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소울푸드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다.
"서준아 너의 소울푸드는 머야?"
"소울푸드? 그게 뭔데?"
8살 꼬맹이에게 소울푸드의 정의를 설명해줘야 한다.
"나중에 커서 문득문득 생각날 거 같은 음식, 힘들거나 지칠 때 떠오를 거 같은 음식"
"오~~ 그럼 나의 소울푸드는 엄마가 만들어 주는 엄마표 김치찜!! 그냥 고기보다 이번에 해준 등갈비 넣은 게 좀 더 맛있는 거 같더라"
서준이의 소울푸드는 된장국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매운 것 좀 먹을 줄 안다고 그새 바뀌었다. 그의 소울푸드는 '엄마표 김치찜.' 내 김치찜이 좀 맛있긴 하지 ㅎㅎ
소울푸드는 특별할 것 없이 지극히 평범한 메뉴인 경우가 많다. 흔하고 편안하고 소박한 음식..
특별함에서 오는 설렘보다 익숙하기에 편안하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음식.
그렇기에 주로 울 엄마표 음식이 소울푸드인 것이다.
나의 소울푸드는.. 참 많다.
울 엄마표 김치 넣은 제육볶음, 울 엄마표 육수 진한 된장찌개, 울 엄마표 김치볶음밥, 울 엄마표 멸치김밥
울 엄마표 훈제연어김밥. 많다 많아..
난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렸고 결국에는 전공을 하기 위해서 입시미술을 했다.
수지에서 홍대까지, 고2 때부터 입시가 끝날 때까지 매일 학교가 끝나면 울 엄마는 학교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의 차 안은 나만의 식당이기도 했다. 차 안에서 뜨거운 치즈오븐파스타 먹어본 사람이 얼마나 있으랴..ㅋㅋ 매일 참 다양한 도시락이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걸 몇 년씩하고 울 엄마 고생했네..
많고 많은 메뉴들 중 요 훈제 연어김밥도 진짜 맛있었다.
훈제연어김밥의 포인트는 바로 구운 훈제연어와 달걀.
일반 김밥처럼 달걀지단을 넣는 게 아니라 부드럽고 포슬포슬한 스트럼블에그를 넣는 것이다. 이 식감이 연어랑 정말 잘 어울린다. 훈제연어라고 해서 당연히 그냥 넣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살짝 구워지면 맛이 달라진다.
더 부드럽고 짙어지는 맛. 여기에 오이도 넣어준다.
돌돌 말아서 그냥 먹어도 맛있고 마요네즈 살짝 콕 찍어도 맛있다. 갑자기 생각난 나의 소울푸드가 내 새끼 입맛에 안 맞으면 어쩌나 싶어 씻은 김치 넣은 평범한 김밥도 같이 말아주었지만 역시 내 새끼도 나의 소울푸드를 좋아했다.
한국이었다면..
그냥 휘리릭 걸어가 엄마한테 가서 싸달라고 했을 텐데.. 하늘길을 단숨에 갈 순 없으니 내손으로 말아 내 새끼와 나누었다. 훈제연어김밥에 돼지고기 된장국 한 그릇.. 이렇게 내 소울푸드로 오늘의 밥상도 간단하게 끝냈다. 말 나온 김에 김치찜도 먹고 싶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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