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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정 Mar 26. 2024

너무 싫은 주거침입자 그 이름은 '도마뱀'

도마뱀이 너무 싫어졌다.

지금까지 내 평생 도마뱀이 좋다 싫다 자체를 고려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제 나는 도마뱀이 정말 너무 싫다. 난 싱가포르에 살고 있다. 그 말은 동남아에 거주 중이라는 것이고 또 그 말은 곧 벌레와 도마뱀과 친해져야 한다는 뜻이다. 싱가포르의 첫 번째 콘도는 비교적 지어진 지 오래되지 않은 콘도였기에 벌레가 많지 않았다 게다가 집안에 들어온 도마뱀이 없지는 않았지만 아주 가끔 보였고 그것도 작고 투명한 새끼 도마뱀이었다. 두 번째 콘도인 지금은 좀 오래된 콘도이다. 주변에 나무도 우거져있다. 그래서 도마뱀이 집안에 많나 보다. 도마뱀은 사람을 피하면서도 집안에서 같이 산다.


어느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의 도시락을 싸기 위해 주방문을 열고 불을 켰는데 저쪽 도마뒤에서 시커먼게 타다닥하고 벽을 타고 올라갔다. 숨도 쉴 수가 없었다. 내 생전 내 집안에서 그것도 주방에서 저렇게 크고 시커먼 도마뱀을 볼 거라고는 상상도 한 적이 없기에 그 장면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그대로 뒤를 돌아서 안방으로 직행했다. 그리고 출근 준비를 하던 남편을 끌고 주방으로 갔다. 그 뒤로 나는 밤에도 주방 불을 끄지 못하고 켠 채로 잠을 잔다. 아침에 불 켜는 게 너무나 무섭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곳곳에 도마뱀 흔적이 남아있다. 그 생물체의 똥... 덕분에 나는 하부장을 모두 비웠고, 이케아에서 또 돈을 들여 선반을 사서 냄비들을 모두 옮겼다. 그리고 그 위에 키친크로스를 덮어두었다.


나는 살림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고 요리를 즐기는 사람인데 점점 더 주방에 들어가는 게 싫어진다. 덥고 내 맘에 하나도 안 드는 주방은 어쩔 수 없으니 받아들인다 해도 도마뱀과 그 똥은 도저히 타협이 안된다.


이틀 전,  에어컨을 청소하는 날이었다. 에어컨으로 새끼 도마뱀이 들어가는 걸 본 적이 있기 때문에 클리닝 사장님께 말씀을 드렸다. 돌아온 대답도 놀라웠다.


"걔들이 원래 에어컨에 잘 살아요~ 물도 있고~ 아마 에어컨마다 다 살고 있을지도 몰라요

지금 보니까 6개 전부 흔적이 있긴 해요"


"네?!! 그럼 어떻게요? 나 진짜 너무 싫은데?"


"허허허 마트에 가시면 도마뱀 끈끈이가 있어요 그걸 에어컨 위에 올려두시면 3 개월뒤에 저희가 또 클리닝 하러 올때 치워드릴게요. 일부러 보려도 들추시지만 않으시면 절대 붙은 거 볼일 없을 거예요. 그게 또 지붕 같은 게 있거든요"


"와... 진짜 상상도 하기 싫네요.."


"하하하하 걱정 마세요 그건 머 시체 썩는 냄새도 안 나요"


"네?!! 아 네..ㅜㅠ 감사합니다. 그렇게 해둘게요ㅜ"


"머~ 더운 나라 사는데 어쩔 수 없다 하고 사는 거예요~ 저희 집에는 큰애들이 많아요. 티브이 보고 있으면 옆으로 쓱지나가서 인사하고 그러는데~"


"예전 콘도에서도 본 적은 있는데 그렇게 시커먼 애들은 본 적이 없거든요.. 투명한 애들만 봤지.. 그런 애는 백번 양보해서 귀엽다고 생각할 수 있단 말이에요.."


"아~ 그 시커먼 애들이 엄마예요 엄마~"


지금 이 대화를 기록하면서도 닭살이 쫙쫙 돋는다.

작은 도마뱀을 발견했을땐 플라스틱 투명 통으로 잡아서 밑으로 빳빳한 종이를 밀어넣어서 그대로 들고 나가 밖에 놓아주었는데 큰애들은 절대 불가능한일이다.

너무 징그러운게 우선이고 너무 빠르기도 하고..

게다가 여름나라에 오래산 분들의 말을 들어보니 도마뱀들운 절대 밖에 놓아주면 안된다고 한다. 이집이 자기 집이기 때문에 귀신같이 찾아서 다시 돌아온다는거다. 어휴..이집에서 그걸 집는 끈끈이를 설치해야한다니… 사장님 말씀이 백번 맞는 말인 거 안다. 여름나라 사는데 그러려니 하고 적응해야 하는 게 맞기에 벌레들은 나름 다 적응했다. 벌레쯤이야 그냥 휴지로 탁탁 다 잡아버리고 돌돌이와 하나 되어 침대 소파 먼지를 박멸하고, 집안이 습하면 안 되다기에 에어컨도 계속 돌린다. 하아.. 이 덥고 습한 나라에서 집이 습하면 온갖 벌레와 진드기가 생겨나니 건조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게 참 너무나 모순이지만 어쩔 수가 없다. 비염도 무서우니까...

내가 정말 골병이 나는거 아닌가 싶다. 한창 심했을땐 밤에 자다가 작은 소리만 들려도 벌떡벌떡 깨곤 했고 기본적으로 밤에 3번은 깨곤 했다. 극도의 예민함을 장착했더랬다.

아무튼 내 말은 벌레 따위 다 적응했는데 도마뱀 똥은 미쳐버리겠다는 뜻!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나처럼 더운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곳은 어떠할지 참으로 궁금하다.


'그 댁은 주거침입자가 없는지요..'


오늘은 내용상 도저히 밥상 레시피를 담지 못하겠다.

글을 쓰면서도 화가 나기도 했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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