한이 어느 정도 되나요?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도 있나요?


흘러가는 대로 살다 보면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들이 사라진다. 내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든다. 회사의 부속품이 되고 싶은지, 언제든 독립할 수 있는 인격체가 되고 싶은지는 내 결정에 달렸다.


Q. '회사 밖의 나'를 사랑하나요? 00과장 말고 당신 이름 세글자로 살고 있나요?


회사 안에서의 나만 생각하기보단 회사 밖에서의 나도 더 귀하게 여기고 아껴야 한다. 그게 결국 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회사 안에서의 내 가치 평가에 휘둘릴 일도 적다. 퇴사 뒤엔 00 회사 전 직원 아무개로 일하는 게 아니라 다시 내 이름 세 글자로만 살아야 하니까. 퇴사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Q. 오늘이 당신의 꿈에 가까워졌나요?


나 역시 다른 꿈을 꾼다. 이직이나 전직 같은 꿈이 아니라, 그저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을 꿈꾸고 업무적으로는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나 다운 기사를 쓸 수 있을지, 나답게 살고 있을지 꿈을 꾸고 계획을 세운다. 그저 환갑, 칠순, 팔순이 됐을 때 지금의 나를 떠올리며 "난 진짜 나로 살았고 나에게 충실했던 삶"이라고 추억할 수 있길 꿈꾼다.


회사에 다니지만, 날 위해 일합니다




들어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또 "그게 되냐"는 사람도 있지만 뒷면을 앞면이라 생각했던 깻잎쌈 싸 먹다, 그게 아닌 걸 알고선 휙 뒤집는 정도의 노력 정도면 된다. 이 작은 생각의 변화는 내 하루를 바꾸고, 나를 더 소중하게 여기고, 더 사랑하게 만들고, 그래서 더 웃을 수 있는 힘을 준다.





***글을 어떻게 쓰셔야하는지 모르겠다는 분들을 위해 질문 드립니다. 참고하세요 ^^



나를 찾는 글쓰기 Tip

글감 찾기 ① 내 하루 중 가장 많은 것을 차지하고 있는 행위. ex) 직장, 학교, 병원, 돌봄 등 업무는 본인의 상황에 맞게 바꾸시면 됩니다!!


- 써보기: 내가 오늘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이유, 오늘 무엇을 할 것인지, 왜 그 일을 오늘 해야하는지.


글감찾기 ②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의 장점, 그리고 단점

- 써보기: 채용 공고가 떴어요. 친한 친구에게 우리 회사 오라고 소개할 수 있나요? 

; 우리 회사는 어떤 점이 좋나요? 휴가 보장 등 복지? 자유로운 근무? 가족같은 분위기? 탄탄한 노조? 

(반대로) 


친구가 물어보네요. "너네 회사에서 사람 뽑던데? 어때? 나 지원할까?" 정말 아끼는 친구라 같이 지옥행 열차는 탈 수 없다고 설득해야 합니다. 어떻게 설득할 거에요? 친구에게 말하듯이 써보세요. 우리 회사는 안돼..술 많이 마시고 의전해야 하고..거의 매일 야근이고 등등..!


글감찾기 ③ 나는 이곳에서 어떤 존재인가요? 내가 없으면 회사가 안 굴러갈 것 같나요? 내게 일이 많이 쏠리나요? 그런데 그 일들이 중책이에요? 아니면 잡다한 일이에요? 왜 나에겐 그런 일들이 오는 것 같나요? 내가 회사를 그만둔다면 사람들이 붙잡을까요? 잘 가라고 할까요? 


글감찾기 ④ 대학교 3학년 쯤으로 돌아갑니다. 취업을 하긴 해야겠지만 졸업반 만큼은 절실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한 겁니다. 지금은 인턴이라 가정하죠. 인턴이 끝나고 정규직으로 전환됐어요. 그럼 다니실 건가요? 아니면 다른 곳에도 지원해볼건가요? 그 선택에 대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글감찾기 ⑤ 이곳에서 나의 행복을 가장 방해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적성에 안맞는 직무? 껄끄러운 상사? 불편한 후배? 자유롭지 못한 휴가? 


글감찾기 ⑥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면 퇴사할 건가요? 이 회사에 들어온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XQIAmNf2xq809gKk2mOpdg?view_as=subscriber


https://www.youtube.com/channel/UCBPtbv6b0pi-NmWVMfyGbzQ?view_as=subscri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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