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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정 Apr 09. 2024

말레이시아산 무는 물러서 못써요

나박김치 담근 그 이후의 이야기

오늘의 저녁메뉴는 매운 돼지갈비찜이었다. 나에겐 매운 고기에 찰떡일만한 나박김치가 있었다. 며칠 전 호기롭게 담근 나박김치를 하루 밖에 두었다가 김치냉장고에 넣어 시원~ 하게 만들었다.

드디어 맛을 보았다. 쨍하고 아삭아삭 식감도 시원할 것이라고 의심 1도 없이 철떡 같이 믿었다. 결혼 12년 차 주부.. 요리는 좀 하지만 김장은 영 새댁 수준인 사람. 하지만 늘 요리엔 늘 자신 있었으니 이 또한 내 입을 만족시켜주리라  믿었다.

한 대접 떠서 식탁에 올려두자마자 두 남자의 눈빛은 설렘 가득이었다.

쨍한 맛이 나겠지?!! 남편이 먼저 시식을 했다.

'호로록..'

뒤에 이어져나와야 할 말을 안한다. 뭐지.. 원래 맛있는 걸 먹으면 오버오바그런 오버를 할 수가 없는데 조용.... 하다.


"왜? 맛이 없어? 이상해? 국물 먹을 때 괜찮았는데?"

"어.. 국물은 진짜 맛있어 근데 이거 무랑 배추가 좀 이상한데?"


익었는지 보려고 국물만 떠먹어봤지 건더기는 나도 먹어보지 않았다. 무슨 소린가 싶어서 먹어보니.. 으악..

이건 아니잖아... 물컹.. 이건 무의 식감이 아니었다. 뭐랄까.. '용과?' 딱 그 식감이었다.


어제 한인마트 사장님의 말이 맞았다.

"사장님~ 지난번에 제주월동무 들어왔다던데 그거 또 안 들어와요?"

"아~ 그거 총 두 번 들어와야 하긴 해서 한번 더 들어올게 남긴 했는데 그게 정확한 날짜가 아직 안 잡혔어요~저희 카카오채널 등록돼있죠? 그거 수시로 확인해 보세요 제가 일정 잡히면 바로 올릴 테니까요~"

"아.. 그렇구나.. 나박김치를 담으려고 기다리다가 못 기다리고 말레이시아 무로 그냥 담갔거든요"

"에이~ 거 말레이시아산은 영 물러서 맛이 없을 텐데~~"

"그래요? 첨 해보는 거라 몰랐어요.. 아직 먹어보진 않았는데 집에 가서 확인해 봐야겠네요.. 동치미는 한국무로 담고 싶어서 나박김치만 먼저 조금 담근 거거든요"

"말레이시아산은 김장용으로 못써요~ 한국무로 해야지 어쩔 수 없어요"

그 말이 맞았다. 정말 이건 먹을 수 있는 식감이 아니기에 우리는 국물만 쪽쪽 짜 먹기로 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바로 탕린몰에 갔다. 거긴 한국무가 꽤 자주 있는 편이긴 하다.

그런데 왜 나는 굳이 말레이시아 산으로 담갔냐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그날 3군데를 돌아도 한국무가 없었으니까.. 늘 있던 한국무가 하필 그날은 없었으니까.. 탕린몰은 늘 한국무가 있던 곳이니 하루만 더 기다렸다가 다음날 다시 가봤으면 난 성공적인 나박김치를 즐기고 있었을테지만 나라는 사람이 그런 인간이 못된다. 당장 지금 라잇나우!! 뭐라도 손에 들고가야하는 사람. 결국 이렇게 또 하나 배우고 나서야 제대로 된 무를 손에 잡았다. 이번에 갔을 땐 다행히 많이 쌓여있었다. 어찌나 반가운지.. 제주월동무를 기다리지는 못했지만 당장 이걸로 동치미를 담가야 했다. 나박김치의 실패로 아작한 무김치의 식감을 충족하지 못했으니까.

이렇게 배우는게지 김치는 한국산으로!!!

한국에서 살 땐 미처 몰랐다 우리의 무와 배추가 이렇게 달고 연하고 아삭하다는 사실을...여러모로 우리는 참 좋은 환경과 재료로 밥을 먹고 살았었것이었다.

유기농, 무항생제 식재료가 싸고 흔해진 나라였고, 채소도 과일도 달고 아삭한것들이 천지인 나라였다. 돌아가면 진짜 하나하나 감사한 마음으로 사먹어야지.

우리나라는 식재료도 참 좋네!!



(나박김치 레시피는 이전 글에,  매운돼지갈비비찜 레시피는 다음글에 올게요!)


화/목 연재중이던 싱가포르 살림기행의 연재일을 화요일 로 변경합니다.

다른이야기를 하나더 연재를 시작하려고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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