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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김연지 Oct 28. 2020

언니, 저는 NPC처럼 살고 싶어요

[나를 찾는 글쓰기] 무슨 직업 말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내가 ▲ 좋아하는 것 ▲ 잘하는 것 ▲ 싫어하는 것 세 가지를 다 써보았다면 


나란 사람이 보통 어떨 때 고민을 잊을 정도로,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즐거움을 느끼는지, 보너스를 돈을 준대도 이건 "절대 못해" 질색팔색 하는 경우를 대략 분류했을 것이다.

 

그다음 생각해볼 것은 '내가 추구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돈, 명예, 권력, 안정, 보람(성취감), 사람들의 관심이나 사랑 등 나의 귀한 시간과 노동을 투자해, 궁극적으로 받고 싶은 보상이 무엇인지 나에게 질문해 본다.


평소 불안정하더라도, 한 번씩 큰돈이 들어오는 게 좋은지, 그리 많진 않아도 매달 따박따박 월급 받는 게 좋은지, 창업보다는 사원으로 입사해 기업 수장까지 오르는 샐러리맨의 신화를 쓰고 싶은지, 세상이 모두 "No"라고 할 때 "Yes I can"을 외치며 창업 레전드를 일구고 싶은지.


내 경우를 예로 들자면, 나는 00 기업 직원보다는 내 이름으로 살고 싶었다. 내 주장을 펼칠 수 있길 원했다.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었다. 대단한 것보다는 현재 베이비박스 영상이 알려지면서 베이비박스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기부도 늘고, 낙태 등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는 그런 영향력 말이다.


이 얘기를 하는데 아는 동생이 이런 말을 하더라.


"언니, 저는요 NPC처럼 살고 싶어요~"



으응.?NPC라니??


정말 뜻을 몰라서 되물었다.

나도 확실히 요즘 세대는 아닌가 보다.

NPC라는 용어를 그때 처음 들어봤다.


모르는 분들을 위해(설마, 나만 몰랐던 게야?)

이게 Non-Player Character라고 해서,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 뒤에 우르르 몰려다니는 수많은 병사(?), 병풍 같은 존재 중에 한 명이면 좋겠다는 것이다.

**NPC

게임 안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 플레이어에게 퀘스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도우미 캐릭터다. NPC(Non-Player Character)란 게임 안에서 플레이어(Player)가 직접 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Character)를 말한다. TRPG(Table Role Playing Game)에서 유래한 말로, PC(Player Character)의 상반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NPC는 한 자리 또는, 한 지역에 머물면서 게임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도우미 역할을 한다. 영화나 드라마의 엑스트라 조연처럼 배경 역할을 하기도 하고, 플레이어가 수행해야 할 퀘스트(Quest)나 퀘스트 수행 이후 아이템 등 콘텐츠를 제공하기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NPC [Non-Player Character] (게임용어사전: 기관/용어, 2013. 12. 12., 이재진)


당연히 사교성 없는 친구는 절대 아니다. 얼굴도 이쁘고 말도 예쁘게 잘하고 일도 잘하는 친구다.


"사람들이 아무도 나에 대해 안 궁금해하고 말도 안 걸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저한테 주목하는 게 싫어요"


정말 의외였다. 그녀의 말이 기억에 똑똑히 남는 건 충격이 커서다. 외모나 말투로 봐서는 왠지 나랑 비슷한 과(?)일거라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게 편견을 가졌나보다. (매우 반성 깊이 반성) 역시 겉만 봐서는 절대 성격을 알 수 없고 이렇게나 사람마다 성격, 취향이 다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친구는 적어도 회사에선 그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직장이 그렇게 많은 월급을 주진 않지만, 분위기 자체가 일만 하면 되고 의전 같은 걸 요구하는 분위기는 아니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정시 퇴근 뒤 집에서 TV 보며 맥주 한 캔 마시는 일상이 좋다고 했다. 90년대생은 다르다더니, 진짜 다르게 보이네.

일찌감치 자기의 행복을 안 그녀가 기특하고도 부럽다. 퇴근길 맥주를 사들고 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그려진다. 발걸음이 출근길보다 가볍고 경쾌할 테다.




예술가의 삶, 주식 부자의 삶, 공무원의 삶, 당신이라면?


예술가, 작가, 영화감독 등은 단순히 돈을 벌려고 그 세계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아니다. 새로운 것을 창작하고 개척하고, 기존에 있던 규칙을 깨고,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예술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면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일이 불규칙적이고 한 달에 100만 원도 못 벌어 아르바이트를 뛰면서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머리를 쥐어뜯으며 창작에 몰두한다.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러다 한 번 대박 나면 최소 3대는 먹고살 만큼 벌거예요...ㅠ.ㅠ)


인생의 목표가 돈인 사람들도 있다. 나쁘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결혼을 하고 애 낳고 살아보니, 돈이 많으면 반드시 행복하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생계를 유지할 만큼도 돈이 없다면 불행해질 수 있다는 걸 매일매일 매시간, 특히 월말에 뼈저리게 느낀다.

일단 돈이 있으면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마음껏 하고 다른 사람을 도울 수도, 회사를 차릴 수도, 성장 가능성 높은 곳에 투자할 수도 있다. 세상에 어려운 사람들이 많기에 돈을 많이 벌어 사회에 환원해줄 대부 같은 사람들도 당연히 필요하다.


그래서 만약, 일확천금을 버는 게 목표라면, 공무원, 회사원, 교사로는 힘들다. 물려받은 재산이 많지 않거나, 투잡을 뛰지 않고 오로지 월급만으로는 부자 되기 힘들다.


