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세계에서 생생하게 느끼고 싶다.
출근길 버스와 지하철을 타면 가끔 완벽한 컨트롤 C, 컨트롤 V을 경험한다.
한 번은 호기심에 실제로 내가 탄 지하철 한 칸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행동을 하나하나 관찰한 적이 있다.
놀랍게도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매우 유사한 포즈로 스마트폰에 일제히 고개를 묻고 있었다.
보통 그래도 몇몇은 눈을 감고 새우잠을 자고 있거나 옆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종이책을 보는 경우도 있는데,
그날은 정말 희한하게도 컨트롤 C, 컨트롤 V였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냥 좀 쓸쓸했던 것 같다.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는 나와 그 안에서 존재하는 내가 날카로운 실로 그어놓은 경계선 사이에 서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가 모르는 전혀 다른 세계에 각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뭐랄까, 좀 외로워졌다.
그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는 것이 조금 슬펐고 그냥 받아드릴 수 밖에 없다는 것에 헛헛했다.
여기까지 읽으면 대다수,
아니, 딱히 알고 지내는 사람들도 아니고, 어차피 다 모르는 낯선 사람들인데 쓸쓸하고 외롭기까지 할 일이 뭐가 있느냐고 핀잔을 줄 수도 있다.
혹은 극단의 F여서 감성이 포텐 텨져 주체를 못 하나 보다, 참 피곤하게 산다 뭐, 그런 반응이 나올 수도 있겠지.
것도 아니면, 아이고, 지는? 하고 되묻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나조차도 대부분 지하철을 타면 습관적으로 시선이 바로 스마트폰으로 향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지나치게 똑똑한 인터넷 알고리즘은 임금 걱정 없이도 24시간 full로 일한다.
비슷하지만 한 끗이 다른 새로운 영상과 정보가 끊임없이 수신된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새로운 무언가가 내 취향을 저격하며 즐거움과 쾌락의 최고치를 매번 경신한다.
그러니, 어떻게 그 황홀하고 매혹적인 세계를 쉽게 뿌리칠 수가 있겠는가.
언젠가 자녀 셋을 모두 하버드에 보냈다는 열정 엄마가 한 말이 떠오른다.
"스마트폰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그날, 그 장면은 나에게 너무나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억지로 이유를 찾자면 뭔가 그럴듯한 것들이 찾아지긴 하겠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카페에 마주 앉아 있으면서도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는 연인이 떠오르고
가족이 모두 모이는 저녁 시간, 각자 방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장르의 영상 소리가 떠오르고
같은 수업을 듣는 강의실에서조차 패드와 노트북에 집중하느라 서로 얼굴 한번 쳐다보지 않는 상황이 떠올라
그래서 좀 쓸쓸하고 외로웠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