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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정 Feb 08. 2024

무단횡단이 아닌 무단횡단 - 토마토돼지고기볶음


오늘 아침도 기분 좋게 그리고 순조롭게 잘 풀리고 있었다.

서준이와 함께 등교하는 차 안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플레이 리스트가 재생되고 있었고, 하늘도 유난히 파랗고 구름도 선명하게 예쁜 날이었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익숙한 길을 운전하는 아침. 아들과 둘이서 끊임없이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나 보니 어느새 학교에 도착했다.

늘 그렇듯 아침 허그와 이마뽀뽀를 하고 들여보냈다. 어느덧 훌쩍 큰 아들은 혹시 같은 반 친구가 볼까 눈치를 살짝 보는 듯 하지만 여전히 나의 허그와 이마뽀뽀를 잘 받아준다. 서준이를 들여보내고 집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도로로 나와 유턴하기 위해 끝차선을 달리고 있는데 바로 옆 반대 차선에 오토바이 한 대가 넘어져있었고, 그 뒤로 차는 꽉 막혀있었다.

나는 이렇게 해피하게 아침을 시작했는데...

오토바이 아저씨는 그야말로 최악의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오토바이가 다 깨지고 아저씨는 그 옆에 주저앉아있었다. 그 광경을 지나고 나니 운전하기가 조심스럽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고현장 바로 뒤에서 할머니가 무단횡단을 하고 있다.


'사실 이건 무단횡단이 아니다.'


차도를 아무렇지 않게 건너는 사람들이 많은 싱가포르.. 이게 위반이 아니란다. 무단횡단 금지 표지판이 있는 구간만 빼면 나머지는 그냥 , 건너도 된다.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 여기저기에서 아무렇지 않게 길을 걷는 사람들을 보고 혀를 찼었는데 그게 위반이 아니라니…2년 넘게 이곳에 살고 있지만 난 여전히 횡단보도를 이용하려고 한다. 하지만 늘 이 다짐이 지켜지는 건 아니다. 큰 대로변이 아니면 횡단보도가 없어서 횡단보도를 찾으려면 한참을 돌아가야 하는 길이 많다.

그냥 건너도 되다 보니 횡단보도를 많이 그려놓지 않는 걸까? 싶다.

그래서 가끔은 나도 좌우를 살피며 그냥 건넌다.

사람들을 따라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들이 속도를 많이 내지 않는다. 사람이 서있으면 일단 모두 멈춘다.

사람이 먼저 건너야 한다는 게 룰이다. 내입장에서는 무단횡단인데 이들의 입장에선 도로에서도 사람이 먼저인 거다. 마치 인도에서 소가 도로를 건너는 거 같은 머 그런 건가? ㅎㅎ 아무튼 운전을 할 땐 더 조심해야 한다. 언제 사람들이 툭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유난히 긴장하며 운전을 하며 저녁찬을 위해 마트에 들렀다.

보통은 마트에 가기 전에 그날 장볼것들을 적어서 가는데 오늘은 아무런 준비 없이 시장엘 갔다.  집에 딱히 해먹을 재료는 없는데 적어온 것도, 정한 메뉴도 없으니 행동이 느려졌다.  익숙한 식재료들 위주로 익숙한 것들을 집어 들었다. 뭐든 하겠지..

토마토, 돼지고기, 숙주를 사고 과일이랑 몇 가지 소스를 샀다.

사온 재료들을 가만히 째려보다가 오늘의 저녁은 토마토 돼지고기볶음으로 정했다.




토마토 돼지고기볶음의 느슨한 레시피

재료 -  돼지고기, 토마토, 다진 마늘, 숙주, 양파, 파, 굴소스, 참치액젓, 소금


1. 돼지고기는 제육용으로 준비하고 토마토는 큼직큼직 뭉텅하게 썰고 양파도 큰 깍둑썰기로 썰어준다.

2. 달군 팬에 오일을 두르고 양파를 살짝 볶는다

3. 돼지고기를 넣고 생강술과 소금 한 꼬집을 넣고 볶는다.



4. 토마토와 다진 마늘을 넣고 함께 볶다가 굴소스와 참치액젓 한 스푼씩 넣고 볶는다.



5. 파와 숙주를 수북하게 올려서 숨이 죽을 만큼만 볶으면 끝


굴소스가 다한 요리다.




메인요리 하나로 오늘의 저녁준비는 끝이다.


돼지고기가 메인인 거 같지만 사실 주인공은 토마토다. 입안 가득 부드럽게 토마토즙이 꽉 차서 꿀꺽 삼켜야 하는 맛이 참 좋다.


그나저나.. 아침의 그 오토바이 아저씨는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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