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정 Mar 21. 2024

이집아들이 주말에 더 일찍 일어나는이유-소고기고추장찌개

여유 시간이 없다. 역시 방학은 방학이다.

아이가 방학을 앞두고 있으면 사실 나도 같이 설렌다. 일단 이른 아침의 도시락을 싸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리고 아이와 같이 뒹굴면서 게으르고 느슨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앞선다. 늘 그랬다. 방학을 앞두고 있으면 늘 같은 이유로 설렜다. 하지만 늘 곧 깨닫는다.


'역시 환상이었구나...'


아이는 아침형 인간이다. 정말 해뜨기 전에 일어난다.

난 매우 저녁형 인간이었다. 게다가 미술을 전공했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야작(야간작업 : 밥을 새며 작품을 하는 걸 말한다. 그 새벽이 얼마나 고요하고 좋은데...)을 즐겼기에 아주 심한 올빼미족이었다.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나서부터는 조금 앞당겨졌지만 여전히 아침이 힘든 인간형이었고 그 상태로 엄마가 되었다. 엄마가 되고 나니 아침형 저녁형 나눌필요가 없었다. 밤이고 새벽이고 아무 때나 밥 달라고 보채는 신생아덕에 그저 잘 수 있을 때 자야 했으니까.

이후 아이가 자라면서 아이와 함께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싱가포르에 오기 전까지 다른 엄마들처럼 아침에 바쁜 나름 아침형 인간이었다. 싱가포르에 오고 난 후 난 더 이른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도시락을 싸야 했고, 이곳에 있는 동안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다짐으로 한때 모닝 미라클( 전에도 말했듯이 이건 나와 맞지 않음으로 결론!)도 실천했다. 그래... 내가 아무리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고 한들.. 주말엔 이야기가 좀 달라져도 되는 거 아닌가??? 적어도 주말엔 8시에 일어나도 되는 거 아닌가?...

아이는 평일에도 6시~6시 반이면 일어난다. 주말이 되면 학교 가는 날 보다 더 일찍 일어난다. 이제 제법 커서 일찍 일어난다고 해서 안방문을 박차고 들어와 나를 깨우진 않지만 '나 일어났소!!!' 광고하듯 밖에서 사부작사부작 소리가 다 들린다. 아! 물론 내가 청각이 매우 예민한 편이긴 하다. 정말 많이.. 피곤해 피곤해...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서 거실로 나와보면 아이의 방 문 틈새로 노란색 빛이 새 나오고 그사이로 아이가 중얼중얼 책 읽으며 연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오디오북 녹음을 하는 것 마냥... 이게 아이의 아침 루틴.

아이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아니 매주 물어본다..


"아니... 주말인데 왜 더 일찍 일어나는 거야?? 주말엔 원래 늦잠 자는 거야!! "

"아니... 엄마.. 주말이니까 더 일찍 일어나야지.. 놀아야 할 거 아니야.. 아침 일찍부터 놀아야 많이 놀지!!"

"그래도.. 주말엔 7시는 넘겨주면 좋겠구먼..."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엄마.."


아... 전혀 생각하지 못한 답이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도 그랬다. 학교 가는 날엔 그렇게 힘들던 아침이 일요일 아침 8시 전에는 꼭 일어났다.

'디즈니 만화동산'을 봐야 하니까!!

'엄마 아빠 늦잠 자는 일요일아침~~ ~~~ 항상 착하게 살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어린이 친구들~' 하는 시작 노래를 들어야 했으니까. 아... 추억 돋네~~.


주말에 일찍 일어나는 아이... 학교를 가지 않기 때문에 알차게 놀아야 해서 일찍 일어난다는 게 그 이유이니

방학에는 어떻겠는가... 방학 전 나의 설렘은 이번에도 또 와장창 박살이 났다는 걸 의미한다. 더불어 지난 글에도 썼듯이 이번 방학 때 아이와 해낼 항목이 제법 많다... 그 항목에 글쓰기까지 추가되었기에 우린 하루가 참으로 바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운동 습관 만들기이다. 아이에게 운동은 늘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고 습관으로 딱 붙여주고 싶은데 문제는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닌데 아이에게 그걸 습관으로 만들어 주려니 내가 아주 죽겠다. 본의 아니게 나까지 운동을 하러 꼬박꼬박 집을 나선다. 머.. 나에게 너무 좋은 일이라는 거 잘 안다. 나도 원래 평소에 가끔이지만 운동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 핑계를 만들어 빼먹고 싶은 날은 꼭 있지 않은가? 난 그 핑계를 만들 수가 없다. 아이에게 그 모습을 보여줄 순 없으니까...

아.. 정말 엄마노릇 힘들다 힘들어~. 

아이와 함께 하루 스캐쥴을 소화하면서 동시에 난 나의 영상을 촬영해야 하고, 편집하고, 글 쓰고, 밥하고, 청소하고도 모두 해내야 한다. 아이의 방학은 나의 개학 정도가 아니라 나의 특훈이다. 방학 3일 만에 콧물이 나고 한쪽 팔이 콕콕 쑤시고 두통이 오기 시작했다. 몸살인가? 몸살이라면 그 또한 너무 웃길 것 같다. 이 정도로 내가 몸살이 온다면 정말 아이와 함께 핑계 없이 운동을 더 열심히 하긴 해야할 거 같다.


코가 맹맹해오니 칼칼한 게 땡겼다. 냉장고를 열어 어울릴만한 재료들은 꺼내보았다.

감자, 양파, 불고기감, 대파, 두부, 버섯


오늘의 저녁은 '소고기 고추장찌개' 다.



재료

소고기 불고기감, 다진마늘, 양파, 대파, 감자

두부, 버섯, 고추장, 된장, 참치액,


1. 모든 채소는 깍둑썰기로 작게 자른다.

2. 다진 마늘과 소고기를 볶다가 양파를 넣고 볶는다.



3. 소고기가 반정도 익으면 감자도 넣고 볶은 후 물을 붓고 코인육수를 넣고 끓인다.



4. 버섯과 썰어둔 대파 중 반만 넣고 보글보글 끓으면 고추장과 된장을 1:2 비율로 넣는다.


5. 다시 끓어오르면 중불로 줄인 후 10분 정도 더 끓여주다가 참치액으로 간을 하고 두부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인 후 남은 대파를 다 넣고 후추후추 끝!



김 이랑 김치만 더 꺼내면 진수성찬이다. 달걀말이도 있으면 금상첨화인데 귀찮아..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오늘따라 너무 잘 끓여진 고추장찌개. 애호박도 들어가 줘야 하는데 이곳에서 귀하디 귀한 애호박이기도 하고 아무 마트에서 구할 수도 없으므로 아쉽지만 생략했다. 쥬키니는 넣으나 마나...

칼칼하게 한 그릇 뚝딱하니 또 에너지가 마구 솟았다. 역시 한식이 제일이야!!!





이전 18화 엄마가 기다리다가 복장 터져!-참치김치 오니기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