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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정 Apr 04. 2024

해외맘의 집밥석사과정 - 나박김치

'나는 해외맘'

'#해외맘'이라는 수식어가 아직 참 어색하다. 예전에는 인스타나 유튜브를 보면 해외맘들이 집밥을 열심히 하는 게 참 신기했다.

'한국도 아닌데 한국에서 사는 엄마들보다 더 한식을 열심히 하네?', '해외맘들은 진짜 집밥 고수가 어쩜 이리 많아?', '김장도 저렇게나 직접 많이들 한다고?!'

그 물음표가 이젠 느낌표가 되었고, 내가 그런 이야기를 듣는 입장이 되었다. 인스타에 집밥 영상을 올리면 ' 한국보다 더 한국 같아요~'라는 댓글들이 달린다.

해외맘은 집밥은 물론 김치까지 종류별로 싹 다 마스터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한국은 문밖에만 나가면 맛있는 한국음식을 파는 식당이 널려있고 배달음식도 한국만큼 잘돼 있는 곳이 없다. 이곳 싱가포르도 k문화 붐으로 한식당이 정말 많고 배달도 제법 잘 돼있지만 맛이 그 맛이 아닌 건 사실이다. 식재료의 문제도 있고 한식집이라고 해도 싱가포르에 있는 것이다 보니 현지인의 입맛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먹는 그 맛이 아닌 경우가 많다. 뭐든 현지만큼 맛있는 건 없는 법.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식 집밥이 더 그리워질 수밖에 없고, 조미료 없는 집밥 손맛을 더 찾을 수밖에 없다.  

계속되는 한식집밥 행렬 끝은 김치다.


'김장이란 자고로 주문한 김치를 김치통에 담는 일'

내가 아무리 주방이 덥다는 핑계로 집밥이 힘들어졌다고 투덜 된다고 한들 밥을 안할 수가 있으랴. 한국에서는 오히려 외국 음식을 자주 하는 편이었는데 이곳에 오니 한식을 한국에서보다 더 많이 만들게 된다.

하다 하다 이젠 김치에도 손을 대고야 말았다.

나는 김장을 해본 적이 없다. 우리 엄마도 내가 어렸을 때만 김치를 담갔지 배추 사다가 절여서, 또는 절인 배추 사다가 김장을 한걸 본건 오래전 일이다. 물론 알타리, 섞박지, 겉절이 같이 비교적 간단한 김치는 아주 가~~ 끔 하는 걸 본 적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엄마집도 우리 집도 김치는 아웃소싱이었다. 고르고 골라 정착한 국내산 배추에 모든 재료 국내산으로 만드는 곳에다가 엄마도 나도 친정집 마냥 주구장창 주문을 했다. 김치종류별로 몇 킬로씩 주문해서 배달이 오면 김치통에 담았다. 자고로 김장이란 주문한 김치를 김치통에 옮기는 것! 지금도 한국에 가면 김치는 최대한 많이 쟁여온다.


'나는 한국인, 김냉은 필수'  

한국인은 어딜 가나 김치가 걱정이다. 이곳에서도 한국인의 집에는 냉장고가 기본 두 개이다. 원래 집에 이사올 때부터 있는 기본 냉장고에 한국에서 이고 지고 온 김치냉장고!! 집 구할때 에이전시에서도 한국인이라고 하면 김냉은 어디에 둘 것인지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이곳엔 한국과 달리 김치냉장고를 둘만한 구조가 아니니까... 나도 이곳에 올 때 김치냉장고를 가지고 왔고 엄마가 김장 양념을 만들어 진공팩에 밀봉해 주어서 잘 얼려서 들고 오기도 했다. 덕분에 초반에는 외국 무 사다가 절여서 양념에만 버무려 깍두기를 담가먹기도 했지만 무 자체가 영... 맛이 없어서 실망을 했더랬다. 그때만 해도 초창기라 나의 한식 입맛은 상위레벨이었지.. 처음에 몇 번 시도하다가 맛이 없어서 사 먹는 걸 찾아봤지만 생산지가 별로이거나 맛이 없었다. 대기업의 김치도 먹어보았으나 한국만큼 품질 관리가 되지 않아서 이미 너무 익어버린 경우도 종종 있었다. 중요한 건 우리 집은 김치소비량이 엄청나서 대기업의 소포장 단위 김치로는 택도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알타리 배추김치 열무김치 등등 한국에 갈 때마다 이고 지고 온다. 하지만 국물김치는 그럴 수가 없다.


'집밥레벨 자꾸만 상승 중'

더운 나라다. 진짜 덥다. 찐 여름이 점점 다가오니 숨이 턱턱 막힌다. 나박김치와 동치미 같은 물김치가 너무 생각났다. 답은 하나. 만들어야지머... 이렇게 난 집밥레벨이 상승했다. 나의 인생 첫 나박김치 만들기. 아무리 요리를 좋아한다지만 김치는 아웃소싱이 철칙이었는데 나의 철칙이 무너졌다. 왠지 김치는 정석대로 하고 싶었다. ‘쉽게 만드는 방법’ 이런 거 말고 제대로 된 방식이 궁금해서 한국에서 들고 왔던 엄마의 오래된 ‘우리 음식 요리책’을 펼쳤다.

'챔~기름~'이라고 늘 말하시던 이정섭 님의 요리책! 표지만 봐도 그렇게 따뜻해질 수가 없다.

의외였다. 유투브에 돌아다니는 요즘스타일의 나박김치 담그는 방법보다 훨씬 더 간단하고 깔끔했다. 믹서기나 베보자기를 꺼낼 필요도 없었다. 원래 이렇게 간단했던 건데 시간이 지날수록 기교가 늘어난 건가?

생각보다 제법 심플하게 나의 첫 나박김치 만들기가 끝났다. 맛은? 아직 모른다 익혀봐야지.

다음 김치는 동치미??

이렇게 나의 집밥 레벨은 계속 상승 중이다.




나박김치 간단레시피

아래의 책을 참고했지만 재료의 양과 종류는 상황에 맞게 그리고 우리엄마 스타일을 추가해서 조금 수정하여 만들었다.


재료

배추 1/4 통

무 500g

쪽파 10뿌리

양파 1/4개

굵은소금조금

물2리터

(미나리 한웅큼, 풋고추 3개, 붉은고추 3개, 갓 6줄기)도 넣으면 좋지만 이곳에서는 구하기 쉽지않은것과, 아이와도 먹어야 하기에 뺄것들은 생략했고 대신 쪽파를 3뿌리 더 추가했다.


밀가루풀

밀가루3큰술 + 물 4컵,  고춧가루 2큰술



1. 무와 배추는 나박나박하게 썰어서 굵은 소금에 절여둔다. 소금간이 적당히 잘 절여지지 않으면 쓴맛이 날 수 있으므로 충분히 잘 절여준다.



2. 마늘을 편으로 썰어서 육수팩에 넣어 입구를 잘 묶어둔다. 마지막에 넣고 띄울것.



3. 밀가루 풀을 묽게 넉넉하게 만들어서 식혀둔다. 고춧가루 2큰술을 넣고 소금간을 한다.



4. 쪽파는 5cm로 자르고 양파는 채썰고, 배는 무처럼 나박하게 썰어서 절여둔 무,배추와 섞는다.


5. 밀가루풀을 식힌 후 부어서 섞어준다.



6. 김치통에 옮겨 담고 생수 2리터를 넣어 섞은 후 마늘주머니를 넣고 잠기도록 저어준다.



실온에 하루둔다.

하루지나 열어보면 위로 건더리가 뜬다. 이때 국자로 한번 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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