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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정 Mar 14. 2024

꿈을 향해 여행하는 아이들 - 규동(초간단버전)

오늘은 1년에 한 번 아들의 학교에서 Sports day 가 열리는 날이다. 며칠 동안 학년별로 진행된다. 이날은 엄마도 같이 매우 바쁜 날이다. 일상처럼 아이의 런치박스를 싸고 아침을 챙겨주고 주방 뒷정리까지는 똑같다. 여기에 더해서 나도 좀 단장을 해야 한다. 더불어 아이와 같이 나갔다가 같이 들어올 예정이므로 집 청소까지 다 해놓고 나가야 한다. 이 모든 걸 등교전에 해내야하는날. 이날은 남편 도시락까지 싸야 했기에 주방에서 콩 튀는 날이었다. 아들의 도시락은 초간단 버전으로 규동을 만들었다. 도시락용 규동은 국물이 적고 고기와 달걀에 더 간이 베이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집에서 먹는 규동과 만드는 순서가 조금 다르다. 끓는 육수에 고기를 넣어 익히는게 정석이지만 도시락 용 규동은 불고기처럼 모두 볶다가 국물을 자작하게 추가한다. 남편의 도시락으론 베이비 스피니치를 가득 넣고 잠봉햄과 고다치즈를 넣어 햄치즈 샌드위치를 싸고 방울토마토와 삶은 고구마를 쌌다. 손발에 모터를 달고 최대한 서둘렀지만 도시락 두개와 스낵박스 그리고 아침식사까지 챙기려니 결국 아침 먹은 그릇과 프라이팬 하나를 설거지하지 못한 채 집을 나섰다. 8시 40분부터 11시 30분까지 이어지는 스포츠데이. 한국엄마들과 짧은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흩어졌다. 반별로 따로 이동을 하면서 진행하기 때문에 시작 후 부터는 반별로 각개전투!! 인사하고 손 흔들고 사진 찍고 영상 찍고 손 흔들고 반복하며 열심히 매니저처럼 따라다닌다.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에 초집중한 엄마들.. 다양한 나라의 엄마들이 한마음으로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다. 행복하고 기특한 표정으로...  

작년보다 또 컸구나... 하는 마음을 안고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더워라'를 되뇌며 스포츠데이는 막을 내렸다.


딱 점심시간이다. 다시 만난 한국 엄마들. 몇 시간 뒤면 하교시간이기도 하고 이제 곧 며칠뒤면 방학이기에 우린 오랜만에 함께 밥이나 먹기로 했다. 한국으로 곧 돌아가는 아이의 진로방향과 학교문제, 여행이야기, 자기 계발이야기, 패션이야기 등등 수많은 주제를 이야기하고 나니 하교시간이 되었다. 이제 긴 하루를 끝내고 드디어 집에 가는구나!! 몸으로 하는 노동보다 수다로 쓰는 에너지가 더 피곤한 법. 에너지가 쏙 빠진 상태로 아이를 만났다. 픽업포인트에서 나오는데 아담패밀리를 주제로 잔뜩 꾸며져 있었다. 'RIP'라고 쓰인 무덤들, 해골, 거미줄 촛대들까지 정말 디테일이 살아있는 장식들이었다.


옆에서 아이가 간담이 서늘해지는 말을 했다.




"엄마 나 오늘 아담패밀리 뮤지컬 보고 싶어"


세컨더리 학생들의 뮤지컬이 하는 날이었다. 분명히 어제 물어보았을 때 안 보겠다고 해서 예매를 하지 않았었다. 이미 너무 힘든 날이었지만 혹시나 해서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SOLD OUT'


"솔드아웃이야.. 예매가 안되는데? 어제 안 보겠다고 해서 book 안 한 거잖아~"


아이가 바로 러너서비스로 들어가더니 진짜 솔드아웃인지 물어보는 듯했다.

결론은...

진짜 솔드아웃이고 오늘 뿐 아니라 공연하는 3일간 모두 솔드아웃이라고 했다. 공연이 보고 싶으면 오픈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빈자리가 있으면 들어가라고 했다.

노쇼티켓을 노리라는 뜻이었다. 무료공연이기 때문에 일단 예매 해놓고 안 오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에 기다려볼 만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3시 30분 공연은 6시.. 우리는 확실하지도 않은 결과를 믿고 2시간 반을 기다려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 설득해 보고 싶은 맘을 담아 여러 가지 선택지를 말해주었다.

기다려도 못 볼 수도 있고 기다린다고 해도 내일은 4시 반에 끝나는 날이니 내일 보면 한 시간만 기다리면 된다고 말했다. 내 입에서 몇 문장이 나오자 아닌 풀이 죽은 목소리로

"fine.. go home.."이라고 했다.

이건 분명 납득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원하는 게 있지만 그냥 포기한 목소리였다. 그 꼴은 또 못보겠는 이 성질머리는 내가 봐도 내가 참 이상하다..


"엄마가 무조건 안된다고 하는 게 아니라 선택지를 알려준 거야. 네가 진짜 원하는 방향이 있으면 그걸 끝까지 엄마한테 말해 야지, 엄마가 몇 마디 했다고 그냥 접어버릴 필요는 없어."


"엄마가 그냥 가자는 식으로 말하잖아.."


"그렇게 들렸으면 미안해 엄마가 오늘 피곤해서 그렇게 말했나 봐. 네가 정말 원한다면 엄만 기다릴 수 있어 하지만 우리가 기다린다고 해서 꼭 뮤지컬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야"


"알아 그럼 난 내일 말고 오늘 도전할래 최대한 빨리 보고 싶어"


"그래 그럼 기다려보자 근데 왜 갑자기 맘이 바뀐 거야?"


