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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정 Mar 28. 2024

먼지를 사랑한 마블 - 모닝글로리볶음, 토달볶

우리 집 거실 바닥은 대리석이다. 이전 집도 그랬고 새로 이사 온 집도 똑같이 거실은 대리석, 방은 원목 바닥이다. 난 대리석 바닥을 싫어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인테리어 콘셉트는 화이트&우드이다. 코티지 하우스느낌도 참 좋아한다. 그러니 대리석 바닥은 내가 제일 마지막에 고려해 볼 소재이다. 하지만 동남아 가정집은 어딜 가나 대리석 바닥이 많다. 시원하기 때문이다. 더운 나라에서 대리석 바닥은 흔한 인테리어 이지만 좋은 소재는 아닌 경우가 많다. 내가 인테리어 하면 절대 써 볼일 없는 바닥 소재이니 이번기회에 한번 써보는 것도 '경험이다' 싶었다. 잘 사용하면 시원한 마블바닥. 그런데 이게 살림을 하다 보니 단점이 드러난다.


'아무것도 떨어뜨리지 마!'

살림을 하다 보면, 아니 사람이 살다 보면 바닥에 이것저것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유리컵을 떨어뜨리는 일도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작은 간장 종지라도 하다 떨어뜨리면 그날은 비상이다. 원목마루였다면 바닥이 찍히며 내 맘도 함께 한번 찍히고 그저 그 주변을 치우면 될 일이다.

마블은?

간장 종지가 아주 가루가 된다. 생각지도 못한 거리까지 파편이 날아가서 20 발자국 거리까지고 쓸고 닦아 야한다. 노동이 이런 노동이 없다.


'먼지를 사랑한 마블.'

마블은 먼지를 너무 사랑해서 도대체 놓아주지를 않는다. 걸레질은 2일에 한번 한다. 이제 매일 하는 것도 지친다. 그래도 2일에 한 번이면 나름 깨끗하게 유지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마블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거 같다. 어느 날부터 발바닥이 영 찝찝한 게 걸을 때마다 조금씩 불쾌함이 느껴졌다. 바닥엔 아무것도 없는데 이상했다. 손으로 바닥을 문질러보니 먼지가 서걱서걱 만져졌다. 묶은 때다...

걸레질을 두 번을 하고 나서 혹시나 하고 하얀 물티슈로 박박 문질러 보았다.

물티슈를 2장을 써도 회색으로 변했다. 하아..... 그동안 청소 헛했네...


'청소는 역시 도구발'

한국에서 이곳으로 오면서 버린 청소도구도 있고 여기서 사용하다가 고장 났지만 다시 사지 않은 도구들도 있었다. 굳이 여기서 더 사고 싶지가 않았다. 그런데 역시 청소는 도구발이라는 게 자꾸만 느껴져서 결국 다시 사들였다. 로봇청소기도 사고 부직포 밀대도 다시 샀다. 그리고 생전 처음 사본 마블세제... 잊고 있던 세제가 순간 떠올랐다. 물 5리터에 뚜껑으로 반컵 희석해서 쓰라는데 5리터는 너무 일이 커질 듯하여 2리터의 물에 반의반컵을 희석했다. 희석한 세제물로 바닥을 닦았다. 역시.. 전용세제가 괜히 있는 게 아니지..

이제 좀 미끌미끌 맨드러워진다. 그렇게 난 대리석 바닥에 2시간을 붙어있었다.


그분이 오셨다. 살림신.

살림은 리듬이다. 이렇게 설쳐서 바닥을 밀고 나면 지쳐서 쓰러져야 하는데 갑자기 텐션이 오르는건지 이불을 죄다 걷어냈다. 매트리스를 밀고 패드와 베개 커버로 몽땅 갈아버렸다. 내친김에 화장실 청소도 할까? 싶었지만 이것까지 했다간 버티지 못할 체력이라는 걸 알기에 맘을 접고 내일로 미루었다. 원래 살림신은 한방에 내리는 법. 그분이 오시면 집안이 뒤집어진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그분이 오시면 냉장고 속부터 끄집어내고 여기저기 서랍을 뒤집었다. 가구배치도 자주 바꾸었고 페인트나 시트지를 사기도 했다. 덕분에 우리 집 벽 컬러는 종종 바뀌곤 했는데 이곳에선 그것은 할 수 없으니 조금 답답 하기는 하다. 그래서 대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다른 방향으로 해소를 하며 새로운 걸 경험한다.


2시간 동안 바닥을 닦고 이불교체를 하고 나니 역시 힘이 하나도 없었다.

이 핑계로 오늘도 간단하게 저녁을 먹어야지!



모닐글로리/공심채 볶음과 토달볶.

그 이름도 유명한 모닝글로리 또는 공심채. 이 채소는 이름이 참 많다.

여기선 깡콩, 캉콩 이라고 부른다. 딤섬이든 누들이든 요리든 뭐든 시킬때 꼭 볶은 그린그린 메뉴를 시키는데 그중 이걸 젤 많이 시킨다.



모닝글로리 볶음


줄기 부분을 먼저 10초 정도 볶다가 바로 다진 마늘을 넣고 5초 정도 휘리릭!



잎 마저 넣고 살짝 더 볶다가 피시소스 2/3큰술 넣고 휙휙 볶고 굴소스 1큰술 넣고 재빨리 볶아서 끝!!

무지무지 빨리 볶아야 한다. 스피드가 생명!!

.




새댁시절엔 달걀 볶다가 토마토 넣어서 같이 볶으면 그게 토달볶인 줄 알았다.

근데 아니었다. 토달볶은 정말 촉촉하고 부드러운 음식이더라.




촉촉한 토달볶 간단 레시피


재료


달걀 4-5알

요리술 1큰술


토마토 700g

전분 1큰술+물 4큰술

맛간장 1큰술( or 간장 1큰술+설탕 1작은술)

케찹2큰술 (or 토마토페이스트 2큰술+설탕 1큰술)


1. 달걀 풀어서 요리술 한 큰 술 넣고 풀어두고 토마토도 어슷어슷 잘라준다.

2. 달군 팬에 오일 넉넉하게 두르고 달걀물 부어 볶는다.


3. 살짝 덜 익었을 때 덜어내고, 같은 팬에 오일 두르고 파 볶다가 토마토 볶는다.




5. 맛간장 살짝 넣어 볶다가 자작하게 물을 붓고 케찹 풀고 끓인다. 금방 수분이 닐아가고 토마토가 익는다.

6. 국물이 촉촉하게 살짝 남았을 때 전분물 부어서 섞고 덜 어둔 달걀 넣고 섞어요 끝!




입맛에 맛게 후추랑 소금 간을 추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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