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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정 Feb 27. 2024

살림 휴업합니다. 1부 - 두부배추삼겹볶음

번외: 시드니 여행

시드니로 여행을 왔다. 싱가포르 살림은 일주일 동안 휴업에 들어갔다.

여름나라에 살다 보니 한국에 살 때보다 동남아 여행이 수월해졌기에 주로 같은 동남아로 종종 여행을 다녔다. 여름나라에 살면서 발리,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등 주변국에 자주 갈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장점이 맞다.

동시에 정말 아쉽고도 큰 단점이 있으니 그건 바로 나의 ‘설렘 지수 대폭 감소’이다. 한국에 살 때 동남아 여행을 갔을 땐 여름나라의 공항에 내리자마자 나를 격하게 맞아주던 훅 다가오는 습한 공기가 그렇게 설렐 수가 없었다. 게다가 여행의 8할은 먹는 것이었던 나에게 동남아 음식을 원 없이 먹을 수 있다는 것도 너무나 큰 즐거움이었다. 싱가포르에 살면서 예전보다 동남아 여행을 더 지주 가지만 그 설렘이 전혀 없다는 게 바로 가장 큰 단점이 되시겠다. 매일 피부로 느끼는 더위와 습함이 똑같이 느껴지고, 어딜 가나 쉽게 먹을 수 있는 동남아의 음식이 특별하지 않아 졌다. 여기선 그 나라의 셰프가 직접 요리하는 식당이 너무나도 많으니까 말이다. 물론 싱가포르가 전 세계에서 물가 탑을 찍었다고 하니 그 어느 동남아를 가든 이곳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맘껏 먹을 수는 있지만, 그것도 일단 입에서 땡겨야 많이 먹을 수 있는 법.. 내겐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음식을 싸다고 해서 많이 먹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을 빼앗긴 것 같아 아쉽지만 사실 한국으로 돌아가서 몇 년 지내다 보면 이 설렘은 아마 이전보다 몇 배로 커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전에는 없었던 동남아 살이의 추억이 더해질 테니까.

그렇게 동남아에 사는 우리 가족이 동남아 여행만 다니다가 정말 오랜만에 최장거리 비행을 하기로 했다. 집을 비우는 기간도 최장이다. 무려 6일. 물론 내가 한국으로 5주 이상 갔던 적도 있지만 그때도 남편은 이곳을 지켰기 때문에 집을 아주 비우는 건 아니었다. 한국에서 살 때보다 훨씬 더 바빠졌고 워라벨이 더 꽝이 된 남편이기에 싱가포르에 살게 된 이후로는 3박 4일이 최장 시간이었다.

출발하기 며칠 전부터 냉털에 들어갔다. 매주화요일이 장을 보는 날이었지만 이번엔 건너뛰었다. 여행을 앞두고 있고, 있는 재료를 긁다 보니 참 손에 잡히지 않았지만 그래도 다 비우리라 다짐하며 싹싹 긁어 반찬을 했다.

감자조림을 하고, 브로콜리새우볶음을 했다.

두부와 알배추 그리고 삼겹살 한팩이 있어서 죄다 넣고 볶아 '두부배추삼겹볶음'이라는 요상한 이름이 탄생했다.

삼겹살이랑 배추랑 두부가 참 잘 어울린다.



두부배추삼겹볶음

재료:

양파, 삼겹살, 두부, 알배추, 마늘

맛간장( 간장+설탕 ), 요리술, 굴소스

모든 순서에서 등장하는 맛간장이 없을 땐 간장+설탕(스테비아, 올리고당, 사탕수수, 마스코바 등등) 류로 대체한다.


1. 양파는 채 썰고 알배추와 삼겹살은 한입 사이즈로 자른다, 마늘은 편으로 썰고, 두부도 부치기 좋게 썬다


2. 양파, 삼겹살을 같이 넣고 맛간장(간장+설탕+요리술)으로 밑간 한다.