내가 돈을 모으고 그 돈을 만질 때 기존 고민들 싹 잊을 정도로 행복하다면, 내 행복이 돈에서 온다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각종 직업이나 일을 찾아야 할 것이다. 법이나 도적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여러 가지 돈 버는 수단 중에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으면 된다.  


나의 경우는 저 중에서 굳이 고르라면, 명예 그리고 사랑이다.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고 성취를 통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사랑받으며 살고 싶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어떻게 저걸 분리해서 생각해요?! 돈 벌면 명예도 따르고, 권력도 따르고 사랑도 쟁취할 수 있잖아요. 다 하면 안 돼요?라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내 인생 우선순위를 따지는 것이니 잠시만 극단적(?)으로 생각해보자.


당신은 생후 첫 생일을 맞는 아가다. 돌잡이 상이 눈 앞에 있다. 돈/명예/권력/사랑/안정 5개 중에 하나만 골라야 한다. 뭘 고를 텐가? (하나를 선택하고 나면 또 어떻게 계획하느냐에 따라 다 이룰 수 있으니 너무 다큐멘터리 찍지는 말고)

내 새끼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잘하는 것/싫어하는 것을 적은 것과 내가 받고 싶은 보상, 가치관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나는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하고 쉽게 친해진다.

사무실에 앉아서 묵묵히 일을 해내는 것보다 돌아다니면서 많이 배우고 느끼길 원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건 싫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건 또 해야 하는 성미다.

주목받는 것도 좋아한다. (춤추는 게 혼자 신나자고 춘다기 보단 남들 앞에서 추는 걸 좋아하는 것이니)

유튜브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방송을 하는 것도, 말도 글도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다.

여행을 좋아하고, 낯선 곳에 가는 걸 즐기는 편이다.

도전적이고 계획적이고 계획을 세우면 반드시 실천하려 한다. 씹어먹을 거 아니면 시작도 안 한다.

그래서 시간 관리가 늘 중요하다. 내 입에 들어가는, 요리에 투입되는 시간도 아까워서 음식을 만들 때도 항상 라디오나 어학 관련 방송을 틀어놓는다.

 운전은 싫지만 운전기사는 있었으면 좋겠다. 이동 중에도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게.


위의 것만 봐도 일반 공무원, 회사원, 대기업이라도 사무실에 앉아서 일해야 하는 직장인은 나와 맞지 않는다. 돈을 벌더라도 활동적으로 일하며 벌고 싶다. 사랑도 받고 싶다. 집에 가만 앉아서는 사랑받긴 힘들 것이다.


자 그래서 이제 직업을 생각해봤다.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예술가? 연예인?


물론 좋지. 얼마나 멋진가, 선망받고, 화려하고... 그러나 내가 나를 알지 않나.. 재능이 턱없이 부족하다. 후천적으로 습득하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예술가적 재능은 노오력으로 따라가더라도 타고난 감성은 후천적으론 한계가 있는 것 같더라. 열심히 할수록 열등감을 느낄 것 같았다. 그 어떤 직업보다 심지가 굳고 내공이 강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악플 하나에도, 비추천 한 개에도 상처 받을 가냘프고 약하고 또 미약한 인간이다.


작가? 작가 좋다. (사실 너무너무 좋아요. 되고 싶어요) 글 쓰는 것을 좋아하기에 글로 밥 먹고 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단 생각도 들었다. 한 사무실에 얽매일 필요도 없고 오늘은 서울에서 내일은 부산에서 모레는 미국에서(?) 글 쓰며 자유를 누릴 수 있다면.. 그러나 수입이 일정치 않은 건 불안하다. 작가는 또 나이가 들어도 도전할 수 있는 것이기에 일단 결혼 육아 등 돈이 많이 들 시기인만큼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똘히 고민을 하다 TV를 틀었는데, 뉴스가 나왔다. 앵커, 아나운서, 기자..


기자? 자기 목소리를 낸다. 말이나 글로 먹고 산다. 말은 잘 모르겠고, 글은 잘 쓸 수 있다. 현장을 누벼야 하니, 사무실에 종일 앉아서 일하는 직업은 아니다. 사람들도 많이 만난다. 다양한 직업의 직군의 사람들과 인터뷰도 할테고, 얘기를 나누다보면 배울 점도 많겠지? 자극도 될테고. 얘기가 있는 곳이면 국내 다른 도시뿐만 아니라 해외 취재도 갈테고. 앗싸. 생각만 해도 신나는데? 내가 열심히만 한다면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겠지? 좋은 기사를 쓰면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도 제도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고 주변 사람들 모두가 웃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테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기자라는 직업이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그다음, 기자가 되려면 뭘 준비해야 하지?




자를 하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나 알아봤더니, 이쪽 업계에 있는 분들 상당수가 신문방송학과 언론정보학과 이런 데를 나왔더라. 그래서 신방과가 있는 학교는 어디인지 찾아봤다. 리스트업을 했다.

(지금 와서 말하지만 기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신방과와 언정과를 갈 필요는 없다;;;;정말 그럴 필요 없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나는 지금 신방과를 졸업하고 10년째 기자라는 명함을 들고 다닌다.


일이 때로 힘들고 버겁고 아우 막 그냥 때려치우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런 척박한 환경속에서도, 일주일에 겨우 한두 번 정도? 아니 한두 시간 정도 있는 티끌 같은 희열과 보람이, 정신없는 출근길 구겨서라도(?) 명함을 또 챙겨 넣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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