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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김연지 May 16. 2017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

운동하는 女기자, 내 몸엔 깨끗한 것들만.

보디빌딩 대회를 준비하면서

퇴근 뒤 운동보다 힘들었던 건 바로

'식단'이었다.


출근은 있지만

퇴근 없는 직업 특성상


이른 새벽에 눈뜬 뒤

다시 새벽에 잠들 때까지

깨어있는 시간이 너무나 많았고

잠은 늘 턱없이 부족했다.

피곤은 온종일 '당'을 불렀다.


500kcal가 넘는 초콜릿은 혀에 '달콤함'을 전한 뒤

단 5초 만에 식도를 넘어 옆구리에 자릴잡곤 했다.


아침 식사는 명절 때에나 엄마가 차려줘야만 먹을 수 있었고

뭔 일이라도 터지면 노트북 앞에서 컵라면이 익기도 전에 물만 부어 먹거나

혹은 이동하면서 김밥 한 줄, 빵 한조각 뜯어먹는 게 전부였다.


온종일 굶다 저녁에 회식 혹은 출입처 관계자들과의 술자리가 있으면

그때야 첫 끼니를 먹을 때도 많았다.

그게 1일 1폭식 폭음인게 더 문제였지만.

낮부터 밤까지 술자리가 이어진 적도 꽤 있었다.


돌이켜보면 입사 뒤 5년간, 그러니까 아파서 무너지기 직전까지..

나는 내 몸 속에 쓰레기들을 넣고 있었다.  


그 쓰레기를 넣는 시간마저 불규칙해

정말이지 내 위와 장은 정신이 잃고

정상적인 기능을 상실한 게 아닌 가 싶다.


운동을 하면서,

특히 보디빌딩 대회를 준비하면서 얻은 한 가지는

깨끗하고 규칙적인 식사의 중요성이다.


선수들은 보통 4시간 간격으로 네끼를 단백질+탄수화물을 적절히 섞어서 먹는다.

먹는 것만큼 먹는 시간도 중요했다.



# 굶으면 더 안 빠져.

깨끗한 것 위주로 적게, 자주 먹기


다이어트를 제법 해본 사람이라면 아주 잘 알 것이다.


사실 물만 마시고 한 이삼일 굶어버리면

최대 2, 3 키로는 감량할 수는 있다.


굶는 것은 가장 빨리 체중을 줄일 수 있방법이다.


바나나 한 개로 하루를 버티면서

한 일주일 이렇게 해버리면 더 많이 빠질 것이다.


그리고 다이어트가 끝나면 보상심리에 그동안 참았던 것을 마구 먹게 될 것이다.


그러면 다시 또 뚱뚱이가 된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다이어트를 반복하면

다음 번에 굶을 땐 살이 더 안빠진다는 것이다.


요요현상.

다이어터에겐 가장 무서운 게 아닌가 싶다.


사람의 몸은 개개인의 의지와 별도로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도록 최적화돼 있다.


단식이나 절식으로 갑자기 열량을 공급받지 못하게 되면 우리 몸은 '위기 상황'으로 인식한다.


살아가기에 충분한 영양이 없자, 몸은 이런 위기 상황에 대비해 섭취한 음식을 무조건 저장해두려는 체질로 바뀌게 된다.


단식이나 절식으로 인한 다이어트가 끝난 뒤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단식 전보다 더 많은 양의 지방이 체내에 저장돼, 오히려 살이 더 찌게 되는 것이다.


이때, 운동의 중요성이 또 나온다.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근육이 많으면 살이 쉽게 찌지 않는다"


근육이 많으면 체지방이 많은 사람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더 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굶어서 살을 빼게 되면 체지방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근육이 감소된다. 결국 나중에 조금만 먹어도 쉽게 살이 찌게 된다. 근육 감소는 탄력없이 축 처진 몸매를 만든다.

 

그래서 선수들은 보통 이렇게 먹는다.


일명 '고닭'이라고 고구마+닭가슴살을 기본으로

고구마 100g 닭가슴살 100g을 한끼 기본 식단으로 해서 네 끼를 먹는다.


- 아침8시에 고닭을 먹었다면


- 12시에는 현미밥과 고등어, 혹은 다른 흰 살 생선


- 오후 4시쯤엔 다시 고닭을 먹거나 닭대신 새우, 오징어, 문어..를 먹기도 한다. 돼지고기는 목살, 소고기는 우둔살 위주로 먹으면 좋다.


- 활동량이 적어지는  마지막 식사는 챙겨먹되, 자제가 가장 필요한 순간이다. 굳이 살을 뺄필요 없이 건강을 유지하자는 차원이면 지금까지 식사처럼 먹어도 아무 상관없다.


하지만 살을 좀 빼야할 경우에는

단호박 200g과 소금 없이 삶은 달걀 5개(감동란, 구운란 노노) 이중 노른자는 2개만 먹고 나머지는 흰자만 먹는다.


사실 '조금씩 자주' 먹는 건  

다이어트 기본 중의 기본이다.


처음엔 4시간을 맞춰서 먹어야하는 게 힘들었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지 않나.


아무래도 매끼 양이 적어지고 종류도 단순해져서

10분 정도에 다 먹었다면, 다음 끼니 시간인 3시간 50분 뒤만 계속 기다리게 된다.


그렇게.. 4시간 간격 식사는 본능적으로 지켜졌다.


맵고 단.짠. 식사에서 바뀐 내 식단.

신랑이 만들어준 도시락♡

소금간은 전혀 하지 않았다.

월계수 잎과 마늘을 넣어 삶은 뒤

레몬이나 라임즙으로 비린내를 없앴다.


바쁜 일상에 이런 정성 가득한 닭가슴살을

매일 먹을 순 없을터. ㅎ  

평소엔 100g씩 포장된 닭가슴살을 대량 구매해

냉동실에 얼려둔 뒤 출근할 때 두세개씩 꺼내가

해동해 먹곤 했다. 간편 도시락으로 딱이다.


다이어터에게 가장 필요한 건

긍정적인 마인드.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에 특검팀으로 파견가면서

대회 준비하기가 상당히 힘들었지만

그래도 가장 좋았던 건 

도시락을 싸 다닐 수 있었던 것이다.


보통은 점심 저녁이 출입처 약속으로 채워져

식사 메뉴 조정에 어려움이 좀 있었지만

파견 기간 동안은 사건 팔로하느라

약속잡기도 힘들고 또 특검과 기자단은

개별적인 접촉이 불가능해

특별히 약속을 잡을 수도 없었다.


힘들었던 특검 기간

깨끗한 식단으로

나를 다스릴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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