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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an 20. 2021

20. 딱 한 번의 면회

2020년 6월 15일      


매달 병원비 지출이 얼마인지가 가족 톡방에 올라왔다. 

한 달에 135만 원 정도 지출이 꼬박꼬박 있었다. 

모아놓은 돈이 떨어져 갈 때쯤 엄마가 500만 원을 내놨다. 

욕창 치료에 도움이 되는 단백질 보충제에 관한 의논 차 담당 간호사가 연락한 거 외에는 별다른 연락은 없었다. 가끔 휴지와 일회용 비닐장갑을 보내 달라는 요청만 있을 뿐이었다.      

전 세계가 코로나 사태로 난리이니 면회 금지는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모처럼 엄마의 휴식 기간으로 생각하라는 말을 전하고 나도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다.     

 

2020년 7월  


어느 날 병원에서 공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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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드 19 관련하여 외부인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요즘, 모든 요양병원의 면회(대면) 또한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점 참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본 병원은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진행하는 비대면 면회를 최소 하루 전 원무과로 미리 신청하신 분에 한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면회 시간은 오전 9:30~10:30 / 13:30~16:00까지 가능합니다.

환자분 식사 등 관계로 이외 시간은 면회 불가하오니 양지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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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제일 먼저 가고 싶어 했는데 백내장 눈 수술을 받아서 8월이 되면 면회 가기로 했다. 

1회에 한 명만 가능하다고 했다.      

엄마가 병원에 다녀왔다는 문자를 보내셨기에, 전화했더니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었다.      


“너희 아버지가 나를 못 알아보더라. 손은 앞으로 모으고 있는데 팔이 펴지지는 않고 손가락만 펴주다가 왔다. 말도 못 하고 고개 도리질만 하더라. ”

“가족들 얼굴 본지가 너무 오래잖아. 다 잊어버리신 게야.”

“마누라도 알아보지 못하고….”

“간병인이나 간호사들이 잘 챙겨주니 그나마 다행이지 뭐….”

“저러고 아무것도 모르고 살면 어떻게 한다는 말이냐?”

“요양병원 말년에는 다들 비슷하대요. ”     


10년 넘게 보살피고 60년 가까이 함께 살아온 사람을 못 알아봐서 엄마는 무척이나 서운하셨나 보다. 

엄마가 다녀왔으니 나머지 식구들도 한 번씩은 다녀오기로 했는데 다음날 다시 면회 금지 공지가 떴다. 

아버지 상태는 간호사가 전해주는 말로 짐작할 뿐이었다.      

“ 말씀도 안 하시고 표정은 그대로시고요. 그냥 그러세요. 상태에 변화가 있으면 바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상태가 호전될 거라는 기대는 가족들 누구도 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성적으로는 크게 고생하지 않고 가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감정적으로는 뭔가 단순하지가 않다. 어렸을 때는 사이가 좋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와 거리가 멀어져 그 상태로 마무리되는 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한쪽에 있나보다로 정리했다. 머리에서 정리가 되어야 심리적으로 불편하지 않은 사고형 인간의 특성이 내게 있기에 이렇게라도 감정을 해석해 놓는 것은 순전히 나를 위한 것이다.      


그나저나 언제쯤에나 면회가 가능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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