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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정 Mar 12. 2024

한인마트에서 봄을 만났다-참치쌈장과 오이고추

여름만 있는 이곳에서 봄을 피부로 느낄 방법은 없지만 난 매년 봄이 왔구나 느낀다.

'한인마트에서'.


김밥이 먹고 싶어서 김밥 재료를 사러 한인마트에 갔다가 봄나물이 나온 걸 발견했다. 냉이와 달래가 있었고 미나리는 들어오자마자 다 팔렸다고 했다.

이곳 한인마트에는 매주 금요일 4시 전후 채소가 입고된다. 아이가 딱 집에 오는 시간이라 항상 그 시간에 맞춰서 갈 수가 없기도 하지만 늘 깜빡한다는 게 문제다. 까맣게 잊고 있다가 주말에 마트에 들러 깨닫곤 한다. 역시나 대부분이 다 팔려서 없었고 그나마 남은 냉이는 상태가 좋지 않아서 살 수가 없었다.

다음 주 금요일에도 봄나물이 들어온다고 하니 이번엔 꼭 잊지 않았으면 좋겠네...

다음 주에 달래 있으면 꼭 사 와서 오이랑 같이 초무침해 먹어야 생각하면서 봄나물대신 적상추와 깻잎, 오이고추를 집어왔다. 김밥재료는 이미 오늘의 구매리스트에서 삭제되었다.

적상추도 한인마트에 가야만 살 수 있는 귀한 채소이다. 상추한장 깻잎 한 장 겹쳐서 쌈장만 싸 먹어도 맛있고 밥에 물 말아서 오이고추하나 씹으면 너무 개운하고 좋겠다 싶었다.

오늘 저녁은 참치쌈장이랑 된장찌개, 굴비와 고등어구이로 정했다.

참치쌈장 자박자박하게 지지고 오이고추도 꼭 같이 먹어야지!



참치쌈장 간단 레시피

재료

참치 2캔

양파 1/2개

버섯 많이


양념

다진 마늘 1큰술

고추장 2큰술, 고춧가루 1큰술, 맛간장 2큰술( 간장 1큰술 + 당류 반 큰 술)

참기름, 통깨, 물


1. 양파, 마늘, 버섯 모두 다져서 준비한다.

2. 앙파, 마늘을 볶다가 참치를 넣고 섞은 후 양념을 모두 넣고 볶는다

3. 자박자박 잠길 만큼 물은 붓고 중약불에서 끓여준다.

4. 자작해지면 참기름을 두르고 끝!! 통깨 잔뜩 올려서 그릇에 담는다.



밥도둑이 따로 없다.


아삭아삭 상큼한 쌈이 행복하고 달짝지근하게 매운 양념이 너무나 기분이 좋다.

상추는 절대 안 먹는 아들은 깻잎에 3개 싸 먹고는 바로 김으로 갈아탔다.

오늘은 된찌에 코인육수를 두 개 털어 넣었더니 육수가 어찌나 맛있던지. 딱 한 끼용으로 알맞게 끓인 된찌는 아들이 바닥을 박박 긁어댔다. 그렇게 이날 저녁은 잘 마무리했다.


다음날 아침..

남편도 일찍 출근완료하고 이른 아침 도시락도 잘 싸서 아들내미 학교에 보내고

운동하고 장도보고 빨래 개고 세탁기도 돌리고 얼굴에 팩 하나 붙이고 잠시 쉬었다가 아점을 먹을 요량으로 야채칸을 열었는데.. 아뿔싸.. 오이고추다...

어쩜 이걸 지금까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건지.. 오이고추에 설레어서 다 같이 사 와놓고서 다 같이 존재를 싹 잊고 있었다.


'나 라도 먹어야지..'


남은 참치 쌈장에 남은 상추와 깻잎 그리고 대망의 오이고추를 챙겨서 티비앞에 앉았다.

오이고추 한입 베어 물었는데

‘어머나... 세상에... ’

잊고 있던 맛이다. 사실 싱가포르에 와서 처음 먹은 오이고추.. 적어도 3년 만인 게다. 너무너무 맛있어서 남편에게 톡을 날렸다.


"오늘 밤에 늦게 오더라도 꼭 밥 한 숟갈에 오이고추 먹어 장난 아니야."


물 말아서 먹으면 이거 더 맛있겠다 싶어서 마지막 한 숟갈에 물을 말았다. 쌈장에 콕 찍으니 천국!

이게 뭐라고...

한국이었으면 흔하고 익숙한 반찬이라 이런 감흥도 없었겠지? 오이고추가 흔하지 않은 곳에 온 덕분에 이 오이고추 하나로도 행복지수 최대치가 가능한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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