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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정 Feb 06. 2024

허구한 날 오는 그 비가 또 쏟아지던 날 - 들깨칼국수

한국의 겨울이 이곳 싱가포르에서는 우기다.

우기가 되면 매일 비가 오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루종일 비가 오는 건 아니다. 가끔은 질질 끌며 종일 내릴 때도 있지만 동남아 답게 무섭게 쏟아지고 금방 다시 쨍해진다. 요즘은 희한하게 이 비가 꼭 서준이 하교시간에 쏟아진다. 비만 조용히 내리는 게 아니라 귀가 아플 정도로 벼락이 내리치는데 한 번은 이 소리가 너무나 어머 무시해서 들고 있던 국자를 떨어뜨린 적도 있다.

하늘에 구름이 가득해지면 하교라이딩을 조금 일찍 나서야 한다. 옥상주차장을 피해야 하니까.

비가 오면 일찍부터 1,2층 주차장 자리 쟁탈전이다. 안전하게 2층에 주차를 하고 여러 엄마들과 함께 가벼운 수다를 떨며 아이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이 시간이 은근 꿀타임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땀 뻘뻘 흘리며 뛰어나오는 서준이.

이제 덩치가 너무 커져서 달려 나올 때 코어에 힘을 빡 주고 있어야 한다. 방심하면 달려 나오는 아이를 받다가 뒤로 발라당이지.. 8살에 키 143 몸무게 41킬로인 아들이지만

아직은 이렇게 달려 나오는 아이가 너무 고맙고 이 큰 덩치를 얼마든지 받아낼 수 있다. 비를 뚫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가 걸렸다.


우산은 미처 챙기지 못했는지 가방으로 아이의 머리를 가려주고 있는 아빠.

쿨하게 내리는 비를 맞고 걸어가는 아이들이 지나간다.

집에 도착해서 운전하느라 확인하지 못한 카톡을 확인했다.

'어라 한국도 비가 온다네???'

비가 와서 엄마는 아빠랑 칼국수집에 왔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집 앞 칼국수집도 아니고 유튜브에서 발견한 우리 동네 맛집리스트에 있던 칼국수집을 찾아갔는데 합격이란다

노포스러운 칼국수집.

이사진을 보고 어찌 칼국수를 안 먹을 수 있으랴. 서준이에게 물었다.


“서준아! 비 오는데 칼국수나 해먹을까?”


“오 좋지!! 근데 비 오는 날은 부침개 아니야?


"아 맞긴 하는데 부침개는 좀 귀찮다 칼국수만 먹자"


"그래 그것도 좋다"


비 오는 날의 부침개는 또 어찌 알아가지고 참나 ㅎㅎㅎ

아무튼 나도 칼국수를 끓였다. 덥고 습한 나라의 비라지만 이렇게 비가 오면 역시 칼국수지!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  한국에서 싸 짊어지고 왔던 코인육수 두 알을 넣고 진하게 우리기..

한국에선 멸치 머리 따고 똥 따고 달달 볶아서 멸치육수를 내서 예쁘고 긴 유리병에 담아 김치냉장고에 준비해 두곤 했기에 싱가포르 입성 후 첫 한국 방문 때 늘 먹던 좋은 멸치를 싸짊어지고 왔었다.

싱가포르살이 1년이 다 돼 갈 때쯤... 그제야 께달았다..이 더운나라에선 그야말로 할 짓이 아니란 걸... 이렇게까지 하는 건 그만하는 게 좋겠다는 걸..

코인육수는 사랑이지!!


들깨칼국수 느슨한레시피

재료 - 칼국수면, 코인육수, 버섯, 참치액, 다진마늘, 고춧가루, 들깻가루, 김가루, 냉동새우는 옵션


1. 물에 코인육수를 넣고 팔팔 끓인다.

2. 참치액으로 간을 하고 다진 마늘을 넣는다.

3. 물이 끓으면 냉동새우를 넣고 다시 끓어오르면 칼국수면과 버섯을 넣는다.



4. 파 넣고 면이 다 익으면 끝!

5. 그릇에 담아서 들깻가루, 고춧가루, 김가루를 올린다.



주말에 차를 몰고 육로로 국경 넘어 말레이시아로 건너갔다가 한국 만두집 '가메골'에서 사 와서 얼려둔 만두도 꺼냈다. (우린 한 달에 한 번꼴로 말레이시아에 다녀오는데, 가메골이 이제 없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아 슬퍼.)




                    

비 오고 천둥번개 아니. 벼락번개 치는 날 육수 진한 칼국수... 서준이도 후루룩 후루룩 잘도 넘겼다.

뭐든 참 잘 먹는 먹성 하나는 끝내주는 이쁜 아들. 좀 .. 씹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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