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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자체 생산하는 능력

사랑 자가 발전기

by 쓱쓱

필요한 힘과 에너지를 스스로 알맞게 변환해서 자체 공급함으로써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자가발전이라고 했던가.

움직임이나 외부의 자극을 에너지로 변환해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해 낼 수 있다니, 정말 환상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만약 사랑이라는 인류의 핵심적인 연료를 자체 생산하여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무한대로 공급할 할 수 있다면?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진정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지 않겠는가.


사랑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능력.

우리 모두에게 이런 능력이 있다면 우리의 삶이 조금은 덜 삭막하고 덜 위협적일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사랑을 갈구하느라 자신을 갈아 넣을 필요도, 누군가의 사랑에 의존하느라 자기 영혼의 무게를 줄일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나아가

누군가가 자신의 연약함과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우리를 밟아 짓누를 때

자신의 취약한 자아를 들키기 두려워 거대한 자기상을 부풀리며 우리를 깔볼 때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친 쪼그라든 마음을 방어하기 위해 비난과 질책으로 우리를 몰아세울 때

팽팽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먼저 우리에게 선제적 공격을 무차별적으로 가할 때


그럴 때

우리에게 사랑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능력이 있다면 우리는 그럭저럭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자기에 대한 사랑을 충분히 생산하여 스스로를 지키고 돌보며

상처와 상흔이 최대한 남지 않도록 영혼의 마데카솔을 잔뜩 발라줄 수 있다면
우리는 그럭저럭 행복한, 그런대로 괜찮은 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자체적으로 생산한 사랑을 나를 사랑하고 보호하고 돌보며 치료하는 데 사용한 후,

아주 조금 마음의 여유가 생겨 다른 사람의 상처와 아픔과 필요가 보인다면

그 사랑의 생산량을 조금 더 늘려 그들에게도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럭저럭 괜찮은 보람과 그런대로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같이 사랑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능력을 어떻게 발견하느냐, 혹은 발전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아니, 그전에 어떤 사람들은 애초에 그런 능력이 과연 있기는 한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그런 능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애초에 이런 생각 자체를 할 수조차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인지하는 대부분은 어떠한 현상이 있기 때문이고 만약 그러한 현상이 없다면 우리는 인지조차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인지할 수 있고 그것을 개념화할 수 있다면 그것은 실존하는 현상이며 따라서 우리는 그것을 추구할 수 있다.


때문에

나는 사랑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능력은 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 모두에게 디폴트로 장착되어 있다고 믿는다.

이 능력은 엄마의 뱃속에서 잉태되어 열 달 동안 엄마와 함께 살면서 만들어진다.

엄마의 피와 살을 통해 구조가 만들어지며 엄마의 보호와 돌봄을 통해 시스템이 갖춰지고 엄마의 사랑과 헌신을 통해 회로가 연결된다.

물론 각자의 상황과 사정에 따라 그 능력은 스스로 발현되기도 하고 전혀 의식되지 못할 수도 있다.

또는 철저히 감추어지기도 하고 누군가에 의해 숨겨지거나 부인당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엄마를 통해 온 인간이라면, 모두가 어떤 형태든지 그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확신한다.

그러니 혹시 아직 그 능력을 확신하지 못하거나 부인하거나 발견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길 바란다.


우리는 모두 자체적으로 사랑을 생산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스스로 일깨우고 동시에 다른 이들이 그 능력을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일깨워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럼 우리의 삶은 조금은 덜 메마르고 조금은 더 괜찮아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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