3. 달군 팬에 편으로 썬 마늘을 볶다가 양파+삼겹살을 넣고 볶다가 덜어내고 같은 팬이 알배추를 볶아서 또 덜어낸다.



4. 모두 다시 덜어두고, 같은 팬에 두부를 구워서 맛간장+물을 자작하기 부어서 졸인다.



5. 두부가 졸여지면 한쪽에 밀어 두고 달아두었던 재료들을 부어서 굴소스 반스푼을 넣고 같이 볶아준다.



6. 입맛에 따라 후추 톡톡해주면 끝!


냉털도 잘 끝내고 화장실들도 모두 싹 다 청소하고, 집 전체 쓸고 닦기도 로봇청소 대신 내손으로 모두 해치웠다. 여행을 다녀오면 청소하기 싫은 건 물론이고 그렇게 한동안 살림하기가 싫은 법이니까. 미리 해두어야 한다. 미래의 나를 위해서. 참으로 오랜만에 짐을 싸는 게 설레었다. 긴팔을 챙겼으니까!  청바지를 입을 수 있다니.. 막상 챙기려고 보니 글쎄 긴 옷이 대부분 한국에 있었기에 급히 몰로 달려가서 우리셋 후디 하나씩을 더 샀다.


‘반바지에 후디를 입어야지’

‘반팔에 청바지를 입어야지’


반바지와 반팔 또는 민소매 또는 끈원피스가 교복인 일상에서 벗어나 무려 가볍고 하늘거리는 그야말로 딱 좋은 긴팔을 입게 된다니!!

새벽 4시 알람을 맞춰두고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부지런히 움직여서 비행기에 올랐고 거진 8시간을 날아서 시드니에 도착했다


‘그래!! 이거지!! 이공기! 이 냄새야!!’


익숙한 습한 공기냄새가 아니다. 서구의 향이 몰려왔다 묘한 서구의 냄새와 커피 향이 섞인 특유의 외쿡 냄새가 나를 반겼다. 벤쿠버 미국 호주 머 그런 곳에서 똑같이 나는 그 냄새, 가끔 아이의 학교에서 연하게 나던 그 냄새가 아주 짙게 훅 치고 들어왔다.

‘이제 진짜 여행 온 거 같네!!’

아이는 공항의 안내 방송을 듣고 뱉은 첫마디가

"오! 진짜 호주목소리네?"였다.

호주 영어 발음이라는 뜻이었다. 아이가 기억하는 한 이런 서구의 여행은 처음이었다. 18개월 때 미국과 캐나다를 데리고 갔었지만 그의 기억엔 남아있지 않다. 그 시절 주변에선 그랬다. 이렇게 어릴 때 데려가봐야 기억도 못한다고... 기억하길 바라고 데려간 적 없다. 그저 우리 좋자고 갔었고 아이는 이 경험을 토대로 지금 할 수 있는 생각을 하고 느끼고 확장하면서 성장에 기반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여겼기에 함께 갔었다.


여행이란 건 애초에 기억하기 위해 가는 게 아니라 경험하고 느끼기 위해 가는 거니까 그건 아이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다.


너무 시원하다. 이렇게 흐린데 1도 습하지가 않았다. 너무 상쾌해서 웃음이 나왔다. 다음날엔 하늘이 너무나 파랬고 타들어갈 듯 더웠지만 하나도 습하지 않았다. 이런 더움은 언제라도 감당할 수 있다. 더운 게 더운 게 아니었다. 이왕 외국살이 할 거면 여기가 천배는 낫지 않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우리는 내내 날씨에 감탄했다. 고퀄의 박물관에 감탄하고 아이마저 몇 시간이고 빠져들게 하는 미술전시에 파묻혔으며, 상쾌한 공원을 느끼며 시드니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의 싱가포르 살림기행은 휴업 중이지만 내일이면 난 지금의 호텔에서 에어비엔비로 옮긴다.

호주 주택살이는 해봐야지?!! 아 이 또한 너무 설렌다. 호텔에서 편히 쉬었으니 이젠 내 꿈의 주택살이 하러 난 갈 거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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