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워킹홀리데이
마음이 고장 나면 만사가 다 귀찮아진다. 자도 자도 졸리고 하루 종일 이불 위에 누워있어도 피로가 풀리기는커녕 더더 빨려 들어갈 거 같은 기분이 든다. 몸을 일으켜 좀 움직여볼까 하면 어느새 부엌 냉장고를 열고 있거나 마트에서 고칼로리 음식을 계산하고 있는 나. 맵고 짜고 단 음식은 헛헛한 마음과 기운 없는 몸에게 에너지를 주기 때문에 하루라도 빼놓지 않고 챙겨 먹는 음식이 되었다.
이렇게 몸과 마음이 밑바닥까지 내려갔을 때 우리는 이 기분에서 당장 벗어나고 싶지만 몸과 마음이 생각처럼 따라주질 않는다. 발이 묶인 새끼 코끼리의 일화를 들어본 적 있는가? 덩치가 커서도 어릴 때의 기억 때문에 도망가길 포기한 코끼리처럼 무기력이 학습화된 몸은 이 악순환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전혀 모른다. 우울한 이에게 사람들은 "밖에 나가서 바람도 쐬고 운동도 좀 하라고!" 쉽게 말하지만 근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걸 알지 모르겠다. 그렇게 쉽게 회복할 수 있는 거였다면 세상의 모든 우울증 환자들은 약을 안 먹어도 되고, 금방 치유돼서 일상생활을 하고 있을 테니까.
멍하니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으면서 생각했다. 마음이 건강해져야 몸을 움직이고 싶어 질까.. 아니면 몸을 움직여야 내 마음이 회복될까..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문제였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하루 종일 누워있고 하루 종일 먹는다고 해서 기분이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더 좋아지지는 않았다는 거다. 우울에 침식된 뇌는 일반적인 뇌 기능과 차이가 있다고 한다. 뇌 기능이 저하돼서 정상적으로 사고하지 못하고, 뭔가를 학습하고 외우는 능력을 감소시키고, 창의력 부분도 덩달아 멈추게 된다. 즉, 우뇌와 좌뇌의 움직임이 전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 내 의지만으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는 건 꽤 큰 에너지 소모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우울의 늪에서 홀로 나온다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보다 이 무기력에서 얼른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컸다. 더 이상 멍하니 기분이 좋아지기를 기다릴 수는 없었다. 우울하고 불안한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고자 캐나다까지 왔는데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없었다.
가난한 워홀러였지만 갖고 있는 돈을 투자해서 헬스장에 등록을 했다. 밖에 나가기도 혹독한 겨울에 땀 흘리면서 엔도르핀을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장소. 한국과 다르게 이곳 헬스장만의 유일한 장점이 있었는데, 큰 회사의 체인점이 동네 여기저기 있다는 점이었다. 여기 회원이 되면 어느 지점이든 들어가서 운동할 수 있단다. 마치 우리나라 이마트처럼 동네마다 헬스장이 있었고 그 말은 즉, 정해진 헬스장을 나가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의지력이 부족한 나 같은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1년짜리 회원권을 끊었다. 이제 회원권을 끊었으니 빼도 박도 못하게 되었다. 마음이 건강해지길 기다리기 전에 먼저 몸을 움직여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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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떠나보니 어때> 독립서적의 비하인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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