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대기실에서

우리들의 격리 시절 2

by 정연진

환자 가운을 입고 앉아 있는데

갑자기

그동안 잘못했던 일들

한동안 못 본 친구들이 떠올랐다

시도해 보지 못해 후회스러운 일들이

번개 맞은 듯 생각났다

번개 맞은 듯 삶을 반성했다

일초만에 경건해졌다

이름이 불릴 때까지 한참을 멍했다.


어쩌면 오늘이

내가 가장 건강한 날이 아닐까

내일은 어제를 아쉬워하고 있지 않을까


전부터 목에 이물감이 심했고

속이 쓰린 날이 많았지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운동하고

잘 먹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귀찮으면 더 자고

못 참으면 더 먹고 말았지


아, 정말, 검사 결과는 이상 없을까

큰 병의 전조가 그동안 있었던 건 아닐까

별 탈 없다는 진단만 나와준다면

내일부터는 더 성실하고 겸손해져야지


게을러지지 않을 테다

청소도 잘하고 일찍 일어날 거고.

스르르 눈이 감긴다.


조카가 색을 칠했다는 푸릇한 사과나무. 그림 천재인 줄 알았으나 다른 친구들 그림을 보니 아마 아닌 듯.

미루고 미루다가 드디어 오늘

수면 내시경을 받는 환자가 되어 보니

시종일관 마음이 다소곳해졌다.

내내 차분했다.

가끔은 이런 마음의 종이

필요하겠구나. 나같이

내 몸 하나도 못 챙기는 사람에겐 더욱.

눈을 떴다.

살았구나.

몇 가지 주의사항과 함께

영양제로 칼슘이나 비타민D를

챙겨보라는 처방을 받았다!

1분도 채 안 되어 진료실을 나서며

좀 전 당부말씀을 다시 생각해 보니

전혀 영양제를 안 먹는

나 같은 성인 여성을 거의 못 보신 듯하다.


아차차,

아까 그 마음 잊지 말아야지…

주변 정리도 미리 좀 하고 일찍 자고

벼락치기 말고 할 일은 미리하고…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야지!

배고프다. 일단 뭐든 먹고 보는 게 좋겠다.

환자라는 이름으로 병원에 가는 일,

건강검진의 효과는

이런 긴장감이 시작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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