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단어와 단상_매(일)뭐(라도)쓰(기) 프로젝트_7월_10일차

by 쓱쓱

영웅이라고 하면 지혜롭고 용맹하며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특별한 사람. 즉, 엄청난 능력과 절대적 힘을 가진 해결사라는 느낌이 강하다.


특히 위인전에 나오는 인물들은 더욱 그렇다. 위인이라 불리는 것 자체가 훌륭하고 뛰어난 사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작은 영웅이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딱히 특별하지도 않고 엄청난 지혜와 힘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자신이 가진 것을 도움이 필요한 타인을 위해 기꺼이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의미에서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방점은 ‘가진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에 있다.

타인의 어려움을 감지하고 가진 것을 사용할 줄 아는 용기와 행동력이 있는 사람들을 나는 영웅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렇게 보면 영웅은 뻔한 이야기 같지만, 몇 백 년 만에 한번 어쩌다 세상에 태어나는 특별한 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보통의 우리 모두가 될 수 있다. 다만 우리 스스로가 자신이 영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 같다.

얼마 전 비가 오는데 우산도 없이 지팡이에 의지해 겨우 겨우 신호등을 건너는 한 어르신을 본 적이 있다. 종종 쇼츠에 나오는 클리셰한 장면이지만 실제로 상황을 맞닥뜨리면 그 현장감은 어마어마해진다.

버스에 타고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데, 걸음걸이가 너무 느리셔서 푸른색 신호가 거의 끝나가는데도 신호등 중간밖에 지나지 못하고 계셨다. 물론 버스는 멈춰있었지만 그 사이 오토바이 한 대가 아슬아슬하게 어르신의 옆을 지나갔다.

걱정과 긴장이 확 올라오는 순간 앳되 보이는 한 여학생이 신호등으로 다시 달려와 어르신께 우산을 씌워드리며 천천히 신호등을 건넜다. 이미 빨간불로 바뀌었지만 학생이 함께 있어 안심이 되었다.

보통의 우리가 자신 안에 잠들어 있던 작은 영웅을 깨운 순간이었다.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왔다.

그렇지, 하며 모두가 영웅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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