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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정 Mar 05. 2024

다시 살림에 기름칠을 하고..- 판 콘 토마테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몇 개월 동안 그 여행  하나를 바라보고 설레며 하루하루 살았는데 이렇게 다녀오고 나니 잠깐 헛헛했다. 어찌나 일상으로 돌아오기가 싫던지... 돌아오는 비행편을 다시 돌려 여행지로 향하고 싶었다. 창이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남편에게 말했다. " 자 그럼 이제 어디로 가까?!" 꼭 다시 시드니에 한달살이로 가자는 말을 나누며 그랩을 잡아타고 집으로 들어왔다. 여행 가기 전 열심히 대청소를 하고 다녀온 나를 칭찬했다. 역시 여행 전에는 집을 뒤집어 까듯이 싹 다 치워놓고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 그래도 아쉬운데 집까지 치워야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다운될게 분명하다. 짐 정리를 끝내고 내 침대에 누웠다. 예전에는 아무리 지난 여행이 아쉬워도 아~ 집이 최고야~ 하는 말이 나왔는데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호텔침대가 그리웠다. 문득 아이와의 지난 대화가 떠올랐다.


"엄마 우리 한국에는 언제가?"

"한국? 아예 돌아가는 거? 아니면 놀러 가는 거?"

"놀러 가는 거."

"글쎄.. 다녀온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아직은 계획이 없는데 왜?"

"그냥 거기 집이 있으니까~"

"여기도 집이 있잖아 여기가 홈인데? 그리고 한국에는 우리 집 없어~"

"아니 그래도 가족들이 다 있잖아 여기도 집이 있지만 여긴 먼가.. 그냥 먼가 좀 달라"

"뭐가 다른데?"

"그냥 먼가 좀 빠진 거 같은 느낌이야, 여기도 좋은데 그래도 한국이랑은 달라 한국이 진짜 내 홈이지."


아이가 이걸 알고 있었다. 그 느낌을 네가 아는구나…지금 내 맘도 그랬다. 나도 이곳도 좋고 이곳이 집이지만 '아~ 역시 집이 최고야~'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우리들의 넘칠 만큼 행복했던 지난 며칠을 추억하며 다 같이 사진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여행 가기 전 최선을 다해 냉털을 하고 여행을 다녀왔더니 냉장고가 텅 비었다. 먹을거리를 사러 마트로 출동! 소소하게 마트 에가는 익숙한 일상이 나름 반가웠다. 예측가능한 하루가 편안함을 주었다. 이곳에서는 한번 장 볼 때 여러 군데를 들러야 한다. 이쪽 마트에서는 채소와 과일을 사고 저쪽 큰 고기마트에서 고기와 완제품들을 산다. 내가 늘 가는 고기마트가 있다. 정육점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크고 다양한 제품들이 팔기 때문에 마트라는 표현이 더 맞는 거 같다. 고기도 전 세계인들을 위한 다양한 고기가 다 파는 거 같은 곳이기에 내가 너무 좋아하는 곳이다. 한국에 돌아가면 그리울 것 같은 곳 중 하나이다. 이곳에서 또 너무나 반가운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 'Bulgogi'!! 너무나 얇게 잘 썰어서 덩어리로 기똥차게도 만들어두었다. 고기 품질이 좋아서 늘 오는 곳이니 질 좋은 것이야 당연한 일이다. 한국스타일의 고기를 살 땐 늘 한국정육점을 갔지만 가격이 참 비싸고 소고기의 경우엔 많이 만족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여기서 이 보석 같은 자태를 발견한 것이다. 삼겹살도 야무지게 잘해놨던데 난 이제 한국정육점을 갈 일도 없어졌다. 이렇게 점점 현지에서 잘 찾아가며 나의 살림도 이곳에 더 흡수되고 있다. 4-5일 치 정도의 장을 봤다. 주말에 먹을 홈브런치 재료와 평일도시락 쌀 재료 그리고 저녁거리들을.




홈브런치로 다시 싱가포르 살림기행이 시작되었다. 여독이 남았으니 아침은 간단하게 차리기로 했다. Pan con Tomate양송이 스프가 메인이다. 양송이스프는 고기마트에서 냉동제품을 사 왔다. 이 집 스프류가 전부다 맛이 일품이다. 어니언 스프는 진짜 감동의 맛! 양파를 적어도 2시간은 천천히 볶아서 카라멜라이징을 해줘야 제대로 된 맛이 나는 어니언 스프이기에, 이건 내가 차마 제대로 만들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적어도 싱가포르의 부엌에서는 말이다. 냉동완제품이 무조건 정답이다.




Pan con Tomate /판 콘 토마테 레시피

[재료]

바게트나 사워도우, 토마토, 생마늘, 소금, 올리브오일(꼭 향이 짙고 맛있는 품질이 좋은 걸로!)


1. 빵을 준비한다. 바게트나 사워도우를 하면 좋은데 난 바게트를 선호하는 편이다.

맘에 드는 길이로 나눈 다음 속이 보이도록 반으로 갈라서 준비한다.



2. 빵은 토스터기에 넣어서 굽고 그동안 그라인더에 토마토를 갈아준다. 믹서기에 마늘까지 넣고 다 갈아도 되지만 설거지 생각하면 이게 더 편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강판이 향과 질감이 더 살아나서 좋다.



3. 구워서 톡 올라온 빵에 생마늘을 열심히 긁어서 향을 올려준다.

(사진에 글씨가 있는 이유는 인스타에 올린 릴스를 캡쳐했기 때문!)



4. 갈아둔 토마토를 듬뿍 올리고 소금 솔솔 해준다.



5. 이제 올리브오일을 아주아주 듬~~뿍 쏟는거마냥 부어준다.

요리용이 아닌 생으로 먹는 올리브 오일은 돈을 좀 더 투자하더라도 맛과 건강을 위해서 꼭 향과 품질을 체크해야만 한다.

오일이 배 타고 수입되는지 항공으로 수입되는지 쌉쌀하고 톡 쏘는 맛과 짙은 향이 나는지 꼭 체크하기를..



여기에 고기마트에서 사 온 양송이수프를 끓여서 간단하게 브런치 준비를 끝냈다.

상큼하고 가볍지만 입속 가득 터지는 향이 몸을 꽉 채웠다. 적당히 든든하고 넘치게 향기로운 아침식사였다.


  

당장 다음주의 식단을 짰다. 아침은 주로 삶은 달걀/빵/과일/밥/국/단백질셰이크/두유/죽 등으로 그때그때 상황 봐서 차리므로 미리 계획해두지 않는다.


일 저녁 : cincinnati - style chili pasta+어니언 스프

월 도시락 :  일요일 저녁에 만든 소스+밥

월 저녁 : 유채나물무침 + 가지된장국 + 고등어구이

화 도시락 : 야메불고기덮밥

화 저녁 : irsh stew

수 저녁 : 불고기백반

여기까지만 짜고 이후의 식단은 또 주중에 새롭게 장을 본다.




다시 살림에 기름칠하고 모터 달고 일상의 기쁨을 누려야지. 일단 쌓인 여행 빨래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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