"에티네 엄마가 뮤지컬 디렉터인데 자기가 좀 봤는데 이게 진짜 웃기데 난 엄청나게 무서울 줄 알았거든"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부실한 참치 샌드위치과 컵과일을 사 먹고 우린 기다렸다. 2시간이 지나자 입장준비를 위해 선생님들이 문 앞으로 등장했다.


"가서 물어봐 네가 맘 바꿔서 생긴 상황이니까 직접 해결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아이는 선생님께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돌아왔다. 본인이 하나씩 해결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엄청 불안해하는 거 같았다.


"엄마 우린 볼 거야 긍정의 힘을 넣어보자 '볼 수 있을 거야' 라는 말하지도 마 당연히 보는 거니까"


5시 55분..

선생님이 아이패드를 들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우리의 이름과 메일 주소들을 입력하고 우린 입장했다빈자리가 제법 있었고 운 좋게 우린 앞에서 관람했다. 생각보다 고퀄리티의 무대에 난 설레기 시작했다.  

팜플렛을 받아 들고 온 아이는 샅샅이 읽기 시작했다. 곧 뮤지컬이 시작되었고 우린 서로 너무 신나 있었다.




아이들의 무대는 굉장했다. 이게 정말 세컨더리 아이들의 작품인가 싶었다. 연주 또한 무대밑에서 생생하게 연주되고 있었고 이건 내가 생각한 학생 뮤지컬이 아니었다. 돈을 내고 봐도 충분한 퀄리티였다. 연기도 정말 잘하고 노래는 수준급이었다. 게다가 곳곳에 웃긴 포인트가 어찌나 많은지 감동하며 빠져들었다가 깔깔거리며 웃기도 했다. 아이는 옆에서 춤을 따라 추기도 하고 '어썸!!!'이라고 외치며 격하게 박수를 치기도 했다. 손뼉 치며 소리도 지르는 아이를 보니 뭉클해졌다. 그렇게 원하더니 제대로 즐기는구나..

2시간.. 우린 온전히 빠져들어서 즐겼다. 뮤지컬이 끝나고 끝인사를 하는데 저쪽에서 엄청난 환호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무대에 선 아이들의 친구들이었다. 이아이들은 모두 중고등학생들이다. 무게 있는 배역들은 모두 고2~고3 학생들이었다.


문득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뮤지컬을 만들어내기 위해 아이들은 몇 년 동안 드라마 팀에 몸담았다. 그리고 이 3일간의 공연을 위해서 밤낮없이 대사를 외우고 노래연습을 하며 수많은 준비를 했을 것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시간이었을까? 꿈을 위해 또는 그저 즐거움 하나를 위해 보낸 시간 들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까 말했듯이 이들은 고2/고3이다. 우리나라였다며 이게 가능하기나 했을까? 성인이 되기 직전의 이 시기... 조금은 더 가볍고 책임감을 조금은 덜 수 있는 이 아름다운 나이에 수개월동안 연기연습을 하며 손발을 맞추고 다양한 경험과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아이들은 인생이 얼마나 다채로울까?

이 시기가 얼마나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까?

친구들을 응원하기 위해 온 아이들에게도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을까?

우리나라였다면.. 친구 공연 보라 간다는 말에 '네가 지금 고3인데 어딜 가?‘ 라는 소리를 들으며 등짝 스메싱을 맞지는 않았을까?

전공으로 하겠다고 해도 일단 수능 먼저를 외쳤을테고꾸준히 연기 수업을 받을지언정 이렇게 커다란 공연을 몇년동안 몇차례나 해내지는 않을것 같다. 이들은 아마도 이 시기를 행복하게 기억할 것만 같았다. 적어도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들었던 고3시기는 아니겠지. 내 아이는? 결국 한국으로 돌아가게 될 내 아이도 이렇게 원하는 것에 충분히 집중할 수 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고2라서’, ‘고3이라서’ 라는 문장이 발목을 잡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신분이 고통의 프리패스 처럼 하고 싶은 모든 걸 튕겨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래도 되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내가 중심을 잘 잡고 버틸 수 있으면 좋겠다. 내 아이를 흔들지 않도록.

아담패밀리를 공연하는 내 아이를 위해 똑같은 컨셉으로 마치 무대 의상처럼 차려 입고 관람석에 앉아 응원하는 부모들 처럼…

공연을 보고 나오니 깜깜해진 싱가포르.

집에 돌아오니 8시 반이었다. 난 오늘 학교에 12시간 있었다..........




규동 (도시락 버전)

원래는 볶지않고 끓이면서 하는데 도시락에 넣을거라서 국물을 더 자작하게 만들고 고기에 양념이 더 잘 베이게하기 위해서 볶다가 물을 부었다.

불고기+규동 이랄까??


불고기용 소고기 200g

양파 1/2개, 달걀1개

맛간장 2큰술(간장1큰술+당류1작은술)

참치액 1/2큰술 요리술2큰술

물 한컵


1. 고기를 알맞은 크기로 자른 후

맛간장(간장+당류)+다진마늘+요리술에 밑간해둡니다.


2. 양파 채썰고 볶다가 고기 넣어 볶아요



3. 고기가 반정도 익으면 자작하게 물을 붓고 참치액을 넣어요



4. 보글보글 끓이다가 고기가 다 익으면

풀어둔 달걀을 붓고 바로 불을 꺼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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