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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정 Feb 22. 2024

너 그거 아니? 급식은 대단한 선물이라는 거!- 2부

아니.. 주 2회 사 먹기로 했잖아?!


아니.. 주 2회 사 먹기로 했잖아?!

y4가 되었다. 여전히 아이는 도시락을 고집했고 나도 이제 이를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기에 그냥 그렇게 정해졌다. 나름 살림에 열정적인 엄마이기에 도시락 식단을 매번 바꿔야 했다. 친구들은 매일 샌드위치 싸 오는 애 매일 주먹밥 싸 오는 애 매일 파스타 싸 오는 애들도 있다고 하지만 난 한국엄만데! 그럴 순 없지!! 차라리 안 싸가면 안 싸갈지언정.. 화려할 순 없어도 다양하게는 싸줘야 했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도 여전히 숙제이다. 매일 저녁 내일은 또 뭘 싸 야하나 고민을 하고 주말마다 그다음 주 도시락 식단을 짜서 장을 봐둬야 한다.

장을 보다가 문득 '주 2회 사 먹으라고 말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웬일로 매우 쉽게 오케이를 날려주었다. 매주 피자데이가 있으니 그날은 사 먹고 하루는 아시안 푸드를 사 먹고 금요일은 스낵을 사 먹겠단다. 올레!!!!

그렇게 Term1을 지나는데.. 어랍쇼.. 이시키 말을 바꿨다..






그거 아니? 급식은 선물이라는 거?

"내일 도시락 싸 안 싸?"

"싸줘!"

너무 아무렇지 않게 싸줘를 반복했고 정신 차리고 보니 2주째 5일 꼬박 싸고 있음을 깨달았다. 어쩐지.. 아침에 운동 가는 게 어찌나 피곤하더라니.. 주 2회 이른 아침독서는 어느샌가 사라져 버렸다.

더 일찍 일어나기는 싫었다. 미라클모닝은 내 스타일이 아닌 것을 이미 수개월을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6시보다 일찍 일어나는 건 피곤한 일이었다. 6시가 되면 재깍 눈이 떠지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큰 발전이었다. 난 미술을 전공한 야행성 인간이었으니까…

아이에게 물었다.

왜 요즘엔 피자데이에 안 사 먹어? 금요일 스낵은 어떻게 된 거야?

"어~ 피자가 맨날 똑같아서 지겹더라고 그리고 도넛은 사실 이제 목이 너무 아파 너무너무 달아서 그런가 먹으면 막 목안이 가려울 정도로 너무 달아서 못 먹겠어"


그렇지 도넛을 그렇게 느꼈다는 건 너무 기특하고 감사한 일이었다. 이유식 시기에 항생제의 습격 다큐를 보고 겁먹어서 진정한 무항생재 고기를 찾겠다며 뉴질랜드 송아지를 찾아 직수입해서 고기 사 먹이며 기타 등등 정상을 쏟은 보람이 있구나 싶었다. 금요일 스낵을 오케이 나도 찬성했다.


“그럼 피자데이 말고 다른 날 하루는 사 먹는 건? ”

“아 그건 그냥 엄마밥이 더 맛있어서 ㅎㅎㅎㅎ”


아.... 저녁은 툭하면 외식하자는 놈이 아무래도 학교밥은 별로이긴 한가보다.. 올해부터 카페테리아 업체가 바뀌었는데 내가 봐도 바뀐 업체가 좀 별로이긴 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엄마들은 이 걱정은 안 하겠네? 나 은근 도시락 때문에 빡... 이.. 그런데..

친구에게 톡을 날렸다.

"급식 잘 나오니?"

"잘 나오지~ 부실한 학교도 있는데 우리 학굔 잘 나오는 편이야."

"그거 아니 급식은 엄마에게 주는 엄청난 선물이라는 거?! 아무리 부실하다고 해도 밥, 국, 반찬은 다 나올 거 아냐.. 튀긴 거 나오는 날은 특별식 일 테고 싱거우면 싱겁지 짜진 않을 거 아냐? 애가 스스로 건강에 나쁠 거 같다고 안 먹겠다는 일은 없지 않니?"


계속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급식의 선순환이 줄줄이 이어졌다. 급식은 엄마가 아침을 좀 더 여유롭게 시작할 수 있게 해 준다. 아침식사만 차려 먹이면 되니까 주방도 덜 복잡스러울 것이고,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엄마는 그 시간에 자기 스스로를 위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고 하루를 계획하는 일정체크를 하거나 운동을 할 수도 있고, 청소를 할 수도 있다. 활용만 잘한다면 나라에서 엄마의 그 시간을 보장해 준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한국에 돌아가면 아침이 얼마나 여유로울까 싶어졌다.




그래도 이 또한 추억을 쌓는 중..

이런 생각을 한 다음날 아침... 도시락을 싸다 보니 갑자기 잠깐 욱 함이 올라왔지만 이 또한 이곳에 사는 동안만 쌓을 수 있는 추억이다. 생각하기로 했다.

아이가 내 밥을 찾아주니 고마운 일이다. 내가 그리 키운 것을 어쩌하리. 음식의 취향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치즈를 종류별로 사다가 맛 보여 주었고, 아이는 싫어할 것이라는 음식들도 편견 없이 다 맛 보여 주곤 하였다. 아이는 나의 기대해 제대로 부흥하여 맛을 느끼며 맛을 묘사하기를 좋아하고, 라따뚜이 정도는 혼자서도 만들 줄 알게 되었으며, 비지찌개와 추어탕이 최애음식인 아저씨 입맛도 장착하였다. 새로운 음식을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고 음식자체를 참 사랑해서 나와 같이 음식 다큐를 즐겨보고 '먹으러 세계 속으로'라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아이다.

내가 원했던 아이고 자라고 있을 뿐, 내가 귀찮고 힘들다고 불평할 일은 아니었다. 이제 도시락 싸기는 메뉴도 틀이 잡혀서 25분 정도면 충분하게 되기도 했다.

이것도 이제 2년도 채 안 남은 나의 아침 일과이다.

한국 가면 나도 아이도 이 시기를 그리워하겠지.. 그러리라 여기고 도시락을 싼다.


‘내일은 뭐 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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