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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정 Mar 07. 2024

제철.. 그 반찬이 너무 그리운걸 - 초이삼(?) 무침

나의 살림은 오늘도 조금 더 다채로워졌다.

누군가는 나이가 들면서 나물밥상처럼 슴슴한 밥상이 좋아진다고 하는데 난 나이가 들어서 나물반찬이 좋아진 게 아니다. 난 원래 나물밥상을 좋아했다. 여러 가지 종류의 나물이 끝도 없이 나올 기세로 쭉쭉 차려지는 밥상을 너무나 좋아한다. 거기에 청국장, 장아찌, 젓갈 반찬이 곁들여지면 최고의 밥상이다. 여기에 고기나 생선 또는 게장이 함께 차려지면 진수성찬.

오대산 자락에 좋아하던 집이 있었다. 산채나물 정식이 파는 곳이다. 오대산에서 채취한 나물들을 조물조물 무쳐서 차려낸다.

된장에 무치고 간장에 무치고 소금에만 살짝 무쳐서 내는 것도 있다. 갈 때마다 생선은 바뀌었다.

한동안 일 년에 두어 번씩 꼭 이 집을 찾았는데 못 간 지 3년은 된 듯하다. 한국에 방문해도 오대산까지 간다는 게 쉽지 않다.  남편도 아이도 이곳에만 가면 밥을 두 공기씩 해치웠다.




아이는 어려서부터 나물반찬을 정말 잘 먹었다. 지금도 비지찌개는 가장 좋아하는 찌개 중에 하나이고,

깻잎장아찌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던 때에도 고기랑 꼭꼭 싸 먹곤 했다.

"깻잎 마시 써어~"라고 말하면서..

봄이 되면 특히나 나물을 부지런히 사 왔었다.

땅의 기운을 한껏 받은 봄나물은 몸에 좋은 기운을 꽉 채워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철음식만큼 면역에 좋은 게 없어~"

라는 말을 밥먹듯이 밥상 앞에서 말하던 나였다. 그랬기에 때가 되면 제철 식재료를 꼭 주문했다.

당근철이 되면 제주도 구좌당근을 박스로 주문해서 당근라페, 김밥, 당근조림을 하고 냉이, 달래와 봄동은 마트에서 사라질 때까지 보이기만 하면 사 왔고 초당옥수수 철이 되면 이 또한 박스로 사서 솥밥을 하고 수프를 끓이고, 간식으로 먹었다. 철이 되면 굴밥, 굴국은 물론 가볍게 초장에도 질리도록 찍어먹었고, 무가 단 시기가 오면 무생채를 산더미처럼 만들어서 이 집 저 집 나누었다. 햇마늘이 나올 때가 되면 한 접 두 접 사 와서는 옥상에 바짝 말렸다. 그 모습이 참 예뻤는데.. 말린 마늘은 다시 망에 넣어서 뒷베란다에 대롱대롱 매달아 두고 먹었다. 마늘쫑이 나오면 장아씨를 담그고 볶아먹고 달걀찜에도 넣어먹었다.


‘참.. 난 제철식재료 사는 게 재미있던 주부였다.’



그런데 여기는 이런 재미는 없다. 일 년 내내 한 계절이고, 이 땅에서 나는 재료가 없으니 제철식재료라는 게 없다. 때마다 다른 식재료가 등장하고 다양하게 만들어 먹는 한국이 얼마나 복 받은 환경인지 난 이곳에 살면서 감사하게 되었다.

대신 이곳에서 새로운 조리법들을 터득하고 있다. 이 또한 나의 살림역량을 상승시키고 있는 과정일지니.. 제철에 맞춰 야들야들한 나물은 먹을 수 없지만 한국에 가면 건나물을 사 온다. 불려서 솥밥 해 먹으면 그 맛도 참 좋다. 물론 난 말리지 않은 나물을 더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담백하고 고소하게 조물조물 무쳐 먹을 나물은 이곳에 없다. 시금치도 한국의 시금치 맛과는 다르다. 포항초, 남해초처럼 달달한 시금치는 절대 없기에 한국 시금치무침을 기대할 순 없다.


없으면 새롭게 적응하는 법이다.

새로운 스타일의 나물 무침을 찾아냈다.


이곳에서는 데쳐서 맛이 진한 소스를 부어서 먹거나 볶아서 먹는 차이신(?) 초이삼(?) 초이섬(?) 사실 아직도 이름이 헷갈린다. 아직도 그냥 생김새를 보고 집어온다. 노란 꽃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물에 넣기 전에 노란 꽃 그대로를 한참 보아야만 한다. 이 채소를 데쳐서 겨자를 넣고 무쳐먹으면 이 또한 가볍고 상큼하게 맛있다. 고소한 한국의 맛은 아니지만 늘 더운 이곳에 어울리는 여름의 맛이다.

한국에도 이 채소가 있다 '채심'이라고 불리고 있다.



차이신 무침 레시피


양념장

간장 1큰술, 당류 1큰술 ( 설탕, 스테비아, 마스코바도 등등 )

연겨자 많이(겨자를 많이 넣어야 맛있다.)

깨 많이


1. 채심 (차이신/초이삼)을 깨끗이 씻어서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줄기 부분이 굵으므로 줄기를 먼저 넣고 10초 정도 뒤에 잎까지 눕혀서 물에 넣어준다.



2. 데치는 동안 양념장을 빠르게 만들어 준다.


3. 데친 채심을 꼭 짜서 삼등분 길이로 잘라 무쳐주고 굵은 줄기 부분은 세로로 반을 갈라준다.


4. 깨를 잘 부숴서 많~이 넣어서 뒤적뒤적해 주면 끝!



산뜻하면서도 은은하게 톡 쏘는 느낌의 입안에 퍼지면서 개운해진다.



내가 늘 좋아하던 포근한 나물의 맛과는 조금 다르지만 여름나라에서 느끼는 대체 나물로는 손색이 없다. 이 소스가 참 맘에 든다. 나중에 한국의 나물도 이렇게 무쳐봐야지.

나의 살림은 오늘도 조금 더 다채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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